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반상 미학에 빠져드는 인류 [반상 문명사 2부]
AI의 반상 미학에 빠져드는 인류 [반상 문명사 2부]
[기획/특집] 김수광  2026-02-16 오후 00:37   [프린트]
▲ 인간의 '직관'에만 속한다고 믿어지던 바둑의 감각은 더는 인간의 영역에만 그치지 않게 됐다. 이제는 연산과 학습을 거쳐나온 기계의 직관이 새로운 미학을 제시하고 있다. [AI이미지]


【알파고 10주년, 인간 직관과 기계 창의가 교차한 반상 문명사】

인간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직관은 AI의 연산 속에서 눈을 떴다.
그렇게 바둑은 더는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지만 여전히 인간의 이야기다.
알파고 이후의 세계를 되짚어보며 알파고 10주년을 맞이한다.


1부: 두뇌를 닮은 기계, 바둑에 내민 도전장
2부: AI의 반상 미학에 빠져드는 인류
3부: 기계에도 직관은 있는가
4부: 지도에 없는 낯선 길, 단숨에 무너진 AI
5부: 재생 버튼을 누른 순간, 선사에서 미래까지 단 72시간
6부: 4선의 재발견…달라지는 인간 이론
7부: 감탄 낳는 완벽함, 울림 낳는 흔들림





[2부] AI의 반상 미학에 빠져드는 인류

[그림10] 이세돌-알파고 딥마인드 챌린지 2국에서 백미는 상당히 높은 곳에서 이뤄진 어깨짚기였다. 알파고의 어깨짚기에 구리 9단은 완전히 매료됐다. 정말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이세돌 9단은 당시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이 수를 보고선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그만큼 인간은 이런 수법을 시도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2025년, 이세돌 9단은 이 수에 대해 “당시의 알파고는 사람 바둑을 학습했다고 하니 이것은 일종의 ‘응용’이었던 것 같다. 듣자니 인공지능 학계에서는 이 수가 정말 의미가 큰 수였다고 하더라”고 말한다.
흑1은 중앙지향적이었다. 알파고가 중앙을 중시한 것은 납득할 만하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A 혹은 B와 같은 지점들이 좋은 활용 수단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면 그 수들과 함께 1은 잘 어울려 보인다.

[그림11]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3국. 이세돌의 흑1은 근거를 빼앗는 수법. 알파고의 2는 인간 바둑에서 배운 것 같다. 가벼운 행마.

▲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특별대국장으로 향하고 있는 이세돌 9단.경호원이 둘러쌌고 취재진이 구름처럼 몰렸다.

▲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대국했다. 알파고의 착수는 아자황 박사가 했다.

[그림12] 당시의 알파고는 A로 받고 싶다고 한다.

[그림13] 지금의 인공지능들보다는 안정을 추구했던 것 같다. 6까지 진행되고 나면 0.2% 정도 흑의 승리 확률이 떨어지지만 이 정도는 감안하는 것 같다. 참 견실하다.

[그림14] 오늘날의 인공지능도 흑1을 추천한다. 이세돌의 수법과 같다. 그러나 그 다음 생각은 전혀 다르다. 백은 우선 2로 가르게 되는데…

[그림15] 6까지 진행되자 이세돌은 더는 백을 공격할 수가 없게 되었다. 초창기 알파고도 정말 전투가 강했다.

[그림16] 귀가 너무 약해졌기에 1로 지켰는데, 4까지 진행되자 백은 A, B를 맞보아 쉽게 타개한다.

[그림17] 실전이다. 6까지 이세돌은 초반 전투에서 뼈아픈 실패를 당했다.

[그림18] 오늘날의 인공지능도 흑세모와 백세모의 진행까지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흑A로 계속 싸우자는 뜻은 아니라고 한다. 그건 흑이 엄청나게 불리한 전투라는 것이다.

[그림19] 9까지가 서로가 균형을 이루는 변화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싱거워 보이기도 하지만 ‘조화’라는 것이 바둑의 본질 중 하나이니 이해가 가는 듯도 하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첫 대국(이세돌-알파고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1국)을 본 최철한 9단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박영훈 9단을 포함해 프로기사 여럿이서 검토하면서 봤는데, 진짜 다들 충격 받았다. ‘정말 세다’, ‘말이 안 되네’를 연발했다. 일곱째 수부터 안 좋았다”고 했다. 극초반에 바둑이 안 좋아질 수 있는가 하고 묻자 최철한은 “포석이라는 것은 무서운 것이다. 알파고가 영리하게 싸우면서 이세돌 9단을 몰아세웠고 결국 우세를 잡았다”고 했다.

