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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선물이 필요한 원성진, '알파Lee' 넘을 수 있을까?
맥심배 준결승 두 판 원포인트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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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구라의 썰전說戰 - 서른 번째 '썰'] '반상의 구라' 김성룡 9단. 막강한 입심을 자랑해 얻은 별명이지만 화려한 애드립이나 시시껄렁한 잡담이나 곁들이는 수준이 아니다. 판에 박은 해설과는 거리가 먼, 솔직발랄직선적인 어법으로 팬들을 즐겁게 한다. 매주 사이버오로가 멍석을 깐다. 주간관전평 '김구라의 썰전'. 이번 회는 맥심배 준결승 두 판을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제8회 응씨배 8강전이 끝나고 대전을 치렀던 선수들에게는 쉴 틈이 주어지지 않았다. 승리한 사람에게는 기세를 얻게 한 반면 패한 기사에겐 의욕 상실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만한 한 주다. 입신들의 향연이라는 맥심배 준결승 [원성진vs강동윤], [이세돌vs박영훈]의 대국을 분석해 본다. 4월26일 원성진vs강동윤 아마 이 바둑을 본 사람들은 모두 이런 느낌을 받았을 것 같다. 큰 대회에서 패한 기사들이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또 어떻게 살아나는지. 초반은 이랬다. 적지에 침투한 원성진은 정말 눈부신 타개 실력을 뽐냈다. 마치 응씨배 16강에서 탈락해 마음을 추스린 기사와 8강에서 탈락해 충격이 더 큰 기사의 차이를 보여주는 듯 초반에 실패한 강동윤은 그대로 완패할 분위기였다.  ○● 8회 맥심배 준결승 원성진 9단-강동윤 9단 대국 뉴스 보기 ☜ 클릭  ▲ <장면1> 문제의 장면, 흑1 먼저 <장면1>을 보면 흑은 중앙 대마만 살아 두면 집으로 앞서 있고 바둑도 거의 정리가 된 모습이다. 그런데 이 순간 반전이 일어난다. 원성진이 흑1로 폭주(무척 두고 싶은 곳이긴 하나)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짧은 방송대국의 묘미이면서도 아쉬운 장면이다. 좋은 내용의 바둑을 그야말로 희극으로 바뀌게 만들었다. 4월27일 오전 원성진과 통화를 했다. 일단 축하인사를 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 마지막에 진 것 아닌가? “전 그 대마가 그렇게 위험한지를 몰랐어요. 동윤이가 착각하지 않았으면 졌을 것 같습니다.” - 착각? 뭘 착각 했다는 말이지? “좌변 쪽에 백이 찝는 수가 있는데 그걸 깜박한 것 같아요.” 필자도 좌변 찝는다는 말에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그래서 오로 어플로 기보를 전송하며 통화를 하게 되었다.  ▲ <장면2> 맞보기로 살았다, 하지만... <장면2> - 흑이 1로 붙였을 때 백이 2로 받아서 살았잖아. 흑3에는 일단 백이 잡는 수는 없는 거지? “네. 그때는 백 한점을 잡는 거랑 나가 끊는 것이 맞보기니 당연히 안 되죠.” - 그럼 도대체 좌변 찝는 수가 뭔 뜻이지? “변화도를 보내 드릴게요. 보시면 알아요.”  ▲ <장면3> 백2로 막는 수가 있었다. 그런 다음 백4로 찝는 수. <장면3> 원성진의 얘기는 이랬다. “백이 2로 막는 수가 있었습니다. 착각하기 쉬운 장면이긴 한데요. 제가 실전과 같이 흑3으로 둘 때 백이 4로 찝는 수가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흑이 이 곳을 받으면 위쪽 백 한점을 이어가 흑 전체 대마가 잡히고, 반대로 흑이 위쪽 전체 대마를 살리면 백4로 찝은 곳을 끊겨 이젠 집으로 안 되는 거죠.”  ▲ <장면4> 찝는 수 없이 잡으러 가다간 오히려 되잡힌다 <장면4> 백이 찝는 수가 없다면 흑9까지 잡으러 간 백돌 5점이 오히려 잡힌다. - 완전히 용궁 갔다온 거네. “초반에 너무 유리하다 생각해 계속 방심한 것 같아요.” - 결승에서 만나게 될 이세돌이나 박영훈에게 성적이 어때? “세돌이 형한테는 11승13패구요. 영훈이에게도 한두 판은 더 진 것 같아요. 철한이한테도 그런 것 같고, 상대전적에서 앞선 기사가 없네요.” 사실 이세돌 9단과 20판을 넘게 둔 기사 중에는 50%가 넘는 기사가 많지 않다. 이창호와 구리 정도? 박영훈과 최철한도 이세돌에게 많이 졌다. 오히려 상대전적만 놓고 보면 원성진은 상당히 경쟁력이 있다.  ▲ 알파고와의 대결 이후 이세돌 9단은 연전연승하고 있다. - 맥심커피배 결승에 임하는 각오는? “결승 상대 원성진 9단은 내가 까다로워하는 스타일이다. 특히 속기에서는 가장 힘들지 않나 싶다. 그럼에도 알파고 대국 이후 나도 생각이 많아졌고 그래서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4월27일 이세돌vs박영훈 알파고 대전 이후 이세돌은 진 적이 없다. 