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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仁王)에서 북악(北岳)까지
2014년 1월, 프로기사 산악회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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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상순 어느 날, 영하 12도까지 내려간다던 차가운 아침이었다. 마음을 다잡고 문을 열기까지가 아주 힘들었다. 내쉬는 숨결에 서리가 맺히는 듯 하더니 이내 묵직한 등산화의 무게도 상쾌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올해 다시 출범하는 '프로기사 산악회(가칭)'의 첫 모임에 나서는 길이다. 작년 프로기사회 첫 여성회장으로 선출된 김효정 2단은 프로기사의 개별 모임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산을 좋아하는 김성룡 9단은 바로 산악회를 조직했다. 김수장 9단, 이홍렬 9단 등이 이름을 올렸고 이희성 9단, 주형욱 7단 등이 허리를 받쳐줬다. 또 이동훈 2단과 최현재, 설현준, 최영찬 등 새로 입단한 초단들도 참가했다. 임시 총무를 자청한 김성룡은 "프로기사의 등산모임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도 만들어지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바로 이전 모임은 박정상 9단이 회장으로 있었고, 2000년 초부터 중반까지 활동한 것으로 안다. 이번에 새로 산악회를 조직했지만, 내가 회장은 아니다. 회장과 총무는 더 훌륭한 적임자가 있을 것이다. 나는 임시로 역할을 맡은 것이다."라고 알려줬다.  이들과 함께 서울 성곽길의 일부를 걸었다. 정확히 말하면 인왕산 성곽길, 북악산 성곽길, 낙산 성곽길이다. 서울 성곽길은 인왕산-북악산-낙산-남산으로 이어지는 약 18.7km의 시설물이다. 서울을 둘러싼 성곽은 조선을 개국한 태조가 한양 천도 이후 축조를 시작해, 세종 4년(1422년) 골격을 갖추고 숙종(1704년) 때 대대적인 정비를 거쳤다고 한다. 요즘은 차도로 많이 훼손되었지만, 일부 구간은 시민을 위한 트레킹 코스로 잘 꾸며져 있다. 이동훈은 50킬로의 몸무게로 날아다니듯 걷는다. 같이 간 기사들이 대부분 10대여서 몸들이 가벼운 편이다. 평소에 중독수준으로 마라톤과 농구를 즐기는 이희성 9단은 10대 기사보다 더 싱싱한 걸음으로 선두에 섰다. 김성룡은 초콜릿과 물, 귤과 빵, 김밥 한 줄씩을 배분하며 "배고프면 오르지 못한다."는 산행철학을 전파했다. 산행의 시작점은 시청 앞 덕수궁 정문. 코스는 인왕산을 거쳐 북악산을 도는 북쪽 성곽코스였다. 김성룡의 주장에 따르면 "주도면밀한 연구로 첫 길은 아주 힘들게 나중에는 점점 편해지는 코스로 잡았다."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오전 산행은 다리가 뻐근해질 정도로 힘들었다. 그러나 잠깐잠깐 쉬는 곳에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저절로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착한(?) 사람들만 모였다. 산행을 마친 후 점심 자리에서 김성룡은 "젊은 기사들이야 대국기회가 많아지는 것만큼 좋은 게 있을까요? 그러나 대회만 많아진다고 꼭 바둑계가 발전하는 건 아니죠. 이런 작은 모임도 바둑계를 떠받치는 하나의 받침목이 되었으면 합니다. 산행은 처음부터 힘들면 지칩니다. 등산의 참맛을 알 수 있도록 스케쥴과 코스를 기획해 차근차근 참가인원을 늘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2월은 4호선 사당역쪽에서 만나 근처 우면산 일대를 돌 계획이라고 한다. 다음 산행에 함께 참가하고 싶은 프로기사는 김성룡 9단에게 연락하라.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이 모임이 프로기사뿐 아니라 일반 바둑팬과도 함께 하는 행사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첫 산행을 함께하며 틈틈이 촬영한 동영상과 이시용(전 월간바둑 기자)씨가 찍은 사진을 아래에 소개한다.  ▲ 아침 10시, 산행의 시작점인 덕수궁에 집결했다.  ▲ 유명한 덕수궁 돌담길을 배경으로  ▲ 인왕산 성곽길에서 본 정상의 모습  ▲ 7인의 원정대. 이들이 프로기사 산악회(가칭)의 첫 멤버다.  ▲ 산위의 공기는 더 차갑다. 그러나 외투를 벗게 만들 정도로 땀도 흘렸다.  ▲ 인왕산을 뒷 배경으로 함께 어깨동무한 프로기사들  ▲ 김밥 한 줄과 함께한 휴식이 즐겁다.  ▲ 이희성 9단. 마라톤을 꾸준히 하고, 주말에는 농구로 체력을 단련해왔다고 한다.  ▲ 1차 코스 인왕산을 내려와 2차 코스인 북악산 성곽길을 오르기 전에 서울 성곽길에 대해 설명하는 김성룡 9단  ▲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기자가 바라본 10대기사들은 거의 '날아'다녔다.  ▲ 곧 가파른 성곽길이 허벅지를 괴롭힌다. 이 길을 오르는 잠시 동안은 '군대 철책경비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었다.  ▲ 북악산 전망대에서 프로기사들의 사활대결도 펼쳐졌다. 날이 풀리면 정상대국도 기대해 본다.  ▲ "이제 우리가 갈 곳이 저기야. 아주 쉬운 길만 남았쥐~" 이번 산행은 김성룡 9단이 인솔했다. 2월은 서울 사당역에서 출발해 부근의 낮은(?)산들을 돌 계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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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9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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