|
|
| Home > 커뮤니티 > 문학게시판 |
|
 |
|
|
|
| 참 잘쓴 글, 일요일 아침 마음을 잔잔히 울리는 글입니다 |
| 글쓴이 서던스타 조회 891 |
|
|
> > 짤리고 첫번째달
> >
> >
> > # 백수
> >
> > 30년간 다니던 회사를 사직했다. 석별을 고하고 회사문을
> > 나서는데 찔끔하고 눈물을 흘릴뻔 하였다. 그러나 다른한
> > 편 오히려 큰짐을 내려놓은듯한 후련함을 느낄수 있었다.
> > 아! 드디어 은퇴다.그동안 회사일에 얽매어 내가 정작 하
> > 고 싶어도 못했던일을 실컷 해보자.
> > 팔도강산 유람도 해보고...바둑도 실컷 두어보고...
> > 30년간 열심히 일한나, 이젠 떠나는거다. 은퇴생활을 맘껏
> > 즐기는거다...
> > 아내도 열심히 일한나를 사랑스런 시선으로 바라보며 나의
> > 두손을 꼬옥 쥐어준다...
> >
> > # 그의 아내
> >
> > 그이가 실직했다. 이제 겨우 오십쫌 넘은 나이인데...이제
> > 부터 정작 돈들어 갈일이 많은데... 큰일났다. 쥐꼬리만한
> > 퇴직금 달랑던져놓고 축쳐져있는 그이를 보니 자꾸만 눈물
> > 이 나려고 한다.나를 위로한답시고 이제부터는 은퇴생활을
> > 맘껏 즐기겟노라고 허풍떠는 그이가 불쌍하다.그나저나 은
> > 퇴생활을 즐기겠다고? 농담이라도 그게 어디 될말이냐...
> > 좀 쉬다가 아무거나 돈되는 일 찾아서 다시식구들 먹여 살
> > 려야지..정신차리라는 의미로 그이의손을 꽈악 잡아쥐었다.
> > 생각같아서는 정신버쩍나게 꼬집어주고 싶었다.
> >
> >
> >
> > 짤리고 난후 여섯번째달
> >
> > # 백수
> >
> > 어제는 내생일 이었다.
> > 아내가 정성들여 끓여준 미역국과 잡곡밥을 먹었다.국에는
> > 고기대신 새우를 넣어 더욱 개운하였으며,밥에는 성인병에
> > 좋으라고 잡곡을 듬뿍넣어 주었다.세심하게 나의건강과 입
> > 맛을 챙겨주는 아내가 고마왔다.
> >
> > 또 저녁에는 옛직장 부하였던 김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 > 오늘이 헹님 생신이니 저녁한끼 대접하겠다는 것이었다.
> > 흐으, 이감격...자기도 백수인처지에,어려울텐데...나에게
> > 생일상을 차려주겠다니...
> > 허기야 내가 누구냐? 부하직원들로 부터 사랑과 존경을 한
> > 몸에 받아오던 내가 아니였더냐....항상 정의에 앞장서 왔
> > 고 모든공로는 부하들에게 돌리고,모든책임은 도맡아와 바
> > 람막가 되어주던 진정한보스..그게 바로 나가 아니었던가...
> >
> > # 그의 아내
> >
> > 어제가 저이의 생일이었다.허구한날 아무런 대책없이 방구
> > 석에서 오로바둑만 켜놓고 개기기만하는 그가 얄밉기는 하
> > 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미역국이라도 끓여주어야지...
> > 미역국에 쇠고기라도 한칼 넣으려다가 백수 처지에 고기가
> > 다무어냐싶어 걍 냉장고에 남아있는 마른새우 한웅큼을 넣
> > 고 끓였다. 얄미운김에 쌀에는 잡곡을 평소보다 두어배 칵
> > 섞어 버렷다.
