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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이세돌, 길들이려 하지마라"
진중권, 미학과 진화의 관점에서 바둑에 시선을 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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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외(外)고수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 "이세돌, 길들이려 하지 마라”‘ - 진중권, 미학과 진화’의 관점에서 바둑에 시선을 돌리다 독설(毒舌)의 제왕 진중권?! 그러나 자기 콘텐츠가 없는 사람이 단지 독설만으로 그리 유명해질 수 있을까? 바둑에서 탄탄한 기본기와 재주가 없으면 타이틀을 거머쥘 수 없듯이, 역시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주장을 내놓는 ‘미학과 인문학’에서 자기 ‘내공’없이 단지 ‘독설과 말재주’로만 그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진중권 교수(63년생 중앙대 독어독문 겸임교수)도 마찬가지다. 그의 콘텐츠를 가만히 보면 그다지 과격해 보이지는 않는다. 어느 땐 신선하고 어느 땐 재밌고. 어느 땐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그런 정도다. 물론 독설이 돋보이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때론 그의 콘텐츠 자체보다 단지 통쾌함을 위한 독설만 과도하게 편집되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것은 그를 이해하는데 부족함을 느끼게 한다. 그의 ‘내공’은 ‘그의 시각’이다. 또한 ‘그의 언어’이며 ‘그의 철학’이다. 다만 그의 내공을 표현하는 한 가지 스타일이 ‘독설(毒舌)’일 뿐이다. 그의 진정한 “시선”을 바둑 쪽에 한번쯤 머물게 하고 싶다. 월간바둑은 (2009년) 7월 9일 경기도 김포시 장릉부근 삼계탕집에서 진중권 교수를 인터뷰했다. 비가 억수로 내린 날이었다. 식당 앞에서 우산을 들고 담배를 한 대 피고 있는 진교수를 발견했다. 비가 너무 오는데? 자 모두 안으로 들어가자. 이제 인터뷰 시작이다. <<바둑부터 입맛 다시기>> ** 어떻게 지내시는가?-"탄압(?!) 받고 있다. 하하. 요즘 여기저기서 지인이나 ‘팬’들이 조심하라는 소리를 부쩍 많이 하신다. 구체적으로 주의를 주는 분도 있고, 잠깐 한국을 떠나 있다 오라 하는 분도 있고, 그렇다" ** 전화통화시에 ‘56급’이라 하셨는데, 진 교수님의 말이나 글에서 바둑을 비유한 것은 얼마 되지 않지만 상당히 정확했다. 또 '상아바둑알'을 소재로 한 것(D-war)이나 바둑의 속성을 거론한 것(미학 오딧세이) 등을 보면 아주 ‘대충’까진 아니고 어느 정도 바둑칼럼이나 바둑 글들을 관심 있게 보셨던 것 같다. 바둑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인지? "친척 동생과 바둑을 둔 적이 있다. 엄청 깔았던 것 같은데 끝나고 보니 내 돌이 남은 것이 없었다. 동생이 판이 끝난 후 내 기력을 "56급"이라고 정의 내렸다. 하하. 바둑을 두는 것보다는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다른 게임(스타크래프트 등)이나 당구 같은 것도 TV를 통해 볼 때가 있다. 그래서 어떤 패턴이나 방식을 유심히 관찰하는 게 좋다. 보다 보면 ‘해설을 저것보단 좀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한번은 이세돌 9단의 바둑을 식당에서 너무 재미있게 본적이 있다. 대 역전극이었다. 질풍노도랄까? 그런 느낌이었다. 미학과 관련해서 일본 쪽 바둑관련 칼럼을 가끔 봤다. 무엇이든 미학과 예술의 수준으로 올려놓는 일본이니까. 그러나 아주 깊이 있는 칼럼은 아니었다." ** 혹시 아시는 부분인지는 모르겠다. 조남철 선생이 해방 이후 한국기원을 세우면서 한국바둑의 목표와 가치는 "기도보국(棋道報國 바둑으로 나라에 보답한다)" 즉 "극일(克日)"이었다. 조남철 선생이 어떤 국가주의 개념을 가져서가 아니라, 그 시절 젊은이들이 가진 자연스러운 현상 같다. 