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타이젬 게시판에 올렸던 글을 올려 봅니다
 

며칠전 게시판에서 늘사랑 동호회에서 온라인 바둑 대회를 연다는 공지를 보았습니다. 바둑은 한 40여년 두어왔지만 대회에 나간 기억은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신청을 했습니다. 5단조로 ^^ 신청을 하고 대회일을 기다리며 한판, 두판 두다보니 어라 ... 강자를 많이 만나서 그런지 강단이 되어버렸습니다. ㅠㅠ

신청은 5단으로 하고 시합은 4단으로 하면 엄청 눈치 보일 것 같아 열심히 두었지만 다시 원상 복귀는 안되고 시합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첫날은 늘사랑대회 운영자님이 말한 것 처럼 "아이큐 30"이하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불참을 하셨습니다. 덕분에 부전승으로 올라갔습니다. ^^

다음날 2차전이 시작되었는 데 마음을 비우고 둬서 그런지 운좋게도 이기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3차전에 참석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만 이기게 되면 정회원권 한달이 보장되는 나름 의미 있는 대국이었습니다. 한참 두어 나가다가 이제 대충 둬도 된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연결만 한다고 둬 버렸는 데 이게 왠 일 입니까? 덜컥수 였습니다. 한줄 오른쪽으로 놓았으면 되었을 텐데 ....

두고나니 갑자기 얼마전에 읽었던 역수가 생각이 났습니다. "경적필패" ... 

지천명의 나이에 불혹의 교훈도 아직 깨닳지 못하고 있으니 스스로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설하고 타이젬에서 연재되고 있는 역수에 대해서 한번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아니 역수를 빙자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해 보고 싶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상당한 얘기입니다. 이런얘기를 왜 이제서야 읽게 되었는 지 하는 안타까움과 아껴두었다가 먹는 과자 처럼 맛나게 읽었다는 안도감이 동시에 드는 글 이었습니다. (타이젬에서 연재를 보고 책을 구했지만 절판되어 중고서점에서 운좋게도 초판을 구했습니다)

대강의 줄거리는 책 처음에 시작되는 '정' 국수의 타계로 남겨진 벽송이라는 이름의 비자 바둑판과 한장의 기보를 시작으로 시대를 넘나들면서 선대의 바둑에 얽힌 얘기를 풀어 나가는 내용이지만 그 이면에는 작가가 생각하는 삶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그런 글 입니다

제목 역수에서도 금방 눈치 채셨겠지만 이리저리 떠도는 물 ... 뭔가 무상이나 허무의 느낌이 오지 않습니까?  바둑이 보편화 되기 전의 국수들에 대한 계보와 그들의 영웅담 설숙 도장, 노비 집안의 국수보다 더 뛰어난 기객, 흐르는 세월속에 잊혀져간 그들의 얘기들 ...  

비슷한 류의 영화로는 '일본의 철도원' 미국의 포레스트 검프' 중국 패황별희'가 있지만 그 얘기들은 한 개인에 촛점이 맞춰져 있지만 역수는 몇 대를 걸친 얘기이니 스케일이 더 크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천지불인(天地不仁)의 사상이 깊게 베어있는 멋진 글이었습니다.

무협소설로는 예전 하이텔에서 전설적인 표류공주가 있습니다. 왜 갑자기 무협 얘기가 나오냐구요? 4-50대 정도의 나이에 바둑을 두시는 분들은 많은 분들이 희안하게도 무협소설을 좋아하는 분이 꽤 많더라구요(내 주변만 그런가? ^^)
  
또한 바둑과 무협은 어느정도 유사성이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구요, 고스트 바둑왕에서 나오는 신의 한수나 무협에 나오는 절대고수의 경지나 서로 비슷한 어떤 불변의 그런 것을 바라는 생각 때문이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굳이 이 무협의 글을 얘기 하는 이유는 이 글과 그 글의 느낌이 너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사십대에 글을 처음 완성한 것이며 가증스럽게(?^^)도 한분은 바둑을 빙자하고 또 한분은 무협을 빙자하여 인생과 사랑을 얘기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표류공주(漂流空舟:이리저리 떠 다니는 빈 배)라는 제목만 보면 조금 이상하고 내용도 그리 가볍지는 않지만 하이텔의 백만 독자가 환호하던 글이었습니다. 마지막의 부분 일월병승; 달과 해가 동시에 뜨지 않으면 우리는 만날수 없다는 부분은 지극히 통속적인 결말이었지만 묘하게도 그 얘기의 결말로는 딱 들어 맞았습니다

 
역수의 마지막 부분 그 많은 사연을 담은 비자 바둑판을 선대와 이어줄 마지막 해봉선사와 함께 귀천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 

두분 작가의 결말들이 '무상'으로 결말이 났었는 데 지금 다시 쓴다면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