신예였던 신진서는 “처음에는 ‘어, 재밌네’ 하다가 지금은 충격을 받은 상태다’라고 했다. 사람의 직관에서 비롯된 창조적 플레이 같은 것이 알파고한테서 보였나 라고 묻자 “행마는 괜찮았다. 판후이 2단과의 대국 때도 감각이 좋다고 생각했다. 전투적이란 느낌도 받았다. 심지어 그것도 먼저 싸움을 거는 스타일이다”라고 했다.

머신러닝을 접한 바 있던 김지석 9단은 “내가 생각했던 범위를 벗어났다. (알파고의) 수준이 높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나는 혹시 인간이 손 써볼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지 않을까 하는 가정까지도 했는데, 오늘 보니 알파고도 실수를 한다. 적어도 인간 쪽이 숨도 못 쉴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구글 딥마인드社가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프로기사들의 전망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흐를 조짐이었다. 대국이 벌어지기 이전, 최규병 9단은 “알파고가 프로기사들과 상대하려면 2~3점을 먼저 놓고 두는 접바둑이 적당해 보인다”라고 전망했고, 이세돌 9단 본인은,알파고가 정선으로 또는 그 이상 놓아야 하는 차이로 보고 있었다.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1국을 앞둔 하루 전 MBC와 인터뷰 할 때만 해도 이세돌은 여유를 보였다.
“역시 아직은 인간의 직관이나 이런 감각들을 인공지능이 따라오기엔 약간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해서 자신감이 있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이번에 알고리즘에 관한 설명을 들으니 직관은 어느 정도 모방이 가능하겠다. 조금 긴장해야 될 것 같다. 5대0까지는 아닐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며 “정말 숱한 대국을 해왔지만 정말 이런 생소한 느낌은 처음인 것 같다. 보통, 사람과 사람이 둘 때는 상대방의 기운이라든지 기세를 읽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대국에서는 그런 것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혼자 두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바둑의 아름다움, 인간의 아름다움을 컴퓨터가 이해하고 두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바둑의 값어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게임에서는 꼭 인간의 그런 걸 지켜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 고심하는 이세돌 9단.

▲전 세계 취재진을 상대로 해설이 제공됐다.

그러나 그 후 10년이 되어 가는 지금, 이세돌은 이렇게 말한다.
“알파고는 한 수에 50초 제한시간이 있었다. 인공지능은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므로 초반에 오류가 날 것으로 봤다. 바둑판이 빈 초반일수록 경우의 수가 많아지니까. 그래서 초반에 승부를 걸었다. 인공지능은 초반에 제일 강했다. 인간은 초반에 직관으로 두는데, 인간의 직관은 인공지능의 연산을 당할 수 없었다”(2025년 8월22일 중앙일보 손민호 기자와의 인터뷰)

이세돌은 2016년과 2025년 두 번의 인터뷰에서 모두 ‘직관’을 이야기하고 있다. 대결 전에는 인간만이 직관을 가지고 있으며 알파고는 그것이 없어서 인간을 이길 수 없다고 봤는데, 세월이 흐른 뒤 보니 사람이 인공지능의 연산을 당해낼 수 없어 결국 질 수밖에 없었다는 게 이세돌이 한 말의 대의요약이다. 창의성이 직관에서 나온다고 본 것이고, 그것은 인간만의 것이라고 이세돌은 생각했다. 또 ‘연산’을 직관과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세돌은 인공지능 전문가가 아니기에 정확한 개념을 알고서 언급한 것이 아닐 수 있지만, ‘직관’을 언급한 것은 엄청난 함의를 지녔다. 이세돌 9단은 의도치 않게 ‘알파고에서 챗GPT에 이르는 기술 폭발에 있어서 핵심이 되는 중대한 단어를 말해 버린 것이었다. 충격을 풀기 위한 실마리가 될 수 있고, 오늘날 인공지능을 우리가 어떻게 대하고, 그것과 함께 살아가야 할지를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말일 수 있다.

기계에도 직관은 있는가 [반상 문명사 3부] 로 이어집니다.


┃꼬릿글 쓰기 동감순 | 최신순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 띄어쓰기 포함 1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200바이트)
대국실 입장 대국실 다운로드
  • 정회원 가입
  • 오로볼 구매
  • 포인트 리필
팍스이스트 3단 10조4209억
자작나무♡ 5단* 4조421억
바벨탑 1급* 2조6308억
운명아비켜 4단* 2조6210억
한솔현현로 7단* 2조1336억
충청도요정 24급* 1조8575억
해봤어 1단 1조6596억
목검향 10급* 1조5506억
xyz123 7급* 1조5260억
우리영준 6단* 1조4429억
비비빅 11급* 1조4399억
입영전야愛 4단 1조2988억
인기상품
  • 플래티넘 패키지

    플래티넘 패키지

    오로볼 500개

  • 겜바타 패키지

    겜바타 패키지

    오로볼 100개

  • 파워 종합세트

    파워 종합세트

    오로볼 100개

  • 스페셜종합세트A

    스페셜종합세트A

    오로볼 5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