거리에서 더럽고 꾀죄죄한 꼴로 구걸을 하는 것은 모두 조선인이었고, 세련되고 깔끔한 옷을 입고 근대적인 생활을 하며 조선인을 깔보던 게 일본인이었으니까. 일본에서 바둑 공부를 하다 다시 한국으로 건너온 것도 그런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극일’의 가치관은 바둑에선 이미 성취됐다. 조훈현 9단이 자신감을 심어줬고, 이창호 9단이 극일(克日)을 완성한 것은 물론 한걸음 나아갔다. 세계1인자가 된 것이다. 더 이상 바둑실력에서 콤플렉스를 느낄 필요가 없어졌다. 막강한 일본기사들을 상대로 비장미를 풍기며 달려들던 시절이 어느 순간 완전히 끝난 것이다. 따라서 (일본 혹은 중국을 상대로 한) 승부사들의 비장한 미학도 분명 더는 감동이 일지 않는다. 원래도 그랬지만 이제 승부의 본질, 즉 승리가 가장 큰 미덕. 가장 큰 가치가 됐고 가장 현실적인 부분으로 등장했다. 한국 바둑계는 이전의 "기도보국(棋道保國)"은 그냥 둔다하더라도 일단 다른 가치를 품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승부에는 강해졌지만 그 시절의 감동은 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일반론으로서의 어떤 미학적 가치관이나 그런 것을 제시할 수 있을까? (바둑은 스포츠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일반적인 스포츠의 정신, 더 높이, 더 빨리, 등의 구호에서 나타나는 인간신체에 대한 미적인 가치가 결정적으로 바둑 등의 마인드스포츠에는 없다. 그래서인지 약간은 허전하다. 스포츠로 인정을 받아도 육체스포츠의 감동은 없기 때문이다.) "어려운 질문이다. 나한테 던질 질문이 아닌 것 같다. (어렵다고 하여 다른 질문을 하다, 재차 질문했다.) (질문 속에) 이미 답이 나와 있는 것 아닌가? 크게는 우리나라의 경제수준과도 관련이 있었을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아내(일본인, 독일유학에서 만나 결혼)가 일본과 비교해 한국 신문에서 많이 보는 단어가 ‘세계 제일’이란 말이었다. 그 말이 너무 많이 나오니까 이상해 하기도 하고, 재밌게 농담을 하면서 웃기도 하더라. 우리 능력이 상당수준 이상이면 세계제일이란 말을 할 필요가 별로 없어진다. 남의 눈을 의식하는 것도 그렇고, 열등감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그때 더 쓰게 됐을 것이다. 경제수준도 높아지고 한국바둑의 수준이 높아졌으니까 이제 예전 방식은 유치해 보일 것이다. 재미도 없을 테고. 그렇다면 이기고 지는 승부도 중요하지만 이제 남는 건 그 자체의 미학과 철학이다. 바둑도 국적에 관계없이 프로기사를 평가하고 즐기는 수준으로 올라가야 하는 것 아닌가? 대부분의 스포츠도 그렇다. ‘기능과 기술’의 차이가 있다. 기능은 단순히 익숙해지는 것이고 기술은 그 기능을 조직화하는 것이다. 단순히 이긴다는 것은 기능적인 것인데 승부에 집착해 이기는 것만 강조하면 꼼수든 뭐든 다 되고, 그것에 대한 부끄러움도 없어질 것 아닌가? 바둑이 ‘정신적 유희’일 텐데 이를 ‘고상한 정신적 유희’로 높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정신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 예술적인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보다 더 필요해 보인다. 미학과 철학이 도움이 될 것이다." 진중권의 느낌 ** 진 교수님의 저서나 내용을 보면 마치 '사회과학, 혹은 사회사상사'를 보는 느낌이 날 때가 있다. 무척 상쾌하기도 하다. 마치 음, 사회학자나 미래학자 같다. 왠지 대학신입생 시절 들었던 ‘인류 불평등의 기원을 논하시오’라는 질문이 생각나기도 한다. 오귀스트 꽁트, 뒤르껭, 마르크스, 엘리아스, 등 다른 베스트셀러 인문저서에서 잘 나오지 않던 인물들의 이야길 보니 "어~!"하는 느낌도 있었다. 사회학이나 정치학 등을 전공한 사람의 느낌이 든다. "각 학문간 구별이 사라지고 있다. 인문학(人文)이란 인간에 대한 접근이기 때문에 사회학, 철학, 경제학 등 다른 분야로 영역을 넓힐 때 정보도 더 확장된다. 미학도 이 분야만 계속 파면 비슷한 이야기만 많이 듣게 된다. 