그 것에 대해 모두 궁금해한다. 정말 실력이 향상된 것일까? 그것보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열망이 그를 더 강하게 만든 게 아닐까. 하여간 이 바둑은 역시 이세돌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현란했다. 초반 흐름은 박영훈이 좋았던 것 같은데 어느새 박영훈은 져 있었다. 가장 충격적인 건 마지막 착각 전에 어디서 역전 당했는지 잘 모르겠다는 점이다. 프로가 바둑을 보면서 어디가 정확히 패착인지를 잡아내기가 힘들었다는 점이다. 패배한 다음날 바로 전화로 물어보기는 미안해 이틀 지난 29일에 박영훈과 통화했다. 냉정한 박영훈은 이 대국을 진 뒤 패인을 정확히 찾아냈다. 보통 진 바둑을 쳐다보기도 싫은 경우도 많다. 약한 기사일수록 자신이 진 바둑을 복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정한 고수는 자기 바둑에서 답을 찾는다. ○● 8회 맥심배 준결승 이세돌 9단-박영훈 9단 대국 뉴스 보기 ☜ 클릭  ▲ <장면5> 알파고처럼 둔 백1 <장면5> 이세돌의 백1. 정말 이세돌이 알파고로 변신한 건 아닌지. 이런 발상은 좋고 나쁨을 벗어난 수가 아닌지. 그저 감탄만 나온다. - 영훈아, 이 수 어땠어? “사실 실전처럼 두어서 전 좋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만만치 않더라구요. 그 전에 제가 좋았던 흐름이라 그런 수도 있나? 그렇게 생각하는 정도였어요.”  ▲ <장면6> 흑3, 절박함에서 나온 착각 <장면6> - 마지막에 착각이지? “네. 착각했어요. 많이 나쁘다고 생각하고 두어서인지 그런 착각도 하네요.” 박영훈은 형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흑1로 백 전체를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세돌의 멋진 한 수는 백2로 상대의 돌을 끊으면서 자신의 돌을 자연스럽게 쌍립으로 보강하는 방법을 취했다. 그런데 박영훈의 흑3으로 둔 수가 절박함에서 둔 착각수였다. 백4를 깜박한 것. 6까지 중앙이 관통되는 참상을 겪으며 무너졌다. - 그럼 이 바둑은 어디서 진거야? “좌변에서 불리해졌는데 제가 확실히 이길 찬스가 있었어요. 아마 이랬다면 제가 이겼을 겁니다. 한 번 보실래요?”  ▲ <장면7> 박영훈의 후회...흑2로 좌변을 눌렀어야했다 <장면7> “우변에서 세돌이형이 백1로 패를 따내는 장면이 있어요. 패를 굴복시켜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여기서 흑2로 좌변을 눌렀다면 4까지 제가 확실히 좋았어요. 이 정도 차이면 상당히 큰 차이예요. 그런데 제가 여기서 물러서고 그 다음은 서로 많이 어려웠고 제가 실수를 더 많이 한 거죠. 마지막엔 너무 비관하다보니 어이없는 착각까지 한 것 같아요.” 박영훈은 초등학교 1학년 때 하루에 10시간 바둑공부를 한다고 말해 최규병 9단과 홍태선 9단이 공동운영하던 인사동 비둘기집(옥탑 건물에 있었다)에서 공부하던 선배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던 후배다. 한 번은 초등학생이던 박영훈이 연구실로 매일 같이 택시를 타고 다녀 지하철을 타던 형들이 뭐라 말을 했다. 그러자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 내가 목표한 하루 공부 시간을 채울 수 없어서...”라고 하던 말도 기억난다. 서봉수 9단이 속기바둑에 대해 이렇게 말한 기록이 있다. “나는 주어진 제한시간을 전부 사용해 판마다 마지막 1분 초읽기에 몰리고 싶다. 소비시간이야말로 대국에 임한 그 사람의 정신자세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기록이다. 속기는 경솔한 것. 무의미하다. 속기로 이기는 것은 운수소관일 따름이다. 속기로는 절대 작품을 만들 수 없다고 나는 확신한다." 맥심배는 속기기전이다. 시간이 긴 바둑과는 분명히 다르다. 그래서 받아들이는 느낌도 많이 다르다. 하지만 기사들은 그런 시대에 맞춰 최선을 다하고 연습하고 준비한다. 그것도 다른 시대에 살아가는 기사들의 운명이다. 맥심배 결승전이 시작되는 5월3일, 알파고 대전 이후 이세돌은 첫번째 타이틀 사냥에 나선다. 결혼선물이 필요한 원성진. 누가 이길까? 5월도 우리에겐 즐거운 일이 많다. 기대가 된다. (통화에 응해준 원성진, 박영훈 9단에게 감사드린다.) 이번 칼럼으로 썰전이 딱 30회를 채웠다. 바둑계의 이슈를 속력행마로 전해야 했기에 힘이 들었지만 또한 즐거운 여행이었다. 5월부터는 바둑리그가 시작하므로 감독 역에 충실해야한다. 해서 썰전은 당분간 개점휴업 상태로 들어가야 할 듯하다. 그래도 중간중간, 간간히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성원해주신 오로 회원 여러분,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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