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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시작, 큰 결실...영호남 바둑대회
거창군수배의 산파, 정연명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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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장 한켠 기자석에서 기사를 쓰고 있는데 오가는 사람들이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거나 눈이 마주칠 때 목례를 하며 아는 체를 한다. 엉겹결에 답례를 하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는 초면들이다. 보아하니 그들 또한 구면이어서 건네는 인사가 아닌 듯하다. 거창사람들이 그렇다. 전국각지의 바둑대회를 다녀보지만 이렇게 대놓고 살갑게 맞아주는 고장이 드물다. 대회장 무대 양쪽에 도열한 화환도 여느 바둑대회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오전 9시반 개막식 전부터 대회장을 흥겹게 울려대던 트로트 가락도 그렇거니와 ‘살짝 시골스럽다’는 느낌, 그런데 순박하고 정감어려 기분이 좋다. 거창군이 처음 선보인 군수배 바둑대회는 그들만의 색깔로 그들의 정서를 스스럼없이 내보인다. 거창 오일장 같이 사람내음 물씬 나 좋았다. 게다가 영호남 바둑인들이 서로 콧김 쐴 간격으로 마주앉아 “우리가 남이가~ 우리는 본래 하나!”라며 주고받는 수담이, 본시 아름다웠으되 바둑을 더욱 아름다워 보이게 만들었다. 대회장 밖 일대는 거창 한마당축제가 막바지다. 하루 전 거창군민체육대회 때는 거창군 6개 읍과 10개 면이 겨루는 바둑대회를 앞서 열었다. 면부에서는 위천면이 우승했고 읍부에서는 중앙리 팀이 우승했다. 이어 개막한 거창군수배는 거창군바둑협회가 ‘나름 규모를 갖춰 바깥에 선보인 첫 대회’다. 관련기사 - ○● 거~창한 바둑대회, 거창군수배..."우리는 하나!" 영호남 단체교류전 (☞클릭!)  “첫 대회라 미숙하고 미비한 점 있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며 말문을 연 정연명 거창군바둑협회장은 여든(1941년생)을 바라보지만, 노익장을 과시하며 거창바둑계를 견인하고 있다. 이번 거창군수배를 받은 산파다. 거창군에서 예산지원을 해주었기에 가능한 대회였기는 하다. 그럼에도 상당부분 회장과 회원들이 십시일반하지 않았던들 첫걸음을 떼기 힘들었던 대회다. 지자체들이 지역홍보와 문화체육 활성차원에서 바둑대회를 선호한다고는 하나 바둑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혹은 여력부족으로 마음만 담고 있는 곳이 적잖다. 이런 점에서 정연명 회장과 거장군바둑협회가 힘을 모아 닻을 올린 ‘군수배’ 첫 행마는 돋보일 수밖에 없다. “거창군 바둑은 공식적인 스포츠로 인정받으면서도 정작 거창바둑동호인들이 바라는 바둑대회가 없었습니다. 이웃 함양군(노사초배), 합천군(영재바둑대회)에서 개최하는 전국규모 바둑대회를 볼 때마다 거창 바둑동호인들은 부러움과 소외감을 느껴왔습니다. 이웃한 두 군과는 세무서, 법원 관활조차 같은데 지금껏 우리군만 번듯한 바둑대회를 마련하지 못해 거창군에서도 군수바둑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간절한 바람이었습니다. 이 대회는 긴 산고 끝에 태어난 아이처럼 거창 바둑동호인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시작이고 큰 결실이 될 것입니다. 특히 영호남 친선을 도모하는 뜻깊은 대회로 오래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정연명 회장은 개막식 대회사에서 마치 포효하듯 저간의 사정과 절절한 바람을 얘기했다. 자리한 구인모 거창군수도 여력이 닿는 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거창군은 경남 서북지역의 중심지다. 인구 7만이지만 서초구 다음으로 전국 자가용 등록대수가 많다고 한다. 농업지역으로 거창읍내에만 7개의 고등학교가 있을 정도로 일찍이 교육도시로도 유명하며, 수승대, 금원산 자연휴양림 등 유적지나 관광명소가 많다. 이 지역 석재(화강암)의 품질이야 예부터 명성이 자자했고 거창사과 또한 맛있기로 소문났다. 이제 머잖아 또 하나, ‘거창바둑’이 입소문을 탈 차례다.   ▲ 영호남 친선바둑대회라고 큼직막하게 쓴 현수막 아래에서 영호남 바둑동호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수담을 나눈다. 마음을 주고받았다.
 ▲ 정연명 회장은 구인모 거창군수를 안내하며 "우리군에도 이렇게 바둑을 배우는 어린 학생들이 많습니다. 축구를 직접 즐기는 군민이 많겠습니까, 바둑을 즐기는 군민이 많겠습니까?"라는 말로 은근히 미래의 표밭(?)까지 상기시키며 적극적인 지원을 부추기기도 했다.
 ▲ 도은교 초단에게 지도기를 받고 있는 정연명 회장.
 ▲ 또 한명의 대회 산파, 거창군바둑협회 이일승 전무이사. 대회 사회까지 도맡아 보았다.
 ▲ 김민정 초단과 이일승 전무이사의 지도기 모습.
 ▲ 정연명 회장을 비롯해 거창군바둑협회 관계자들은 "지역의 새싹들을 위해서라도 바둑축제인 바둑대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 애타게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과 같이 간절한 이들의 바람은...
 ▲ 지금 거창지역에 한창인, 한여름부터 가을초입까지 백일이나 피고진다는 백일홍(배롱나무)처럼 활짝 만개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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