그러나 가령 단순한 공예품에 불과하던 것을 사람들이 왜 "예술"로 이해하고 이를 만드는 장인들을 "예술가"로 대우해 주느냐. ‘이러한 감성의 변화가 사람들에게 왜 생겼느냐’ 하는 것은 사회학과 같은 학문이 설명해 줄 수 있다. 음, 물론 386세대이다 보니 사회의식에 관심을 가졌고 그때 읽었던 독서도 영향을 미쳤다. 좌파성향에 관련된 책을 처음에 읽다가 그에 비판을 가하는 책들로 영역이 넓어지고, 계속해서 독서를 확장해 나갔다. 사회학 같은 느낌이 들었다면 그런 영향도 있을 것이다. ** 2002년도 <<폭력과 상스러움>>같은 저서를 보다 2007년도 이후의 <<호모 코레아니쿠스>> 같은 저서를 보니 보다 따뜻해진 것 같다. 저자의 시선이 그렇다고 느꼈다. 그동안 생각이 변화한 것이 있는지? 독설도 느껴지지만, 섬세한 면, 섬세한 관찰력이나 감성이 더 돋보이는 것 같았다. "다루는 분야가 달라서 그렇다. 2002년도에는 정치를 다뤘지 않나. 2007년의 책은 문화를 다룬다. 영화, 미술사 그런 부분이다. 훗, 정치 분야를 다루지 않으니까 그렇다. 그런데 정치인들을 너무 미워하지는 마라, 개인적으로는 의견이 다르지만 논쟁을 하던 한나라당 의원과도 서로 우호적 감정을 나누기도 한다."** 진 교수님을 인터뷰 한다고 하니까, 주의에 호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물론 싫어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 예상보다 훨씬 많아서 놀라웠다. 두터운 팬 층, 그러니까 ‘가수가 음반을 냈을 때 그 음반을 꼭 사는 팬들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폭 넓었다. 본인도 팬들의 존재를 느끼시는가? "’D-War사건’과 ‘촛불’이후 알아보는 사람이 갑자기 많아졌다. 그것도 세대에 따라 나를 접하는 방식이 다르다. 30~40대는 정치적인 의견을 교환하거나 책에 사인을 받거나 하는 식이다. 10대와 20대는 벌써 영상에 익숙한 세대라 갑자기 옆에 와서는 휴대폰 사진을 찍거나 하는 식으로 소통한다. ‘팬덤’현상과 비슷하다. 처음엔 나 같은 ‘먹물’에게 ‘뭐 볼 것이 있다고, 대체 왜 그러나’ 하며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엔 진지함과 오락성이 함께 섞여 있는 것 같다. 그들이 처음 다가올 때 뻣뻣하게 굳었지만, 몇 번 겪고 나니 포즈도 더 자연스러워졌다. 음. 식당에서 아는 채도 안하고 있다가, 밥값을 대신 내주고 가는 손님도 있었고, 택시비를 안 받으려고 한다거나 심지어 여관에 들렀을 때 여관비를 깎아 주려고도 한다." D-War 비평 사건 (2007 여름) : "바둑으로 치면 대마가 잡힌 것이다. 바둑알은 상아다. 이것을 국산기술로 깎았다고 칭찬할 순 없다." – MBC100분 토론에서, 진중권 교수는 심형래 감독의 영화 D-War를 바둑으로 비유해 평가했다. 디워가 그래픽에만 치중한 결과 영화전체의 구성, 플롯이 빈약하다는 것을 빗댄 것이다. 중요한 바둑에서 온통 대마가 잡혔는데, 바둑돌만 좋다고 자랑한다면 이상해 보일 것이다. 비유는 적절했을지라도 많은 국민들이 정서적으로 심형래 감독을 지지하고 있던 때여서, 진 교수는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다. 그럼에도 D-War 사건은 진중권 교수가 평론가로서 국민적인 지명도를 갖추게 된 큰 사건이었다. 또한 진중권 교수가 이 사건에서 ‘바둑’을 비유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월간바둑에서 그를 취재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가 됐다. ** 프로기사 중에 '문용직 박사(정치학)"가 있었다. 이분이 가끔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다 심각하게 짜증을 내는 경우가 있었다. '꼬장'이라 하긴 그렇고 문 박사님이 가진 인식과 대화 상대의 인식 수준의 차이가 큰 경우, 짜증이 폭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특히 술 드셨을 때) 가령 제가 문 박사님과 이야기를 하면 인식의 수준이 "크로마뇽인과 야생 원숭이"처럼 차이가 났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가끔 했었다. 진 교수님의 '독설'적인 표현에도 그런 부분이 있지 않나 싶다. 