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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K배, 2005 하이서울 페스티발의 오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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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옥 경험하고 천당에 오르다 5월 1일은 아찔한 주말이었다. 서울 프라자호텔 22층 특별대국실에서 막이 오른 제4회 CSK배 4개국대항전 첫날 대국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껴갔다. 관계자들의 사전 전력비교에서 상대적  약체(?)로 평가된 대만은 생각처럼 약하지 않았다. 저우쥔쉰 9단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본기원에서 활약중인 정상급의 현역기사로 구성된 대만은 의욕적인 전략과 전술을 앞세워 한국을 위협하며 우승을 향한 집념을 드러냈다.‘한중일 3국이 모두 한번씩 우승했으니 올해는 대만차례’라는 대만기원 천궈싱 비서장의 전야제 임전소감은 결코 의례적인 발언이 아니었다. 사실상 일본랭킹 1위로 꼽히는 장쉬 9단을 5장으로 내세운 전략은 한국의 의표를 찔렀고 이창호 9단과 격돌한 린하이펑 9단이 펼친 흉내바둑의 전술도 이 9단을 대단히 곤혹스럽게 했다. 한국은 날이 갈수록 안정된 전력을 보여주고 있는 이세돌 9단이 주장전에 나서 초반부터 왕리청 9단을 압도했을 뿐 절대적인 신뢰를 받아온 이창호 9단부터 최철한, 박영훈, 김성룡 9단까지 전원 ‘형세불명’ 내지는 ‘형세불리’의 진단이 내려질 정도로 악전고투했다. 검토실에 상주한 한국 취재진에 날아온 첫 소식은 비보였다. 대만의 최강자 장쉬 9단과 겨룬 김성룡 9단이 초반의 순조로운 흐름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중반전투에서 역전을 허용, 가장 먼저 돌을 거둔 것이다. 22층 대국실에서 4층 검토실로 내려온 김성룡 9단은 취재진에게 자신의 패국보다 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우리, 이세돌 사범만 괜찮고 전부 안 좋아요. 어쩌면 다(이세돌 9단 빼고) 질 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세계최강 한국바둑의 저력은, 한때의 형세불리를 극복하지 못할 만큼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이세돌 9단이 왕리청 9단을 가볍게 일축하고 검토실로 내려올 무렵 한국팀 전체의 형세도 크게 호전됐다. ‘형세불명’이라던 최철한 9단(대 왕밍완 9단)의 대국은 ‘반면승부(최철한 9단이 백)’로 앞서기 시작했고 ‘형세불리’의 진단이 내려졌던 박영훈 9단(대 저우쥔쉰 9단)의 대국도 역전의 무드가 조성됐다.  한국 취재진의 분위기를 단숨에 뒤바꿔준 것은 이창호 9단의 역전소식. ‘어떻게 해도 덤이 안 빠진다. 만회할 곳이 없다’는 검토진의 판단으로 사실상 포기상태에 있던 이창호 9단이 초읽기에 쫓긴 린하이펑 9단의 거듭된 종반의 실수를 유효, 적절하게 추궁하며 ‘린하이펑 9단의 실수만으로는 도저히 판을 뒤집을 수 없다’던 형세를 뒤엎어버린 것이다.이창호 9단의 역전소식과 함께 최철한 9단과 박영훈 9단이 간발의 차이로 승전보를 알리며 검토실로 내려왔다. 한국 4승 1패 확정. 오후의 한국 검토실은 윤성현 9단을 좌장으로 한종진 6단, 박병규 5단이 주도했고 박지은 5단과 이영구 4단, 박승철 4단이 뒤늦게 합류해 검토열기를 더욱 뜨겁게 했는데 오후 한때 지옥을 경험하고 천당에 오른 한국의 대회 첫날 소감은 ‘구공십단(口功十段)’ 김성룡 9단의 절규(?)로 마무리됐다. “뭐야 이거, 나만 진 거야?” 일본, 공개해설 팬 서비스 눈길  이번 제4회 CSK배 서울대회에는 다수의 일본기원 남녀 프로 기사들이 파견돼 눈길을 끌었다. 대회 출전기사 이외의 이시다 요시오 9단, 우메자와 유카리 5단 등 은 전야제부터 참석한 일본 팬들을 위한 공개해설 서비스를 위해 파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최사가 일본기업인만큼 그만큼의 지원을 받아 실행된 일이겠지만 국내 팬들로서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공개해설장의 주해설을 맡은 이시다 9단은 사카다 에이오, 린하이펑 9단의 뒤를 이어 일본 프로바둑 사상 세번째로, 최강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명인·본인방’에 올랐던 인물이다. 조치훈 9단이 80년대 초반 일본 프로바둑천하를 평정하기 전까지 군웅할거시대를 이끈 오다케 히데오, 가토 마사오, 다케미야 마사키 9단 등과 같은 기타니도장 출신. 전성기에는 ‘컴퓨터’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정밀한 끝내기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일본은 주최사 CSK의 적극적인 지원에 부응이라도 하듯 ‘중국에 고전할 것’이라는 관계자들의 예상을 뒤엎고 4승 1패로 압승, 대만을 4승 1패로 물리친 한국과 대회 둘째 날(5월 2일) 사실상의 우승을 다투게 됐다. 