> >
> > 그런데 저양반 오늘아침엔 왜저리 실실웃고잇는거쥐? 무언
> > 존일이라도 있냐고 물었더니 어제 저녁 옛날 부하직원으로
> > 부터 생일턱을 얻어 먹었댄다. 그러면서 회사 다닐때 자기
> > 가 얼마나 인기가 있던 상사였는지를 침을튀겨가며 한없이
> > 주절대기 시작 하였다. 나는 기가 막혔다.설사 그렇다해도
> > 어찌 자기입으로 자기칭찬을 그리도 장황하게 할수있단 말
> > 인가...저이가 아무래도 오랜 백수생활끝에 쫌 어캐된거아
> > 닌가 몰것다.다음번 종합진단때는 정신과도 볼수있냐고 간
> > 호사에게 슬쩍 알아봐야겠다.
> >
> > 그리고 생일턱냈다는 김부장이란 넘도 백수라는데... 어느
> > 날 갑자기 사업자금이라도 대라며 매달릴것 같다.빤한수법
> > 아닌가...얼마 안되는 퇴직금이긴 하지만, 이돈이 어떤 돈
> > 인가.
> > 예금통장관리를 단디 허야겠다.
> >
> >
> >
> > 백수생활 8개월째
> >
> > # 백수
> >
> > 백수동기 다섯명이 오랜만에 모였다. 시원한 계곡에서 토
> > 종닭백숙에다가 소주들이 거나해졌다. 총각때 부터 고스톱
> > 으로 딴돈으로 적금부었다는 전설적인 악질 송부장이 식대
> > 내기 고스톱이나 치자고 제안하였다.
> > 나는 얼렁 화장실에 달려가서 주머니계산을 하여 보았다.
> > 집에서 나올때 마누라가 준 오만원, 거기서 담배한갑,전철
> > 값...나는 만원짜리 한장을 다른주머니에 쑤셔넣고 자리에
> > 가서 끼어 앉았다.집에갈 차비는 남겨 두어야 하잖겠는가...
> >
> > 고스돕으로는 송부장 저악질을 이길수는 없으니,먹고 마시
> > 는것이 남는거다 싶어 계속 닭다리 씹어가며,소주마셔가며...
> > 되도록이면 광만팔아야쥐...하는 작전으로 나갔다. 다잃으
> > 면 오만언 잃었다고 우기며 고리나 뜯어야징...
> >
> > 밤열두시가 다되어 집으로 돌아오자니 아내가 아파트 정문
> > 입구까지 마중나와 있었다.아내는 나를 발견하자 얼른뛰어
> > 와 팔을 끼며, 에공~ 적당히 마실것이지...하고 걱정해 주
> > 었다. 아내여 고맙구려,내걱정해주는사람은 천상천하에 당
> > 신밖에 없구려...
> >
> > # 그의 아내
> >
> > 그인간이 오로에 접속해 바둑만 종일 두고있다는건 나도알
> > 고있다. 굼벵이도구르는 재주는있다고 저인간이 바둑은 좀
> > 두는 모양이다. 듣기에는 머, 3~4단은 된다고 하더라...
> > 저인간이 컴앞에 종일 쭈구리고 있을때 커피한잔 갖다주려
> > 다가 등뒤로 모니터를 보고 나는 그만 까무러 칠번 하였다.
> > - 한푼줍셔...백수생활 1년에 처자식과 생이별하여...
> > 아니 이게 무슨 변고인고??? 저인간이 오로에서 바둑만 두
> > 는지 알았더니 구걸을??? 아니 오로에서 구걸하면 돈도 생
> > 기는 모양인감...난 하마트면 커피잔을 떨어뜨릴뻔 하엿다.
> >
> > 하여간 오로에서 구걸질을 하는건 나중에 자세히 따져보기
> > 로 하고 ...저인간이 오늘은 오랜만에 외출을 한다하네...
> > 머, 퇴직한 옛직장동료들을 만난다고 한다. 하루종일 컴앞
> > 에 쭈구리고 잇는거보다 그래도 친구들만나 백수 탈출방안
> > 을 논의해 보는것도 좋겠다싶어 거금오만언을 쥐어 내어보
> > 냈다.
