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주위를 둘러보면 퇴직한 사람들이 제법 된다. 그게 자의든 타의든 <백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친구들 사이에 유행하는 농담이 있다. 

올백 : 오래된(Old) 백수

구백 : 옛날(舊) 백수 

신백 : 새로 된(新) 백수

돌백 : 돌아온 백수 (대기업 퇴직 당하고 백수되었다 어떻게 저떻게 중소기업 재취업되었다가 다시 쫓겨난 백수) 등

나도 이러저러한 저간의 사정으로 올백 내지 구백에 속한다. 술로 시간을 조지다가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은퇴를 조금 일찍했을 뿐이다.>

혹자는 인생은 육십부터라며 왕성한 활동을 벌린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다르다. 지천명을 넘어선 나이에 무엇을 더 얻으려고 발버둥을 친단 말인가! 오히려 나에게 주어진 천명이 무엇일까 곰곰히 살펴볼 일이다. 또 지금까지 잡다하게 줏어들었던 많은 것들을 다듬고 정리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정리가 되어야 세상으로부터 받은 것을 세상에 돌려줄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나를 오로로 이끌었다. 나에게 있어 오로는 세상을 향해 열어놓은 작은 창문이다. 여기에서 나는 이러저러한 분들이 자신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세상을 향해 좋은 글로 조용히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것을 세상을 향해 보시하는 것 즉 베푸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꺼이 그분들이 베푸는 것을 함께 나누고자 했다.

가령 팔공선달님의 108산사기나 삼년여 넘는 기간동안 해오며 대미를 장식하는 글 그리고 거기에 씌여 있는 <산사>라는 시는 나에게 커다란 감명을 안겨주었다. 그 시를 읽고 벅찬 감회가 밀려들었다. 그것을 나로서는 짧은 댓글로 표현할 정도의 문장력이 없으므로 따로이 글을 올렸다.

이것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세상에 베푼 이에게, 그가 베푼 것을 어떻게 함께 나누는지를 보여주는 성의있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나로서는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 

이제 전공을 떠난지 제법 되어서 그 쪽에는 흥미도 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이것저것 세상으로부터 많이 줏어들은 모양이다. 별반 활동적이지도 않은데 오지랖 넓은 놈처럼 되었다. 그러나 어쩌랴! 그 모든 것은 세상으로부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다. 나도 그것을 세상에 돌려주려고 한다. 별다른 신상의 변화가 없다면 이 일을 계속해갈 것이다. 그것이 이 세상에 대한 도리이자 예의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세상을 향해 나의 것을 내놓고 그것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그리고 작은 댓글의 짧은 한마디는 세상을 향해 열어놓은 작은 창문으로부터 불어들어오는 <신선한 바람>인 것이다.

아직도 이순(耳順)까지 7년이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