진 교수님의 말을 원숭이처럼 해석하는 사람들을 향해, 원숭이들이 쓰는 말(원숭이들이 잘 이해하는 말)을 이용해 직설적인 화법으로 알아듣게 설명하는 거, 그런 거 아닌가도 싶다. " 음 글쎄(그런 건 아니고 라는 표정), 예를 들어 ‘예, 아니오’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경우가 있으면 ‘짜증’이 날 수 있다. 질문의 상황설정이 완전히 잘못된 경우다. 보통 그런 경우 차근차근 교정해 주면 해결이 된다. 그러나 교정을 해주는데 ‘견적’이 안 나올 수준이라면 상대를 해줄 수가 없다. (문체에 관해) 이른바 ‘DC 찌질체’라는 게 있다. (인터넷 싸이트 DC인사이드의 스타일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에 게시물 100개 정도가 나열돼 있다면 99개가 ‘찌질’해도 그 중에 1개 정도는 매우 세련된 감성을 가진 단어가 나온다. 그 말을 처음 쓰기 시작한 사람도 그 단어의 가치를 모를 수 있다. 이는 ‘금쪽같은 보석’을 찾는 것과 같다. 일종의 민중창작이라고 해야 하나 공동창작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만들어진 말들을 즐겨 쓴다. 내 글을 쉽게 이해할 수 있거나, 익살스럽게 느끼는 건, 인터넷 층이 좋아하는 그런 말을 쓰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쓰고 있거나 직접 만들었던 것이므로 내 글을 보고 익숙하게 느낀다. ** 사회현상에 관해선 "불편한 진실에 대한 바로보기, 똑바로 보기"를 권한다는 느낌이 왔다. 어찌 보면 저널리즘적인 성향을 느끼기도 했는데. 기자들이 진 교수님의 글을 즐겨 인용한다면, 교수님의 이러한 성향이 통쾌함을 주기 때문인 것 같다. "팩트(fact)는 기자가 쓰는 것이고 논객은 (팩트를 바라보는)시각을 조직한다. 팩트는 파편처럼 흩어져 있지만, 논객이 이를 모자이크처럼 종합한다. 나는 겉멋을 빼고 ‘왜 저런 일이 일어 났는가’에 대한 시각(관점)을 알려 준다. 인터넷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 언뜻 여느 인터넷 잡글처럼 보여도, 그런 시각의 제시가 비판의 격조를 높인다. 비판을 통해 사람의 눈을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단순히 욕설과 비난만을 담은 ‘쌈마이’랑 구분된다. 제대로 된 시각을 제시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에 공감한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라면서 말이다. 그런 면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많으니까, 게시판에 올려놓은 글까지도 자꾸 기사에 나오게 된 것 같다. 물론 언론에서 ‘진중권 폭언’하는 식으로 심하게 가공된 것도 있다. ** 진 교수님의 말이 매체에 비중 있게 오르내리는 건 일단 재밌기 때문이다. 또 그 재미를 가능하게 해주는 건 ‘진중권 자체의 콘텐츠’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가 가진 콘텐츠의 본질 대신 과도하게 독설만 부각되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도 같다. "흠. 독설도 문화의 한 장르이다. 가령 ‘촌사마’는 불특정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만들고 사용한 것이다. ‘촌사마’라 하면 대통령의 힘에 기대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어느 장관을 우스꽝스럽게 보이게 한다. 그것은 독설이자 유머다. 또한 문화다. ** 특유의 익살과 유머의 정체. 그 글쓰기의 바탕은? 바둑계도 나름 역사가 오랜 분야다. 승부와 프로기사, 그런 것을 많이 다룬다. 그러나 엄숙함이랄까, 권위랄까, 그런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 익살과 유머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많지는 않다. 글쓰기라는 측면에서 한 말씀! 부탁드린다. “스타일의 독재’다. 거의 모든 분야에 다 있다. 권위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나는 학회에 논문을 제출하거나 발표할 때도 가능한 각주 없이 에세이 방식의 글을 쓴다. 최대한 주석의 수를 줄인다. 