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종이 접기  





이른 출근길, 왠일인지 지하철 안이 한산했습니다. 

그래서 덕분에 오랜만에 앉게 되었지요. 

편안히 앉은 김에 모자란 잠을 잘까 하다가 괜한 호기심이 일어 주위를 가만히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지친 듯 보이고, 얼굴마다 하나같이 표정 없이 뚝뚝하더군요. 

한 사람 한 사람 보다가 마지막으로 제 바로 옆에 앉은 분을 흘끔 쳐다보았습니다. 

제 바로 

옆에는 은빛 머리카락의 할아버지가 앉아 계셨습니다. 

그런데 아주 색다른 풍경에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주름진 할아버지의 손이 아주 작은 종이를 빙글빙글 돌려 

가며 종이 접기를 하고 계셨거든요. 

제 시선을 느꼈는지 "아가씨도 한번 해볼텨?"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작고 아담한 종이 나팔꽃을 저에게 선뜻 건네셨습니다. 



"우리 손주가 알려줬어.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접고 있다우. 

거북 접기가 제일 힘이 들어. 나팔꽃은 스물네 번만 접으면 되는데, 

거북이는 마흔네 번이나 접어야 

하거든."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 왔습니다. 

나도 나중에 나중에 이 할아버지처럼 나이 들었 

으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의 쇠퇴해 가는 기억력을 위해 어린 손주가 

종이 접기를 가르쳐 드리고, 그것을 기꺼이 배워 곱게곱게 차근차근 접으며 작

은 것 하나에서도 행복해하시는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의 만족스러운 미소가 저를 

부끄럽게 했습니다. 



타인에게 말 거는 게 좀처럼 쉽지 않은 요즘, 

저는 점점 메말라 가는 제 마음을 

다스려 봅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처럼 이런 제 마음을 촉촉히 적셔 주는 

좋은 사람들이 있어 날마다 하루 종일 좋은 날입니다! 



- 좋은생각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