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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알파고 대응 맞춤형 포석?
구라 사범과의 야설(夜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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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 지거나 다 이기거나.” (대결 전) → “이제 5대5의 승부.” (1국 패배 후) → “한판이라도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2국 패배 후) ‘인간대표’로 나선 이세돌 9단의 임전소감이 판판이 달라진 것만큼이나 팬들이 받은 충격도 컸다. 이렇게 둬도 안되고 저렇게 둬도 역부족인 이9단의 안쓰러운 모습을 보면서 인공지능(AI) 알파고의 존재가 마치 터미네이터처럼 다가와 소름끼쳤다. 과연 알파고는 어떤 전략도 통하지 않는 무적인가? 예상 밖의 2연패로 일찌감치 막판에 몰린 이세돌 9단이 2국을 마친 날(10일) 친한 후배들과 머리를 맞대고 새벽 6시까지 알파고의 바둑을 분석했다고 한다. 이제 시리즈를 이기는 건 차후 문제가 되었고 바둑계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1승을 올려야만 하는 간절한 처지에 놓였다. ○● 이세돌, 후배들과 밤샘공부..알파고 깰 비책 찾았다 ☜ 클릭 후배들과 밤새 궁구한 비책이 ‘패’라고 한다. 알파고가 의도적으로 패를 회피해서인지 앞서 두 판에서 한번도 패가 출현하지 않았다. 이 또한 궁금증을 일으키게 하는 대목이다. 오죽했으면 커제를 비롯한 중국기사들이 현장 중국기자를 통해 “혹 패를 하지 않기로 한 이면 비밀계약이 있느냐?”고 물어보게 할 정도였다. 인간대표로 나선 이세돌 9단의 연패에 그들도 큰 충격을 받았고, 국경을 떠나 어떻게든 바둑의 자존심을 세워야한다는 초조한 마음이 이런 해프닝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9단은 중국기자의 질문이 터무니없어서인지 질문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서인지 “그건 모르겠고...3판이 남았다. 한판이라도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커제 9단은 자기 블러그에 형세가 불리한 이세돌 9단이 2국 끝내기 단계에서 패로 버티는 참고도까지 그려 보이며 “이세돌은 왜 이 질문에 정확하게 답하질 않나?"라는 글도 올렸다. ○● 뿔난 커제 "나라면 이긴다." ☜ 클릭 커제의 불만은, 이9단이 형세가 좋지 않은데도 패를 결행하지 않고 바꿔치기했는데 이는 무난히 지겠다는, ‘안락사’를 선택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거다. 평소의 이세돌의 실력을 헤아리면 결코 납득할 수 없는 진행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커제의 제기대로 패를 결행했으면 어찌되었을까? 홍성지 9단이 이 장면을 면밀히 검토해 봤다고 한다. 그 대목에서 이9단이 패를 결행해도(패감이 많다고 할 수도 없다) 알파고(흑)가 (적당히 패싸움을 하다가, 아니면 어떤 패감에도 응수하지 않고) 빵빵 따내 패를 해소해 버리면, 이9단이 패의 대가로 그 어디를 취한다고 해도 이미 뒤집을 수 없는 승부라는 것이다. 이땐 초읽기에 몰린 상황이기도 하고. 천하의 커제가 이를 모를 리 없을 테고, 불리한 판국에 이렇게라도 변화를 구해봐야 하지 않냐는 거다. 이세돌의 무서운 반발정신(흔들기)이 실종된 데 대한 질책과 실망감을 동시에 드러낸 것일 테다. 이제 한판, 오늘(12일) 3국은 이세돌 9단의 기사인생에서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한판이다. 넉넉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그닥 부담 없이 응했던 대결이 창졸간에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싸움으로 변했다. 지켜보는 인간 관전자들의 마음 또한 다를 것이 없다. 밥맛을 모르겠고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운명의 한판을 앞둔 전야(어젯밤 저녁), 어쩌다 보니 ‘김구라 사범’(입심 좋은 김성룡 9단의 별명)과 한국기원 기자실에 단 둘이 남게 됐다. 한잔할 기분도 아니고 피차 마땅히 갈 곳도 없어, 이른 바 늦은 밤까지 나눈 ‘야설(夜說)’이다. 이 중 한편 황당한 듯하면서도 한편 그럴싸한 구라 사범의 ‘썰’이 귀를 잡아챘다. 이런 걸 보면 참 기상천외한 면이 있다.  ▲ <장면1> 먼저 <장면1>의 흑1의 아낌없는 선수교환에 대해 김만수 8단이 알파고의 사고체계를 분석한 글을 보시기 바란다. ○● 김만수 8단 "알파고의 사고, 인간 이론 체계 내에 있어" ☜ 클릭 그간 인간의 관점에서 흑1의 즉시 교환은 완착이라 판정했다. 후일 A에 둘 수도 있으므로 아껴두는 것이 효율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알파고는 승률 기대치를 계산해 이렇게 두는 게 승률이 높다고 판단했을 때 과감하게 결행한다. 이것이 김만수 8단의 분석이다. 같은 정석 장면을 놓고 김구라 사범의 견해는 김만수 8단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달랐다. 