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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데이', 이세돌 쓰러져도 '신안'은 산다
승자는 신안천일염, 정관장은 1승2패로 선두 경쟁에서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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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조리그 4연승의 박정환, 한국리그에선 김정현에게 역전패 12일은 '킬러 데이'라 할 만 했다. 신안천일염의 김정현이 정관장 1지명 박정환을 꺾었고, 정관장의 한웅규도 신안의 주장 이세돌을 저격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김정현의 승리가 천금(千金)이었던 데 반해 한웅규의 거사(擧事)는 팀의 패배로 빛을 잃었다.  정관장이 강팀인 이유는 1지명인 박정환 말고도 타이틀 유경험자가 둘이나 있기 때문이다. 2지명 홍성지와 3지명 안성준이 그들인데 둘 다 물가정보배에서 우승하며 스타덤에 올랐다(홍성지 2008년, 안성준 2012년). 11일(토) 정관장의 김영삼 감독은 팀의 핵심 전력인 이들 '양 물가'를 전진배치하면서 확실한 기선제압을 노렸다. 정관장은 1국에서 '홍물가' 홍성지가 신안천일염의 강타자 강유택을 물리쳤으나, 2국에서 안성준이 신안천일염의 락스타리거 박대영에게 뜻밖의 패배를 당하면서 기선 제압에 실패했다. 신안천일염은 박대영의 선전에 크게 환호. 12일(일) 홍익동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3라운드 2경기 둘째날 대국에서 신안천일염은 3국에서 김정현이 박정환을 꺾은 데 이어 4국에서 온소진이 승리함으로써 정관장에 3대2 승리를 거두었다. 이 결과 신안천일염은 티브로드와 나란히 3연승을 달렸고, 최강이라 평가받던 정관장은 1승 2패를 기록하며 선두 경쟁에서 밀려났다.  ■ 제1국: 홍성지, '두터움이란 이런 것' 양팀의 2지명이 정면으로 맞붙은 홍성지-강유택전은 프로들이 왜 두터움을 중시하고, 두터움이 어떤 위력을 갖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 한 판이었다. 이날 백을 든 홍성지는 끈끈한 강유택을 상대로 좌하귀를 초개와 같이 버리며 두터움을 취했고, 이를 발판삼아 미생인 흑 대마를 위협하며 계속 이득을 취해나갔다. 그 결과 강유택은 빚쟁이에 쫒기는 사람처럼 내내 시달렸고, 공터처럼 보였던 중앙에 알토란같은 백집을 허용하면서 이자(덤)를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 되고 말았다. 최후에 하변에서 패를 내는데는 성공했지만 이 패 역시 패감 부족으로 안되는 형태. 결국 204수 만에 강유택이 항복하면서 정관장이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정관장의 기쁨은 여기까지 였다.  ▲ 시종 두터운 반면 운영으로 쾌승을 거둔 정관장 2지명 홍성지(26). 올해 19승 3패(승률 86%)라는 놀라운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그 3패 중 2패가 KB리그에 김지석, 이희성에게 당한 것이었는데 이 판을 이기면서 다시 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 제2국: 박대영, 사뿐 화사한 리그 데뷔전 박대영은 올해 1월에 프로에 입문한 새내기라 아직 랭킹도 없다. 락스타리그에서 여자기사들만 두 번을 상대했는데 김채영한테는 이겼지만 박지연에게는 졌다. 올해 성적도 8승 8패로 그저 그렇다. 반면 안성준은 KB리그에서 잔뼈가 굵을대로 굵은 데다 지난 해 물가정보배에서 김지석을 2-0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 준 정상급의 강자다. 신안천일염의 이상훈 감독은 눈썰미가 좋기로 소문난 사람이니 박대영을 본 리그에 데뷔시킨 이유가 있었을 터. 