그런데 내 글을 각주와 주석을 엄청나게 붙이는 공식적인 논문 스타일로 바꿔달라고 하면, 그런 공식적인 매체에 글을 올리는 것을 아예 포기해 버리기도 한다.” "인터넷시대 – 진화의 관점에서 반상의 미학을 논한다 진중권 교수의 저서에 인터넷의 소통에 대해 논하던 중 "가망 없는 논쟁"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최근 이세돌 사건의 인터넷 논쟁을 보면서 이 부분에서 무릎을 쳤다. 사건이 진행되면서 보여진 일부 팬들의 ‘가망 없는 댓글’들이 특히 그랬기 때문이다. 진중권 교수는 이 사건에 대해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의 시선’이다. 다만 나름 ‘휘발성’이 있는 건에 대해 난데없이 ‘직관’적인 견해를 말해달라고 질문한 모양새는 아무래도 좀 미안하다. 그러나 죄책감까지 느끼진 않으련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마음도 가라앉는다. ** 현재 월간바둑 제작은 인터넷 바둑사이트 사이버오로(cyberoro.com)와 함께 하고 있다. 진 교수님의 저서를 보면 인터넷시대, 정보화시대에 맞게 사람들이 진화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이러한 전문 활자매체는 대체로 마니아적 성향도 있긴 한데, 인터넷의 등장 이후 확실히 이전보다 잡지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 월간바둑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먹은 것인가? 이미 내가 알고 있던 많은 잡지가 없어졌다. 뭔가 새로운 온-오프의 사업모델이 필요한 것이겠다. 이전엔 "독자와 필자 간에 신분적 구별"이 가능했다 . 그러나 그런 일방적인 인쇄매체에 새로운 ‘구술문화’인 인터넷이 그 자리를 치고 들어왔다, 글쓰기에서 민주주의가 정착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 ** 인터넷 댓글에 관해서다, 바둑계도 여지없이 공격적(?) 댓글의 여파로 기분이 너덜너덜해지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공격받는 사람은 완전히 노출된 반면, 공격하는 사람들은 무례하다 못해, 가학적인 변태 수준으로 왕성하다. 이전에도 그런 면이 문제가 되긴 했지만, 최근 "이세돌 사건"으로 한국 바둑계가 '댓글 스트레스'를 확실히 겪었다. 조훈현 9단은 "1인자는 1인자의 면모가 있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했다가, 욕설에 가까운 댓글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런 일은 무조건 겪어봐야 한다. 그리고 견뎌야 한다. ‘안티 팬도 팬이다, 관심이 있다’ 생각하라. 근거 없는 비난과 무례, 욕설이 많을 것이다. 그들의 욕설이나 비난은 그들의 주관일 뿐이다. 아까도 말했듯이 100개의 글이 올라온다면 그중 1개 정도가 볼만한 글이다. 그 ‘1개’를 통해 피드백(feedback)을 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다. 자기를 버리고 웃을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하다. 가진 게 없는 사람은 그걸 못 참는다. 가진 것이라면 꼭 돈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콘텐츠를 말하는 것이다. 그게 없으면 웃을 여유가 없다. 그리고 댓글이나 게시물의 적나라한 욕설은 예상보다 나이 드신 분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지적하고 싶다.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아 자기생각과 다른 부분을 보면, ‘오프’에서 쓰던 욕설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써 버리는 것이다. 인터넷에 익숙해지면 욕설을 하더라도 표현이 훨씬 순화되는 걸 볼 수 있다. " ** 이세돌 사건 : 2009년 4월 22일~7월 2일까지 진행된 사건.이세돌 9단의 한국리그 불참에 이어 1년6개월 휴직계 제출로 이어졌다.