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기에 오고 싶은 이유는

김태진(명성기원 원장)

내가 여기에 오고 싶은 이유는
추운 겨울을 지내고 봄을 맞는 새싹처럼 기다림의 설레임이 있기 때문이고
승부를 논하며 대국을 기다리는 무척이나 소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를 보내고 여기에 와서 바둑판을 바라보는 것은 함축된 인생의 의미가
361로에 담겨 있기 때문이고 내가 짜릿하게 느낄 수 있는 수많은 우주의 변화가 화폭처럼 담겨 있기 때문이다.

늦은 밤에 홀로 스치는 과객처럼 살짝 다녀가 본적도 있는 이유는
오지 않으면 안 될 보고픔 때문이고 들르지 않으면 왠지 허전한 내 가슴에 싹트는
은빛 여울과도 같은 애틋한 바둑의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 뇌리에 스치며 지나가는 반상의 사연들....
실수로 인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때로는 최선을 다하며 일국을 마치고 흐뭇한 결과를
만끽한 통쾌한 승리감이 있기 때문이고 내 자신이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성취감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면 반가운 친구처럼. 함께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상대와의 회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늘 내가 오고 싶다는 신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얄팍한 지갑을 채워주며 즐거움을 주는인심 좋은 단골손님과 짝이 있기 때문이요, 화통한 웃음을 터트리며 잔을 대고 망우지락(忘憂之樂)할 수 있는 사람과 사랑방 같은 정겨운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또 하루가 가는 문턱에서 퇴근을 하자마자 이리로 오고 싶은 이유는 직장이나 사회에서 느낄수 없는 같은 취미의 동질감을 사심 없이 만끽 할 수 있는 동호회의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다.

깨끗이 정돈된 아늑한 ^&^ 기원에서 내 마음의 뜻을 반상 위에 야심차게 뿌려대는 패기가 완강하고 묵직한 상대의 기세에 밀리기도 하는 심정을 숨길 수 없지만 도전과 극복의 정신으로 판세를 뒤집으며 성취를 이루어 가는 무지갯빛 인생이 자리 잡고 있으므로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더욱 빛나게 하는 여기를 사랑하고 싶다.

바둑을 좋아하고 만나는 사람들이 편하기만 한 우리들만의 공간을 내 인생의 휴식처로서 간직하고 싶다. 그 것이 바로 내가 여기에 오고 싶은 이유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 명성기원  전화 : 990- 1259 (창동역 1,4호선 1번 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