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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과 혈액형 "피는 못속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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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혈액형에 대해 관심이 많고 이에 따른 속설 또한 많다. 특히 혈액형에 따라 성격이 다르다는 설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데도 대다수가 사실로 여기고 있다. 혈액형은 성격 차이보다는 질병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성격은 살아온 환경이나 교육 등 후천적 요인들로 형성되므로 혈액형과는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는 하나 타고난 기질이라는 게 있다. 그렇기에 우리가 재미 삼아 별자리 운수를 보듯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향과 기질을 분별해 보는 걸 게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생리학적 구분인 혈액형을 심리학적 특성으로 풀어 쓴 책들이 붐을 일으켰다. 노미 마사히코가 쓴 [혈액형과 인간관계 (보성출판, 신경식 번역)]도 이런 범주의 저서다. 당시 이 책을 참고로 심심풀이 삼아 프로기사의 유형을 파악해본 것이 본 칼럼이다. 과학계가 혈액형과 심리 특성은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다 확언하니 그리 아시고 이 글을 받아들이기 바란다. 그런데도 같기도...아니기도...한 까닭은 형액형의 특성과 프로기사의 기풍을 대입해 보니 정말 그럴 듯하기 때문이다. 거듭 밝히거니와 어디까지나 재미로 읽으시길!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감정은 마음의 동요를 드러내는 것이며 이는 기질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질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부분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혈액형 또한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니 기질에 영향을 미치는 이웃사촌간일 수 있다. "피는 못 속여!"란 말도 따지고 보면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바둑이 고도의 심리전이런 걸 헤아릴 때 기사들의 바둑스타일(棋風)도 혈액형과 긴밀한 연관성을 갖고 있지 않을까. 혈액형에 따른 톱기사들의 기풍탐구와 기력향상법에 관해 살펴본다. A형: 완벽주의, 신중파 …이창호를 비롯해 세계 정상급 대부분 포진 A형의 대표적인 기사는 우리나라의 빅3인 조훈현 9단, 이창호 9단, 유창혁 9단과 일본의 사카다 에이오 9단, 고바야시 고이치 9단, 다케미야 마사키 9단이 있다. A형은 주로 울창한 삼림이나 산악지대 등 지형이 복잡하고 전망이 좋지 않은 곳에 살았다고 한다. 때문에 언제 어디서 적으로부터 위험에 처할지 몰랐다. 이러한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면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 하나에도 세심한 주의력이 필요했고, 이러한 점이 치밀한 성격을 형성했다. 완벽주의, 집중형, 신중형 등이 A형의 특질이다. 너무 신중해서 지겨운 '돌부처' 이창호 9단, 찔러도 피 한방울 나지 않는 '지하철 바둑' 고바야시 9단, '면도날'로 불리는 타개의 명수 사카다 9단 들의 바둑과 A형의 기질을 맞춰보면 딱 들어맞고 있다. 화끈한 공격바둑(유창혁 9단)이나 우주류를 추구하는 중앙바둑(다케미야 9단)은 한수 삐긋하면 와르르 무너질 위험성을 안고 있으므로 실리바둑보다 더 완벽한 수읽기를 해내야 한다는 점에서도 완벽하지 않으면 안된다. 세계바둑계를 휘어잡은 기사들 중 유독 A형이 많다는 사실은 A형이 갖고 있는 특질이 바둑에서 가장 요구되는 으뜸요소와 일치하기 때문 아닐까. 그렇다면 A형의 자녀를 둔 분이라면 한번쯤 바둑으로 대성시켜 볼만하다.  ▲ B형의 대표적인 기사 조치훈 9단. A형과는 달리 드넓은 평원지대에서 살았던 B형의 특성은 제약되고 속박되며 틀에 박히는 것을 싫어한다. 치밀하고 편집증적인 기질을 보인다. 완벽할 때까지 몇 시간이고 장고를 마다않는 조치훈 9단의 바둑스타일이 그렇다.
