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의 눈 / 집중력, 결정력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이세돌의 눈 / 집중력, 결정력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삼성화재배 결승2국 하이라이트] 사이버오로  2003-01-15 오후 01:23   [프린트]


2002 MVP에 빛나는 이세돌 3단이 이번 사이버오로(www.cyberoro.com)의 삼성화재배 결승3번기 제1, 2국을 인터넷생중계 해설했다.

이번에 인터넷 해설을 처음 시도한 이 3단은 섬광처럼 빠른 수읽기와 탁월한 감각으로 전투의 양상과 형세의 유, 불리를 깨끗하게 논평했으며 특히 승부의 저울추가 흔들리는 순간을 정확하게 포착, 설명하는 등 전반적으로 수준 높은 해설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특히 미세한 종반의 다양한 변화와 결과의 선, 악을 분명하게 밝히는 등 정상급 기사의 바둑을 추호의 주저함 없이 명쾌하게 해설해 네티즌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었다.

제1, 2국을 검토한 이3단은 ‘두 기사 모두 크고 작은 실수가 있었지만 조 9단은 결정적인 순간에 정확하게 승기를 잡은 반면, 왕 8단은 번번이 기회를 놓쳤다. 그것이 왕 8단의 패인’이라고 총평. 즉, 큰 승부에서의 평정심, 집중력, 결정력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는 것이다.

다음은 제2국의 하이라이트.

장면도
점심휴식 직전 조훈현 9단이 좌하 쪽에서 흘러나온 대마를 쌍립으로 이어간 흑1은 당연한 곳으로 보이지만 실은 이곳이 아니라 중앙의 요석 ▲두점을 A로 움직였어야 했다. 웅크린 듯한 백△가 흑의 요석을 노리는 올가미였던 것이다. 불과 10여 초 뒤에, 착각을 깨달은 이세돌 3단.

“어, 조국수님이 저랑 똑같이 착각했나봐요. 이거 장문으로 잡히는데….”










실전진행(백 주도권 장악)
백1이 요석 포획의 맥점. 이후는 흑이 어떻게 움직여도 달아나지 못한다. 이 3단은 점심식사를 위해 일어설 때까지 요석 탈출의 비방을 찾았으나 길은 어디에도 없었다. 문을 나서며 이 3단이 툭 던진 한마디가 조 9단의 고전을 예상케 했다.

“근데, 해설자는 착각을 해도 되지만 대국자는 착각하면 안되는 거 아니에요?”

과연, 점심휴식시간까지 이용해 돌다리를 두드리며 확인 또 확인한 왕레이 8단은 오후대국이 시작되기가 무섭게 백1로 붙여와 흑의 요석을 나포했다. 이 3단의 진단은 ‘여기서 백이 주도권을 잡았다’는 것. 그러나 왕 8단은 어렵게 잡은 이 주도권을 오래 지키지 못했다.



실전진행(형세불명)
흑1은 비세를 의식한 최강의 버팀. 그런데 여기서 불쑥 2선으로 붙여간 백2가 ‘이해할 수 없는 의문수(이세돌 3단)’. 흑3으로 지킨 뒤 이하 9까지, 국면은 단숨에 형세불명의 상황으로 뒤바뀌었고, 처절한 제1국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왕 8단은 여기서부터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참고도(백, 우세 견지)
이 진행이었으면 ‘미세하나마 백의 우세가 확실했다’는 게 이세돌 3단의 견해. ‘종반의 뚝심’으로 유명한 왕 8단이 이런 실수를 범한 것은 역시 ‘하늘이 조훈현을 돕고 있기 때문’일까.

글쎄, 알 수가 없다.
한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비록 조 9단이 2-0으로 우승컵을 안았지만 결승1, 2국 모두 두 기사에게 똑같은(아니, 어쩌면 왕 8단에게 더 많은) 승리의 기회가 있었다는 것. 결국, 2003년 세계타이틀전선의 첫 포성을 울린 삼성화재배 결승시리즈는 조 9단이 인터뷰에서 밝힌 소회나 이세돌 3단의 해설처럼 큰 승부에서의 마음가짐, 집중력, 결정력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예최강그룹과의 차륜전, 대국폭주, 체력저하, 적지(敵地)…. 이 모든 최악의 환경을 이겨낸 최후의 승자는, 15억의 일방적 응원을 받은 대륙의 젊은 영웅 왕레이가 아니라 드문드문 빛나는 은발을 트레이드마크로 삼게 된 반백의 한국인, 조훈현이었다.

이제 누가 그 이름에 열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바둑인이라면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모두 경배하라.
황제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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