일본 관계자들은, 주장 요다 노리모토 9단이 중국랭킹 1위 구리 7단을 제압한 데 이어 기성타이틀 보유자 하네 나오키 9단이 중국의 미남스타 콩제 7단을 꺾으며 국제전 15연패라는 악몽의 사슬을 끊자 희색이 만면.중국랭킹 1~5위라는 역대최강의 멤버를 구성해 지난해 우승의 기쁨을 다시 한번 맛보려던 중국은 대회 첫날 예상 못한 완패에 다소 침울한 분위기. 전야제석상에서 ‘한번도 우승을 하지 못한 대만을 밀어주고 싶지만 잘 될지 모르겠다’는 너스레를 떨며 여유를 보였던 중국기원 왕루난 원장도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던 기사들의 패전소식이 줄줄이 이어지자 끝내 어두운 표정을 떨치지 못했다. 중국은 왕레이 8단의 승리(대 다카오 신지 8단)로 전패를 모면했다. 농심 신라면배 5연승에 빛나는 후야오위 7단이 ‘관서의 히로어’ 유키 사토시 9단에게 패하고 대회 첫날의 마지막 대국자로 남은 저우허양 9단마저 일본의 야마시타 게이고 9단에게 무너지자 검토실에 상주했던 관계자들은 물론, 대국실에서 이동해온 출전자들까지 모두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중국과 일본의 대회 첫날 소감은 다음과 같은 다카오 8단과 왕레이 8단의 이중창으로 마무리되지 않을까(뭐, 이건 그저 기자 개인의 상상이다). "뭐야 이거, 나만-"(다카오-왕 합창) "-진 거야?"(바리톤 다카오 8단) "-이긴 거야?"(테너 왕레이 8단) 기대 이상의 선전에 환호작약하던 일본 취재진, 관계자들까지 검토실을 빠져나간 뒤 이창호 9단과 김성룡 9단, 유시훈 9단이 다시 검토실로 들어섰다. 대국도 끝나고 검토진도 다 사라졌는데 웬일인가 했더니 ‘배가 너무 고파서 밥을 먹고 왔다’고. 김성룡 9단은 ‘대국시간 내내 배가 고파서 정신이 없었다. 대국 시작시간을 정오로 정하는 건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강변.  이창호 9단은 린하이펑 9단의 흉내바둑에 어지간히 시달린 듯 김성룡, 유시훈 9단과 함께 대국을 검토하며 이후 누군가 다시 시도할 지도 모를 흉내바둑 타파에 골몰. 유시훈 9단은 일본에서 있었던 흉내바둑의 실전례를 보여주며 흉내바둑 타파에 나름대로 조언을 주었는데 검토 내내 흘러나온 말들은 ‘손해는 아니지만 기분이 나빠.’ 또는 ‘이거 정말 골 아픈데···.’였다. 실제로 이창호 9단이 사용한 제한시간의 대부분은 린하이펑 9단이 시도한 ‘흉내바둑을 어떻게 깨뜨릴까’에 소모됐다고 한다.오버랩, 그 위의 상념 대회가 진행중인 프라자호텔 앞 광장에는 ‘2005 하이서울 페스티발’이 한창이다. 세계 각국의 초청 이벤트도 다양하게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한일국교수립 40주년을 맞은 ‘한일 우정의 해’이기도 하다. CSK배 전야제에는 이명박 서울시장도 참석해서 축사를 했다. 호텔 4층 검토실 옆에 마련된, 일본 바둑 팬을 위한 작은 공개 해설장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하이서울 페스티발의 일환으로 한·일 바둑 교류 행사를 기획했으면 어땠을까. 검토실 4층의 일본 바둑 팬만을 위한 작은 공개 해설장 대신 한일 프로기사가 나란히 서서 해설하는 대형 공개 해설장을 마련해 ‘한·일 우정의 해’에 걸맞는 바둑 팬들의 한일교류도 병행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기자의 뇌리를 스친다. 독도문제로 한일 정부가 첨예하게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지만 민간의 교류는 달라야 한다. 독도에 관한 상당수 일본국민의 무지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임에도 우리의 주장만으로 간단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근거를 갖춘 설명과 이해의 지속적인 노력. 그리고 그 장(場)이 필요하다. 단발적으로 그치는 아마추어의 바둑교류가 아닌 국가적 국제행사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한일간의 바둑교류는 그런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마당이 될 것이다. 아울러 그것은 ‘한국바둑문화의 세계화’라는 원대한 목표를 가진 한국기원이 향후 국제 바둑행사에서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일이기도 하다. CSK배의 서울유치도 좋고 ‘2005 하이서울 페스티발’도 좋지만 우리가 왜 이런 행사를 하는지, 우리 모두 그 뿌리가 되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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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네
조천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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