하지만 외모 조차 여려보이는 박대영이 과연 안성준을 상대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막상 두껑이 열리니 이런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이 대국에서 안성준은 고참의 맛을 보여주겠다는 듯이 좌상귀에 이어 좌하귀에서도 거친 수순으로 귀를 취했는데 이게 다 소탐대실이었다. 이 대가로 박대영은 중앙을 완전 백 천지로 만들었고, 역전을 꾀하고자 안간힘을 다한 안성준을 사뿐히 즈려밟았다. 최후에 더 이상 해볼 곳이 없어진 안성준은 대마를 잡아가라고 재촉했고, 박대영이 조심스럽게 이으면서 바둑은 178수 만에 끝이 났다. 안성준이 난조를 보이긴 했지만 깔끔하게 이를 제압한 박대영의 생기발랄함이 돋보이는 승리였다. 신안천일염은 5지명 류재형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귀중한 보물 하나를 건진 셈이 됐다.  ▲ 신안천일염의 새로운 조커 박대영(19). 안경과 잘 매치되는 깔끔한 용모가 대기업 신입사원을 연상케 한다. ■ 제3국: 박정환 '너마저도' 전날 목표했던 2승 달성에 실패한 정관장엔 비상이 걸렸다. 박정환은 9일과 11일에 중국리그를 두고 낮에 귀국해 피로의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런 사정을 헤아릴 형편이 아니었다. 몸이 으스러지더라도 박정환이 반드시 이겨줘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 하지만 이번 KB리그에서 이영구, 최철한 등 상대팀의 간판을 잇달아 물리친 김정현의 기세는 대단했다. 초반 흐름이 좋지 않았던 바둑을 집요하게 추격해 형세불명으로 만들더니 중앙의 승부패를 끝까지 버텨내 결국 박정환의 항복을 받아냈다(261수 흑 불계승). 중국리그서 4연승, 국내외서 11연승을 질주하던 박정환을 상대로 한 천금같은 승리였다.  ▲ 박정환은 이날 머뭇거리다 쫒기다시피 착수하는 모습을 여러차례 보여주었다. 종국 직후의 장면인데 안경테 밑에 굵은 땀방울이 맺힌게 보인다. 이 판의 패배로 개인 연승 기록이 11에서 멈췄고, 팀 역시 연패의 위기상황으로 몰렸다. ■ 제4국: '온달의 힘', 또 신안을 구하다  온소진이 꼭 필요할때 승리를 거두면서 팀 승리를 확정지었다. 바둑은 우변 침투에 성공한 온소진이 기분좋은 흐름. 이후 중앙 공방에서 박승화의 거듭된 실수를 놓치지 않고 실리의 격차를 벌려나갔다.초반 실패 이후 박승화의 리듬이 크게 꼬였던 대국(174수 백 불계승). 신안천일염의 4지명 온소진(27)은 야구로 치면 득점 찬스에서 꼭 안타를 쳐주는 선수다. 평소 타율은 신통치 않다가도 득점이 절실한 상황에선 걸어서라도 안타를 만들어내는 선수. 감독 입장에선 이런 선수가 껴안고 뽀뽀라도 해주고 싶을 정도로 고맙고 이쁠 수 밖에 없다. ■ 제5국: 이세돌 저격, 한웅규의 빛바랜 거사(擧事) 12일 저녁 9시 20분. 3국의 김정현-박정환전이 9시가 넘어 끝나 대국장을 새로 세팅한 다음 마지막 대국인 한웅규-이세돌전이 시작됐다. 이번엔 입장이 바뀌어 정관장의 킬러로 나선 한웅규가 상대 1지명 이세돌을 저격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초반 우하에 이세돌이 대가를 구축할때만 해도 이세돌의 승리가 무난할 걸로 보였던 바둑. 하지만 이후 집요하게 파고드는 한웅규의 킬러 본능이 끝끝내 이세돌을 괴롭혔다. 바둑은 결국 한웅규가 역전에 성공해 계가까지 갔으나 반집패를 확인한 이세돌이 돌을 거두어 불계패로 처리됐다. 한웅규는 다시 한번 이세돌에 강한 면모를 보여줬지만 팀이 패배하는 바람에 빛을 잃었다(신안천일염 3대2 승).  ▲ <제5국>한웅규-이세돌전. 이세돌이 졌지만, 신안은 3-2로 승리했다.   [사진ㆍ기사제공 ㅣ 바둑리그 운영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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