<< 4.22 이세돌 한국리그 불참 공식 확인됨 5.26 프로기사회총회, - 리그불참, 시상식 등의 불참, 중국리그참가시 5% 공제 등 - 3가지 건에 대해 조치가 필요하다. ‘86:37’로 결의, 6.8 이세돌 9단 휴직서 제출(18개월, 중국리그는 참가할 것이라 밝힘), 6.30 이세돌 9단 기자회견, 7.2 한국기원 이사회( 이세돌 9단이 일단 쉬면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다는 내용, 갈등 봉합됨) >> 길들이려 하지마라! 이세돌 사건을 간략히 설명해 드리겠다(경과를 간략히 알려줌). 존재가치가 매우 큰 개인의 자유와 의지가, 공식적인 대회 시스템을 흔든 셈이었다. 이세돌은 매우 매력적이지만, 사회성이 부족(시상식불참, 사인거부, 대회불참)한 행동들이 불거져 바둑계 구성원들을 당혹케 했다. 바둑계는 역대 1인자들에 대해 지금까지도 매우 관대한 경우가 많았었다. 실제로 눈에 안 보이는 점잖은 설득으로, 1인자들을 설득한 사례가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기존의 방식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가망 없는 논쟁대신 가망 있는 어떤 조율이 필요한 것 같다. 이세돌의 ‘존재가치’는 한국 바둑계에 없는 것보단 있는 것이 훨씬 좋다. 다만 이를 어떤 식으로 바둑계 커뮤니티 및 구성원들과 조화를 하느냐가 문제다. 진 교수님이 보시기에 어떤 느낌이신가? "자존심 싸움 같다. 길들이려 하지 말고 그냥 놔둬라, 때론 참아주는 코드도 필요하다. 이세돌은 자아가 무척 강해서 약간 자폐적으로도 보일 수 있는 스타일이다, ‘아주 제대로 된 자기 결벽증’ 같은 것도 보인다. 자기 프라이드가 너무 강해서 ‘번복’이란 있을 수 없는 성향일 것이다. 예술가나 유명작가들에게서 그런 성향을 흔히 봐 왔다. 이세돌 9단을 봤을 때 뭐랄까, 이세돌은 마치 바로크회화와 같다. 재밌고 격정적이며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넘친다. 당하는 스폰서 입장에선 당장 기분이 좋을 리는 없다. 그러나 스폰서도 ‘멋진’스폰서가 되고 싶어 한다. ‘스폰서의 미학’은 그런 경우 웃고 넘어가는 것이 매력이고, 받아 넘겨줄 수도 있다. 그 친구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그러면서. (그러고 보니 결과적으로, 스폰서의 집합체라 할 수 있는 한국기원 이사회는 별 다른 이야기 없이 넘어갔다. 하고 싶은 것을 용인해 준 모양새다.)지난 일을 샅샅이 보여주며 잘못했다고 하는 거, 길들이려 하는 거, 그런 건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이세돌에게 절대 통하지 않을 거다. 이세돌의 입장은 다른 말을 인용하면 아마 이쯤 되지 않을까? - "대중의 오해를 허용한다. 시간이 지나면 악의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본인 스스로 납득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 자기 스스로 잘못된 것이 없다고 느낀다면 아무 것으로도 설득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세돌의 행동에서) 대중이 자유를 느낀다. 대중의 자유 선두에 서서 이를 쟁취해 가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누구에게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그건 1인자인 이세돌 9단뿐만이 아니라 1인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해당된다. 이세돌 9단이 1인자이니까 이세돌 9단만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까고 싶으면 까라, 단 제대로 까라""물론 까고 싶다면 까야 한다. 이는 평론이다. 그 자체로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다. ‘유명하고 유명하지 않고’가 평론의 대상에서 고려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건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유명하더라도 (자기 내용이 없는) 잡스런 놈이라면 아예 취급을 하지 않는다. 또 유명하지 않은 신인이라도 하더라도 내용이 풍부하면 중요한 평론의 대상이다. 