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喪家)에 모인 구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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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喪家)에 모인 구두들」
글쓴이 검은숲 조회 2935

「상가(喪家)에 모인 구두들」 저녁 상가(喪家)에 구두들이 모인다 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 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 젠장, 구두가 구두를 짓밟는 게 삶이다 밟히지 않는 건 망자(亡者)의 신발뿐이다 정리가 되지 않는 상가(喪家)의 구두들이여 저건 네 구두고 저건 네 슬리퍼야 돼지고기 삶는 마당가에 어울리지 않는 화환 몇 개 세워놓고 봉투 받아라 봉투, 화투짝처럼 배를 까뒤집는 구두들 밤 깊어 헐렁한 구두 하나 아무렇게나 꿰신고 담장 가에 가서 오줌을 누면, 보인다 북천(北天)에 새로 생긴 신발자리 별 몇 개 ▶ 시_ 유홍준(1962~ ) 경남 산청에서 태어났다. 1998년 『시와반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시집 『상가(喪家)에 모인 구두들』『나는, 웃는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