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치아 교정문제로 1시간 넘게 걸리는 종합병원에 다녀와서 그런지 어제 밤은 피곤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평상시처럼 TV를 켰더니 중국의 환구일보에서 처음으로 연평도 포격과 관련하여 북한을 강력히 비난하였다는 내용이 흘러 나온다.

요즘 연평도 포격사건을 보면서 그 동안 내 자신이 가져왔던 대북관이 어리석고 순진한 것이었다는 확신을 들게 만든다. 부끄럽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분노가 치민다.

사실 그간 대북관계에 대한 접근 방식과 철학에 대해서는 과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유화정책에 기본적으로는 동의하면서도 절대 확신을 갖지 못해 왔었다. 

상당부분 공감하면서도 뭔가 일을 보고 나서 뒷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화장실을 나온 그런 기분이 남아있었다. 그것이 이번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자신의 대북관이 유아적이었음을 깨달았다.

지나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것은 바람이 아니고 태양이었다는 우화를 빗대어 항상 남북관계 이야기만 나오면 침이 튀어라 강경정책을 비난했던 자신이 그렇게 부끄러워 보일 수가 없다.

아침에도 유력 야당인사의 코멘트가 눈길을 끈다. “ 대북강경정책을 수정해야…..” 지금까지 내 생각도 그랬지만 이제는 아닌 것 같다.

같은 민족이고 그래서 여하간에 통일이 되어야만 하고, 그래야 오랜 역사에서 되풀이 되어온 강대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고, 비약적으로 경제도 발전할 것이라 생각했다. 간헐적이고 반복적으로 연례행사처럼 되어 버린 북한의 침범도, 만행이 아니라고 가능한 이해하려고 노력해왔었다.

독일의 통합된 전례에서 보듯이 갑작스런 통일이란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우리의 남북관계는 양국의 우호적인 교류에 입각하여 시나브로 되어야 하고 그래서 우리의 대북정책도 유화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북관계가 긴장이 되면 외환시장에서도 한국의 CDS프리미엄 금리가 폭등할 것이고, 우리 시장에 투자하려는 외국인도 사라질 것이며, 기존의 외국 투자 자금도 썰물처럼 빠져 나갈 것이라는 위의 것보다는 조금 더 유식한 논리로 대북정책은 우리가 참으면서 인내를 가지고 북한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대중국 교역이 31%나 되면서 이미 대미 교역을 초과해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미국보다 중국과의 관계에 중점을 두어야 하고, 그래서 중국과의 우호관계에 역량을 집중하고 가능하면 그들 편에 서서 외교정책도 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국 항공모함의 서해진입도 반대해 왔다. 괜히 문제를 일으켜 중국과의 교역이라도 영향을 받게 되면 우리 경제에 치명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가히 이쯤 되면 노벨상을 받은 석학 못지 않은 훌륭한 자신의 남북관계 정책과 논리라 혼자서 흐믓해 하여 왔다.

금강산 피격사건으로 우리 국민이 사망하는 순간에도 통일이라는 대의를 위해서 사소한 것은 빨리 넘어가고, 또한 이는 북한 내 일부 강경파의 튀는 행동일 것이니 잊어 버리자고 치부해 버렸다.

수시로 우리에게 떳떳하게 원조를 받아 가면서도 막상 대화는 우리를 제쳐 놓고 미국과 하는 그들의 행태에도 화가 치밀었지만 그럴 수 있으려니 이해하였다.

이 모든 생각이 이번 연평도 포격으로 잘못되었다는 확신이 들어 버렸다. 그리고 나 자신의 남북관계 방향이 확고히 서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무릇 적대국으로부터 민간인에 대한 침략을 받으면 바로 대응을 해야 국제사회에서 인정이 된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고 생각을 가다듬고 반격을 하면 그것은 역으로 우리에게 국제사회 비난이 쏟아지게 된다.

피격 당시 신속히 반격을 해서 그들의 해안포를 박살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지만 이는 그간의 참여정부와 국민의 정부에서 일관되게 추진해온 화해무드의 남북관계 정책에 알게 모르게 물들어온 결과로 넘어가자.

그러나 지금부터는 우리도 신발끈을 확실히 동여매야 한다. 북한은 역시 변하지 않는 집단이다. 현정부의 강경정책이 이런 사태를 불러 야기했다고 일부 야당에서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분명히 잘못되었다고 본다.

예전처럼 화해무드로 남북관계가 유지되었다고 가정을 해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엄청난 원조를 지속적으로 해주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핵 문제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 못하고 꿍꿍 속앓이를 해야 한다.

우리 국민의 사망에 대한 그들의 일언반구의 사과도 받지 못하고 또한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실한 북한측의 약속도 받지 못하고 불안 속에서 금강산 관광도 계속해야 한다.

그렇다고 과연 우리가 원하는 통일이 우리의 계산된 방식으로 돌아 와 보답을 해줄 것인가? 우리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많은 노력을 들였고 그래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결국 이것은 남북관계가 냉전으로 돌아서면 중국은 항상 북한편이라는 기본적 사실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는 것을 이번 연평도 피격사건으로 다시금 냉철하게 일깨워 주었다.

환구일보의 북한 비난이 처음으로 나왔다. 중국 언론은 전부가 관영언론이니 중국 정부 내에서도 간헐적으로 만행을 되풀이 하는 북한의 과격행동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일부 반 북한파도 있다는 반증이다. 그렇다면 미 항공모함의 서해진입도 우리가 걱정해 왔던, 중국의 반발이 심각히 우려할 상황은 안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김대중 대통령의 “미국이 6.25때 우리를 도와준 것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 후 수십 년간 우리에게서 그 이상의 것을 가져갔다…..” 말씀에 당시에 전폭 공감하면서 이제는 우리도 탈미를 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은 세계 13번째의 강국이 되었다 하지만,  과연 우리에게 국가 위급시에도 그런 독자적이고 자주적이며 균형잡힌 힘이 있는 것일까?

얼마 전 미국의 카터 전대통령이 미국은 북한과의 직접대화만이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남북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