> >
> > 그런데 밤열두시가다되어가는데도 이인간이 들어오질 않는
> > 거다.
> > 무슨 사고라도 당한건 아닌지 걱정도 되지만, 술취해서 비
> > 틀대는 꼴을 동네 예편네들이 볼까봐 겁이나서 아파드정
> > 문입구까지 마중을 나가 보았다.
> > 아니라다를까...비틀대며 그인간이 나타난다.나는 얼렁 뛰
> > 어가 그인간의 겨드랑이를 틀어쥐고 집으로 끌고 들어갔다.
> > 앞으로는 이인간에게 절대로 과하게 용돈을 주지 말아야쥐.
> > 용돈점 생기면 늘 이렇게 술이 떡이 된다니까...
> >
> >
> >
> > 어느덧 백수생활 1년째
> >
> >
> > # 백수
> >
> > 오늘은 고교동창 넷이서 부부동반으로 만나는 날이다.
> > 솔직히 말해서 나가기가 쫌 거북하다. 한넘은 변호사이고
> > 한넘은 칫과의사이다. 그리고 또 한넘은 요즘 북경에다가
> > 식당하나 차리겠다고 뻔질나게 중국을 오간다. 온전한 백
> > 수는 나하나 뿐인것이다. 그렇다고 몇십년째 이어오는 만
> > 남을 자꾸만 피할수만도 없고...지난 연말에도 이핑계,저
> > 핑계로 빠졋는데...또 빠질수는 엄고...좋다, 내가 머,죄
> > 지은것도 아니고...나가잣,
> > 아내가 기죽지말라고 삐씨카드를 내손에 쥐어준다.나는단
> > 디 결심했다. 오늘 술값을 내가 이카드로 긁는다면..나는
> > 미친넘이닷!!!
> >
> > 식사시간내내 나는 술만 퍼마셨다. 나머지 세눔들도 가급
> > 적 나를 키逆甦獵째?고마왔다. 식사가 끝나고 근처에있
> > 는 노래방으로 이차를 갔다. 나에게 마이크가왔을때 나는
> > 비교적 부르기편한 눈물을감추고를 불렀다.신나게 불렀다.
> > 동창모임이란 참존거다.
> >
> > 아,무척 취한다.깜빡정신을 놓았다가차려보니 차안이었다.
> >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아내는 내가잠에서깰세라
> > 조심조심 서행운전하고 있었다. 아내가 무척고마왔다.
> >
> > #그의 아내
> >
> > 남편은 그저 술만 퍼마셨다.좋은안주도 많건만...흐이구,
> > 저 미련한 인간같으니...
> > - 아직 쉬고계셔?
> > 영석이 엄마가 내귀에 조대이를 박고는 속삭였다.저이가
> > 놀고있는것이 마치 고소하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나쁜년!
> > 그래 우리남편 아직까지 백수다... 그러나 우리집엔 내가
> > 있다.나, 남편에게만 기대서 놀고먹는 네년들과는 다르다.
> > 나는 전문직의 라이선스를 갖고있는 파워우먼이라 그말이
> > 다.내가 이제부터 우리집을 책임진다.그리고 열심히 일한
> > 우리남편은 은퇴생활을 즐길꼬다.알긋냐, 요년들아...
> >
> > 이차로 근처의노래방을 갔다.그런데 시간이흐를수록 남편
> > 의 행동이 점점 수상쩍어 간다. 화장실을 자주 가는거다.
> > 저인간의 특기는 화장실가는척하며 술값을 계산하는거다.
> > 테이불을 슬쩍훑어보니 술값이 장난이 아니것다.국산양주
> > 두어병에 마른안주,과일안주하며...만약 저인간이 제분수
> > 도 모르고 술값을 카드로 긁기라도 하는날이면... 죽음을
> > 각오하랏~
> > 에이효~ 내가저인간의 기를살려주기위해서 집나올때 삐씨
> > 카드 쥐어주엇눈데...내가 괜한짓을...
> > 앞으로 카드는 아예 박박 찢어뿌려야지...
