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안의 봄비 갠 후 | 문학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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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의 봄비 갠 후
글쓴이 풍진객 조회 929

세상 인심 해마다 얄팍해져 가는데 그 누가 한양에 나그네 되게 했는가 이층 방에 밤새 봄비 소리 들리더니 긴 골목길 새벽녘 살구꽃 장수 지나가네 두루말이 종이 비스듬히 놓고 초서를 쓰다가 밝은 창가에서 손수 차를 타네 흰옷 입은 이 바람 먼지 탓하지 마시게 그래도 청명절에는 집에 가게 된다네 육유. 시인 육유가 남송의 서울인 항주에서 나그네의 몸으로 쓴 시이다 타향에서 밤비 내리는 날 세상의 모든 것이 젖고 시인의 마음까지 젖는 밤. 몸을 뒤척이며 잠을 청해 보지만 이룰 수 없어 밤을 지새운다. 밤새 백 리 길을 걸어온 듯 길고도 먼 시간이 지나고 회색빛 새벽이 밀려오면 골목길에 행상의 외치는 소리 들려 온다. 어쩌다 나그네 신세가 되었는가 다소 원망 섞인 어조이지만 타향살이의 적적함과 무료함을 글을 쓰고 차를 마시며 풀어 간다. 현암사에서 펴낸 "中國茶詩"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