그렇지 않은가? 평론에 있어 기본적인 자세는 "호의(好意)의 원칙"이다. 그의 작품, 행동, 말, 생각 등을 재구성하는데 좀 안 맞는 부분까지도 최대한 그에게 유리하게 언급한다. 최대한 그 사람의 입장에 서서 생각을 해야 한다. 그의 생각이나 철학 까지. (어떤 사람은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잘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고, 전혀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어찌됐든 최대한 그를 이해한다.) 이렇게 최대한 재구성을 했을 때도 전혀 말이 안 되는 부분이 있을 때가 있다. 그렇다면 ‘말이 안 되는’ 그 부분을 언급하라. 고수의 칼은 현란하지 않고 딱 한방이지 않은가. 그래서 비평당한 사람의 기분이 당장 나쁘더라도, 그게 맞다고 자기 스스로도 느껴야 한다. 제대로 비평하면 장기적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 ** 진보라는 말이 때론 '진화'라는 말로 대체되는 것 같은데. 어떤 뉘앙스의 차이가 있는 것인지? "차이가 있다. 현재 진보와 보수의 구분은 모호할 때가 많다.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진보와 보수의 패러다임이 산업혁명시기의 것이기 때문인데. 현재는 정보화 사회이며, 사회도 그렇게 발전해가고 있다. 기독교보수와 무정부주의자가 생태보존을 위해 협력하기도 하고, 생명윤리를 위해서도 이질적인 집단이 함께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선 진보든 보수든 이전 시기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아, 진보를 택하든 보수를 택하든 정보화 사회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진화 말고 다른 적절한 단어를 찾기 힘들었다. 가령 최근 인터넷에 규제일변도로 정책이 이뤄지는데, 이미 정보화 사회이기 때문에 구글로 망명(!)하는 게 가능하지 않은가, 이를 알고 많은 정치인들이 국내 메일대신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외국 메일을 쓴다. "진교수의 제스처는 적당하다. 감정을 나타내는 표정도 좋다. 보통의 사람들 보다 섬세해 보이지만 그게 과하지는 않다. 인터뷰 중간 중간 담배를 피러 나가는 것이, 인터뷰를 너무 오래 끌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 미학이란 무엇인지? 진 교수님의 저서중에서도 <<미학 오딧세이>>가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모르는데. 바둑에서도 '반상의 미학(美學)'이라는 말을 심심할 때마다, 혹은 필요와 느낌에 따라서 쓰긴 하는데 말이다. "다른 학문과 다를 바 없다. 재미없는 학문 중의 하나라고나 할까? 하하. 미와 예술을 다룬다. 다른 학문과 다를 바 없이, 충분히 엄밀하게 말이다. 미학을 너무 어렵거나 너무 특별하게 여기지 말라는 뜻 같다. 다른 학문에 접근하듯이 그런 마음가짐으로 접근하면 된다는 뜻이겠지. 인터뷰가 끝났는데 비가 아직도 억수로 내린다. 근처 댁까지 태워드린 다음 서울로 돌아온다. 식당 문을 나설 때 가져온 우산이 없어진 걸 알았다. 할 수 없지. 김포로 가는 길과 오는 길 모두 비가 너무 내려서인지 약간 한산한 느낌까지 든다. 퇴근 무렵에는 좀 개이려나. 진중권(1963)은? : 미학, 문화평론가, 철학자, 시사비평가 94년 <<미학 오딧세이 1,2>>를 출간, 2004년 3편 출간, 시리즈 완성.미학 오딧세이 시리즈는 50만부 이상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미학’을 대중화 시켰으며 대중적 인지도를 지닌 문화,시사평론가로 자리잡았다. 중앙대,카이스트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했으며, 2012년부터 동양대교수로 재직중이다. [취재 : 최병준,박성근,김상우 2009년 7월 9일] - 월간바둑 2009년 8월호에 실린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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