> >
> > 비이예 저어져 누운물에 저어져
> > 쑤우라린 카아스메에
> > 코오도오기 너엄쳐 너엄쳐
> > 내야아위인 카아수메 너엄쳐 후우른다아~
> >
> > 저인간이 오늘따라 왜저리 청승맞게 노랠잘하는거쥐?
> > 갑자기 내눈에 눈물이 쏘옥 빠져나올라카네... 얼른 화장
> > 실로 뛰어가 눈물을 콕콕 찍어내고 있자니 저인간이 측은
> > 하다는 생각이 들어 또자꾸만 눈물이 그치려하지 않네...
> > 짜고있는거 조년들에게 들키면 무슨망신이냐싶어 애를 먹
> > 었다.
> >
> > 집으로 돌아오는길, 옆좌석에 술에취해 축쳐져 졸고있는
> > 남편이 입가에 침을흘리고 있는걸 보자니 또 눈물이나네
> > 하여간 오늘은 저인간땜에 이래저래 눈물점 흘려야 하는
> > 날인갑다. 눈물이 시야를 가려 나는 서행운전을 할수밖에
> > 없었다.
> > 얼핏 졸음에서 깨어난 남편이 나를보며 헤벌쭉 웃는다.
> > 다시보니 참 착하기는 착하게 생긴 얼굴이다.
> >
> >
> >
> > 백수생활 2년
> >
> > # 백수
> >
> > 오전중에 설겆이와 집안청소를 깨끗이 해치웠다. 그리고
> > 베란다 화초에 물도 주었다. 아내가 신경을 안쓰게 오후에
> > 는 또 무슨일을 하여야하나 생각하여 메모를 해놓고는오로
> > 에 접속하였다.이젠 바둑두는것도 시들하여 졌다. 베팅...
> > 오로지 베팅할 생각뿐이었다.그러나 뽀인트가거덜났다. 할
> > 수엄다.앵벌이라도 해서 베팅허야쥐...언젠가 마누라가 앵
> > 벌이하는 나를 보고 질겁을 하기에 사실 앵벌이노릇하기가
> > 겁난다.
> > 마누라 퇴근까진 아직도 멀었건만,행여들킬세라 가슴을 덜
> > 덜 떨어가며 앵벌이를 시작하였다.
> > - 한푼줍셔어~ 덜덜덜, 춥고 배고파여..
> >
> > 머라구? 은퇴생활을 즐기겠다구? 팔도강산 유람이나하겠다
> > 구? 바둑이나 실컷 두어보겠다구?...
> > 다아, 한여름밤의 허황된 꿈이었어라...
> > 이크,마누라 퇴근할시간이 되어가네...얼렁 거실에 걸레질
> > 이라도 함 더해 놓아야지....
> >
> >
> > # 그의 아내
> >
> > 남에게서 월급을 받아 먹는다는게 얼매나 고달픈일인지 요
> > 즘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그런데 남편은 이고달픈 월급쟁
> > 이 생활을 30년이나 해오지 않았던가. 생각해보면 불쌍한
> > 사람이다. 가정의 행복을 위해 30년간 뼈빠지게 일하여 오
> > 면서도 힘들다는 말함마디 없이 묵묵히 일해온남편이 이제
> > 와 새삼 사랑스럽고 존경스럽다. 내가 그동안 그이에게 너
> > 무 구박을해온것 같다. 이젠 팔도유람도 해보라카고, 바둑
> > 도 실컷 두보라카고, 또 그머시냐 오로베팅뽀인트?그것 오
> > 로사장에게 담판해서리 우리남편에게 한보따리주라고 해야
> > 것다.
> > 오늘저녁엔 광어회나 쳐서 남편에게 소주한잔 대접해 드려
> > 야겠다.
> >
> > 불쌍한 사람...
>
>
> 글 잘 보았습니다.
>
> 참 재미있는 글 입니다.
>
> 감사 드리며...
>
>
> 링호른 드림
>
>
>
|
|
|
|
|
|
.gif){kind=logo}
이전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