흑은 결국 1과 A 두 곳을 두게 되는데 통계를 내보니 흑1의 수가 훨씬 많이 두어졌고 또 승률도 높았다. A는 별로 두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미련없이 흑1을 결행하여 경우의 수를 줄이는 쪽, 그러니까 바둑판을 조금이라도 좁혀서 변수의 여지를 줄여놓는 방향으로 착점을 결정하는 듯하다는 얘기다. 승률기대치가 높은 쪽을 택한다는 김만수 8단의 말이나 경우의 수를 줄이는 쪽으로 착점하는 거 같다는 김구라 사범의 견해, 그게 그 거인 듯하지만, 어쨌든 지금부터 설명하는 패에 대해, 김구라 사범의 시각은 ‘경우의 수’에 꽂혀 있다는 걸 주지하고 보셔야 이해하기 쉽다. 김구라 사범이 3국을 앞두고 가장 궁금해하는 대목은 이렇다. 인간끼리 바둑에서 패가 등장하는 이유를 구라 사범은 “패는 미지의 세계다. 미지의 세계는 두려움을 동반한다. 그런데 패는 기세가 충돌할 때 많이 나온다. 의도적이라기보다(작심하고 패를 두겠다고 하여 나오는 거보다)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서 기세충돌의 결과로) 우연에 의해 보통 출현한다.”  ▲ <장면2> 3국은 이세돌 9단이 흑을 쥐고 둔다. 백이 양화점을 펼쳤을 때 승률이 가장 높은 통계치를 보였다 하여 알파고는 백번일 때 양화점 포석을 주로 쓴다. 그렇다면 이렇게 둔다고 가정할 때 초반 포석단계에서 의도적으로 패를 만든다면, <장면2>가 있다고 구라 사범은 목에 힘주어 말한다. 확률적으로 흑1에 백2 날일자의 응수가 가장 무난하고 많이 쓰이기에 알파고도 이렇게 받을 가능성이 높고 이때 흑3, 5로 패모양을 유도한다는 거다. 여기서 백의 응수는 A, B, C가 있다. A로 바로 결행하는 것은 인간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온 수법이다. 이것은 백발백중 패싸움에 돌입하게 된다.  ▲ <장면3> 흑6-▲의 곳 따냄 <장면3>이 이후 예상도다. 백5로는 ▲ 자리를 꽉 이어 패를 해소할 수도 있고 이처럼 한번은 받아주고 흑이 ▲에 때릴 때 백7로 한껏 패를 키울 수도 있다. 초반무패라 했다. 이후 흑이 어디에 패감을 쓰든 백은 빵빵 때려내버린다. 흑을 쥔 인간이 이처럼 곧장 패를 결행하지 않는 건 초반 리스크가 매우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상대는 기계다. 지금껏 인간의 바둑상식으로 재다가 여러번 낭패 본 걸 상기할 필요가 있다. 만약 알파고가 패싸움에 약점이 있고 이를 극도로 꺼려한다면 앞서 <장면2>의 백B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흑D에 백A면 패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므로 이런저런 변수를 없애고자 백C로 꽉 잇는 수가 가장 유력하다.  ▲ <장면4> 김성룡 9단이 하나의 안으로 제시한 알파고 대응 맞춤형 패전략 포석 그렇다면 <장면4>의 포석 어떠신가. 알파고가 백1로 패를 회피한다면 좌하변 또한 흑2 이하로 결정짓고 흑8로 판을 넓게, 크게 펼치는 전략. 알파고 대응 맞춤형 포석이라며 구라 사범이 득의양양한 얼굴로 쓰윽 쳐다본다. 발상의 요점은, 패의 관점에서 보면, 패를 하면 경우수가 좁혀지지 않으니까...이런 포석으로 반상의 경우수를 줄이지 않은 채, 오히려 경우의 수의 여지를 남겨둔 채 전선을 확장하는 거, 이것이 알파고의 가치결정과 판단을 흔드는 거고 중반에 들기 전 초반에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전략이라는 거다. “이거 어떠신가? 말 되지 않나요?” 말이 되는 듯도 하지만 왠지 ‘구라빨’에 휘둘리는 기분이다. 해서 매우 황당한 표정으로 “에이~, 이거 무슨...(감히 바둑9단 사범님 앞에서 X수작이라고 말할 뻔했다.) 진짜 말이 된다고 생각해서 이런 장면도를 보인 거유?”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휴대폰으로 바둑판에 놓은 장면4의 사진을 찍더니 몇몇 후배들에게 곧장 카톡설문을 돌린다. 잠시후 카톡으로 이런 답신이 왔다. “이렇게 되면 조금이라도 흑이 득으로 보여...” 후배들의 의견은 나빠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다. 어차피 막판이고, 어차피 중후반이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초반부터 이런 식으로 의도적인 패작전을 짜봐야 하는 거 아닌지, 이게 김구라 사범의 생각이었고, 하수인 기자는 황당무계한 발상이라고 일축했지만 후배기사들은 전혀 황당한 얘기만이 아니라고 거들어주었다. 한 후배의 카톡이 가장 마지막에 까똑까똑 울려왔다. “저거 말고 패 만드는 포석 연구했을 거 같아요.” “나는 이거 말고 초반에 의도적으로 패 만드는 그림이 떠오르지 않네요. 그런데 리스크가 클 수 있다면 이세돌은 이거 말고 어떤 패 포석을 보여줄까? 내가 이처럼 하루를 고민할 때 이세돌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호텔방에서 TV를 볼 경황은 아니었을 테고 분명 알파고에 대한 오만가지 생각을 했을 텐데...이세돌이 혹 나와 같은 이런 생각도 하지 않았을까? 이건 너무 위험부담이 크고 승부가 결정될 수 있는 3국이라 주저할 테지만 이런 기발한 생각이 이세돌답지 않을까....” 설마 구라 사범의 알파고 대응 맞춤형 포석이 정말 선을 보일까? 그렇다면 김구라 사범, 대박 터뜨리는 거다. 그땐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천재라고 인정! 그래서 제발 우리의 인간대표 이세돌 9단이 반격을 실마를 찾게 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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