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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의 착각, 이창호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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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 1패. 다시 원점에 섰다. 다만 5번기가 3번기로 좁혀졌을 뿐이다. 그런 만큼 한층 긴박해졌다. 1국은 공격의 이세돌이 끝내기에서 힘을 과시한 한판. 그에 뒤질세라 2국은 끝내기의 이창호가 공격으로 반격했다. 서로 상대방의 장기를 앞세워 승점을 따낸 흥미진진한 시리즈. 3국은 흔히 말하는 분수령이다. 이기는 쪽은 단박에 우승컵을 발 아래 두는 반면, 지는 쪽은 곧바로 벼랑끝에 몰린다. 제38기 왕위전 도전5번기 제3국 ○이세돌 9단 ●이창호 9단 - 장소 : 한국기원 - 날짜 : 2004. 07. 26 - 결과 : 184수끝, 백불계승  장면1 (이세돌의 착각) 30여수가 넘도록 전혀 다른 방면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백이지만 머리 속은 우변 공방에서 남겨 놓은 시한폭탄(1수늘어진 패)을 언제 발동시키느냐로 골몰하고 있을 것이다. 그 만큼 우변 패는 백에게 중요한 재산. 검토진도 온통 그 변화를 저울질하기에 여념이 없을 때 이세돌의 백1이 뜨거운 열기에 한 양동이 가득 찬물을 퍼부었다. 흑2가 호수. 이세돌은 이 수를 못 봤다. 백3으로 옮기는 발걸음은 천근보다 더 무겁지 않았을까. 참고도1 (무조건 죽음) ▲의 호수를 얻어맞은 백은 어떻게 손을 쓸 재간이 없다. 가령 백1은 흑2에서 4로 젖힘당해 1수 부족. 또 백1로 2에 두어도 흑A, 백4, 흑1로 백이 잡힌다. 이 밖에 어떻게 변화하더라도 백에게는 수부족의 열세를 뒤집을 묘책이 없다. 한때 천하를 호령했던 이세돌이 ▲를 보지 못한 건 차라리 미스터리라고 해야 할지. 장면2 (승리를 부른 응수타진) 착각으로 말미암아 승부의 추가 흑쪽으로 기우뚱했으나 상변에서 맵시하게 처리하는 등 이세돌은 눈부시게 분전하며 마침내 극미의 형세까지 따라붙었다. 누군가 ‘반집승부’를 점칠 즈음 판 위에 떨어진 수가 백1이었다. 상대방의 잔여시간이 3분여밖에 없는 시점에서 등장한 교묘한 응수타진. 아뿔사, 이내 초읽기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간 이창호의 레이더가 이 한방에 갈피를 잃고 말았다. 실전진행 (이창호의 착각) 옭아매어 오는 초읽기 소리, 요동치는 가슴. 그 와중에서 이창호는 흑1에 손을 뻗쳤다. 상대방의 돌출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조금의 손해도 보지 않으려는 최대한의 버팀. 그러나 짧은 시간은 모든 변화를 지탱해 주기에 부족했다. 백6, 8에 이어 뿌리를 이은 백10이 묘착. 1시간 넘게 남아 있는 이세돌은 넉넉한 마음으로 흑집이었던 곳에서 크게 수를 내며 종지부를 찍었다. 참고도2 (양자충의 나락) <실전진행> 이후의 수순을 제시해 보면 흑1에서 백6까지. 안타깝게도 흑은 이쪽 저쪽이 자충에 걸린 모습. 직접 공략하지 못하고 한바퀴 돌아서 가야 한다. 따라서 △를 당한 시점에서 던질 수밖에 없다. 참고도3 (후절수의 버팀) <실전진행> 백10이 묘착이라는 것은 후절수의 여지마저 없앴다는 점. 단순히 백1에서 3으로 끊으면 흑에게 4, 6으로 후절수로 버티는 맥을 제공한다. 백이 흑 넉점을 따낸 이후 흑이 백 일곱점을 잡는 수단이 그것. 물론 이 그림이라도 적지 않은 이득. 백이 이길 가능성이 훨씬 높다. 참고도4 (정수는 이음) 결론을 밝히자면 흑1로 잇는 것이 정수였다. 이창호는 자체로 굴복인 느낌이 들어 꺼린 듯한데, 검토진은 흑에게 승산이 높다고 판정. 승부의 중압감 때문인지 서로 큰 착각을 주고 받은 ‘널뛰기 바둑’이었다. 그러나 미묘한 시점에서, 미묘한 곳에서 실마리를 구해 내는 승부호흡과 그 이후의 정교한 수읽기는 이세돌다운 체취가 물씬 풍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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