B형: 개성적이고 편집증적인 기질 …조치훈, 린 하이펑 9단 B형은 어떨까. A형과는 달리 드넓은 평원지대에서 살았던 B형의 특성은 제약되고 속박되며 틀에 박히는 것을 싫어한다. 대표적인 기사로는 김수장 9단, 정대상 9단, 김승준 9단, 이성재 9단과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조치훈 9단, 린 하이펑 9단 등이다. B형은 상식에 구애되지 않는 성격이다. 삼림이나 산악지대에 살았던 A형과 달리 시야가 탁 트인 대평원에서 살았다. 탁 트인 공간에선 자신을 해치려는 적의 공격이 눈에 잘 띄었고, 따라서 천적의 공격에 레이더를 항시 작동할 필요가 없었다. 지형 여건상 정착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A형에 비해 이동이 자유로웠던 B형은 자연 규약이나 규제력도 약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구애되지 않는 사고방식과 행동을 낳아 매우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기질을 갖춘 반면에 자기중심적이고 부주의한 면을 보인다. 어떤 사고가 나면 탁트인 평원을 달려 즉각 현장조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이었고 이는 조사능력 발달을 촉진시켰다. 그러다보니 흥미를 갖는 일에 치밀성과 편집성을 보인다. 잘 알려진 대로 김수장 9단은 한국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사활묘수의 대가이다. 조치훈 9단은 이틀걸이 바둑의 귀재다. 최선의 수를 찾을 때까지 단 한수에 몇 시간씩 몰입하기 예사인 그의 무한정 장고(長考)는 유명하다. 두 기사 다 치밀하고 편집증적인 성격이 성격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또한 B형은 감정에 약해 '울보' 소리를 많이 듣는데, 조치훈 9단이 그렇다. 열여덟 나이에 사카다(坂田榮男) 9단에게 도전했다 2연승 후 3연패 당한 뒤 밤새 걸어 귀가하며 하염없이 뿌렸던 눈물이나, 88년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응씨배 개막전에서 라이벌 녜 웨이핑 9단에게 진 후 "내 바둑은 끝났다"며 쏟은 분루는 공공연 뒷얘기다. 여긴엔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B형의 성격이 작용했을 게다.  ▲ 승부욕 없는 프로기사 없겠지만, 만년 2인자 소리를 들으면서도 언제나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 자기세계를 구가했던 서봉수 9단이야 말로 '승부사의 화신'이었다. O형은 무슨 일이든 전문적으로 파고들며 강렬하고, 강한 승부 근성을 보이는데, 서9단이 대표적인 기사다.
O형: 뚜렷한 목표의식, 강한 승부욕 …서봉수, 후지사와 9단 O형은 개성파이며 적나라한 인간형이다. 무슨 일이든 전문적으로 파고들며 강렬하고, 승부욕이 강한 근성이 있다. 일단 목표를 정하면 달성력이 뛰어난 목적지향성인 반면에 목적이 불확실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논리적으로 막히면 갑자기 감정적으로 변하는 단점이 있다. 대표적인 기사로는 서봉수 9단, 김인 9단, 양재호 9단, 최명훈 9단과 일본의 후지사와(藤澤秀行) 9단,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9단, 류시훈 9단 등이다. 순국산파로 '불사조, 오뚝이'란 별칭으로 대변되는 서봉수 9단이나 '괴물'로 불리는 반상의 기인(奇人) 후지사와 9단만 보더라도 O형의 목적지향과 개성이 바둑에도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AB형: 냉철한 이성, 친화력 앞세운 조정역 …이시다, 최규병 9단 AB형은 냉철하고 합리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그만큼 이성적이어서 교제가 뛰어나고 정의감에 불타다 보니 조절, 화해 역이나 알선 통로 역에 적격이다. '마당발'을 자랑하는 양상국 9단이나 충암연구회를 이끌며 후배기사들을 알뜰살뜰 돌보는 최규병 9단을 보면 절로 이해가 간다. 또한 냉정하고 이성적인 성격이다보니 견실하고 계산적인 기풍이 많다. 유연한 바둑으로 본인방을 9연패한 다카가와(高川格) 9단, '컴퓨터 이시다'로 불린 이시다(石田方夫) 9단, 20대의 혈기왕성한 류시훈 9단을 침몰시키고 천원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백전노장 구도(工藤紀夫) 9단의 냉정한 종반은 정평이 나있다. 생각만큼 바둑이 잘 늘지 않아 속상한 사람, 어떻게 하면 라이벌을 혼내줄까 고심하는 사람은 한번쯤 자신이나 상대방의 혈액형을 살펴보고 그 속성을 간파하면 기풍이 보이고 보완해야 할 단점이 보일 것이다. <스포츠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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