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장 김현찬-CJE&M 이지현의 대국을 시작으로 플레이오프 2차전의 막이 올랐다. 김현찬은 대국시작 후 1분 뒤에 허겁지겁 착석해 규정상 두 배인 2분을 공제당했다.

▲김현찬은 1차전에 출전하지 않았기에 어느 정도 예상된 카드였으나, CJE&M이 전날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한 이지현을 선발로 내세운 것은 의외였다. 김만수 해설자는 "CJE&M은 이지현이 회복하지 못하면 답이 없다. 그 점에서 빨리 일어설 기회를 준 것"이라고 분석했지만 과연….

▲주말의 KB리그 현장은 전날과는 달리 차분했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관장 이원영과 김정현, 나현이 Kixx의 김세동, 새내기 송혜령과 어울려 검토하고 있다.

▲오후 4시 15분. 우려했던대로 이지현이 일찌감치 돌을 거뒀다. 불과 140수 만의 단명국. 이지현은 전날의 여진이 남아 있는 채로 다시 대마 사냥에 나섰으나 얼마 못 가 치명적 실수를 저지르면서 무너졌다. 2국 중계를 준비하며 지켜보던 송태곤 해설자는 "설명이 필요 없는 김현찬의 완승"이라고.

▲1국이 끝난 후 2국 오더를 구상하는 양 팀 감독의 표정이 대조적이다. 특히 한종진 감독은(아래) 이날 정관장 선수들이 제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강력히 항의하는 등 평소와 달리 아주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드디어 2국 오더 공개. 정관장의 두 번째 주자로 김정현이 소개되자 지켜보던 모든 사람의 입에서 커다란 탄성이 터져 나왔다. 김정현 본인도 직전까지 몰랐던, 첫날 2승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김영삼 감독의 깜짝 기습 카드였다.

▲정관장의 에이스면서 '속기 전문'인 김정현이 느닷없이(?) 첫날 장고대국에 출전했다. 2국 시작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김현찬은 "김정현 본인도 무척 당황하는 것 같았다"고 전하면서 "하지만 감독님의 깊은 뜻이 있었을 것"이라고. 유창혁 해설자는 "전혀 예상을 못 했다."는 말과 함께 "김정현=속기라는 게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장고로도 해볼 만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닐까" 라는 추측을 했다.

▲제2국.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던 김정현이 중반 치명적인 수순 착오 하나로 무너졌다. 시간이 넉넉한 상태에서 상대의 절묘한 반격을 예상치 못한 것이 문제였다. 이후 갈림길에서 25분을 장고하면서 나름 최선의 길을 찾았지만 이 와중에 10집 가까이 손해를 보면서 형세가 역전됐다(190수 백 불계승).

▲돌을 거둔 후 망연자실해 있는 김정현. 훈장처럼 빛나던 포스트시즌 불패 신화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포스트시즌의 사나이' 김정현을 잡고 팀을 위기에서 구한 강승민. "정현이 형이 한 수만 제대로 두면 던지려고 했는데…. 상대 실수로 이긴 거라 기분은 별로"라고. 상대가 김정현일 것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엔 "나현이나 김명훈을 생각하고 있었고, 저는 누구랑 둬도 승률이 반이 안 되기 때문에 그저 열심히 두자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 CJE&M은 중반 들어 검토를 중단했다가 강승민이 역전에 성공하자 부랴부랴 검토를 다시 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창혁 해설자는 "이런 역전승을 실력인지, 운인지 뭐라 표현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 1차전(이원영)에 이어 2차전(김정현)서도 '강승민 카드'에 쓴맛을 본 정관장. 승부가 최종전까지 갈 경우 누구를 대항마로 내세울지가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