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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보다 훨씬 세다는 AI, 왜 어이없는 실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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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한돌이 바둑의 기초 기술이라 할 ‘장문’을 보지 못해 진 것을 놓고 세간의 궁금증이 증폭됐다. 아주 어려운 수읽기도 아닌데 인간을 초월하는 능력을 지녔다는 인공지능이 왜 이렇게 맥없이 둘까하는 의문이 드는 건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는 바둑 인공지능 개발자나 연구용도로 인공지능을 사용하고 있는 프로기사들에게는 생소한 일이 아니다. 다수의 인공지능이, 장문뿐 아니라 ‘축’처럼 간단한 기술도 못 보는 일도 일어난다. 인공지능의 이상행동은 지금도 희한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세돌-한돌 대결에서 나타난 현상의 원인은 우선 ‘접바둑’이란 특성이 크다. 이세돌-한돌 1국이 끝난 직후 기자회견에서 NHN이창률 팀장은 이렇게 답변했다. “접바둑으로 훈련한 기간은 2개월밖에 되지는 않는다. 2점 접바둑을 두게 하자 처음에 한돌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인공지능은 접바둑을 많이 접해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호선으로 자기 자신과 바둑을 두며 훈련한다. 접바둑에 관한 학습 데이터 자체가 쌓이지 않는 것이다. ‘바둑이란 게 실력이 좋으면 호선이든 접바둑이든 고수가 이기는 것 아닌가’ 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사람의 뇌와는 다른 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창률 팀장은 이렇게 이어갔다 “머신러닝이라는 게 데이터가 많아야 하는데 학습량이 많지 않았다. 또 두점 접바둑뿐 아니라 석점 접바둑과 넉점 접바둑도 준비해야 했다. 전체적인 학습량이 부족한 게 영향이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 접바둑 즉 반상에 돌을 몇 개 놓고 시작하는 반상의 조건을 주고 인공지능을 훈련시키면서 실력이 강해지게 하려면 수개월이 아니라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한데 한돌은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전까지 한돌은 호선으로만 훈련했고 이세돌과의 대결제의를 받은 뒤 2개월이란 시간 안에 모든 훈련을 끝마쳐야 했던 것이다. 게다가 2점접바둑뿐 아니라 3점접바둑, 4점접바둑도 준비해야 했으니 일일이 각각의 훈련을 놓고 시간을 쪼개 써야 했던 셈이다. ▼ 인공지능을 흔든 이세돌의 마법. 이번에도 78수였다.
현재 세계대회에 출전하는 인공지능 중 최강이라 할 절예는 약 2년에 걸쳐서 접바둑 환경을 조정했고 불과 수개월 전에 덤을 주지 않고도 사람과 접바둑을 두는 것이 가능하게 했다. 절예의 접바둑 실력은 정상급 기사를 2점 혹은 3점에 접을 정도로 뛰어난데 접바둑 조건을 충족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점에서 다르다. 개발자들은 인공지능이 접바둑을 잘 두지 못하게 되는 요인 중 하나로 ‘형세판단’을 든다. 알파고제로 방식을 따르는 일반 인공지능은 접바둑에서 형세를 지나치게 비관하거나 낙관하는 경향이 있다. 접바둑에서 흑은 압도적으로 우세하게 시작한다. 절예의 경우 흑이 두점을 놓으면 반상의 상태를 놓고 98% 우세하다고 평가한다. 이때 백을 쥔 인공지능이 너무 비관하지 않고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게 하는 게 중요해서 이를 위한 개발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참고로, 현재의 내로라 하는 인공지능 중엔 축을 못보는 경우도 나온다.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다. 엘프오픈고를 만든 페이스북도 “현재로선 알파고제로 방식을 사용하면서, 간혹 축을 착각하는 실수를 완전히 해결하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 연산량을 많게 하면 축 실수가 적어지고 관전자가 자주 목격하지 못할 뿐이다. 세계 2위 인공지능이라는 골락시는 축을 완전하게 해소했지만 이것은 인공지능이 학습하게 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개입해서 강제로 해결한 케이스다. 이렇듯 바둑 인공지능은 뛰어나긴 하지만 아직 결함이 있다. 그렇다면 이세돌-한돌 1국에서 나온 이세돌의 78수는 평가절하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한승주 6단은 “인공지능을 혼란하게 한 좋은 수”였다고 했으며 이지현 9단은 “이세돌 9단은 78수를 놓고 프로기사라면 누구나 떠올릴 만한 수라고 했지만, 그렇게 퍼뜩 떠오를 정도는 아니고 시간을 충분히 준다면 발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묘수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1국을 연구하던 국가대표팀은 78을 높게 평가했다. 78수 이후 실전과 다르게 진행도 해보았다고 하는데 백이 이길 때도 있고 흑이 이길 때도 있었다고 한다. 즉 이세돌이 인공지능에 맞서 팽팽한 전투를 벌일 수 있는 데까지 가져갔다는 뜻이다. 절예, 릴라제로 등 우수한 인공지능들이 78수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소식이 뜨는데, 그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기자가 회사 컴퓨터로 돌려본 릴라제로는 78수를 후보수 중 하나로 떠올렸다. 절예에 관해선, 우리가 공개된 일부의 참고도만 볼 수 있으니 알기 어렵다. 어쨌든 이세돌은 인공지능을 흔드는 데는 지구상 누구보다 재능이 있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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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9급
도우미A
하이디77
| 팍스이스트 | 3단 | 10조4200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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