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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끝 내린 일지매의 유연한 풋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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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기사생활 중 인고(忍苦)의 한해를 보내고 있는 유창혁. 국수를 잃고 절치부심하고 있는 이창호. 부활을 위한 유창혁의 토대 구축이냐, 설욕을 위한 이창호의 리턴매치 성사냐? 바둑팬의 응원이 양분된 가운데 도전권 향방은 최종국으로 넘어갔다. 이창호가 천하를 평정할 때 심심찮게 발목을 낚아챘던 일지매 유창혁. ‘이창호 잡는 유창혁’이라는 얘기가 널리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어느새 내년이면 마흔이 되는 그. 최고 공격수의 이미지는 무뎌진 느낌이 없지 않지만 화려한 검무 대신 유연함으로 벼랑끝에서 일어섰다. 제48기 국수전 도전자결정전 제2국 ○유창혁 9단 ●이창호 9단 - 장소 : 한국기원 - 날짜 : 2004. 12. 10 - 결과 : 290수끝, 백1집반승  장면1 (의문의 처리) 파도는 고사하고 잔물결조차 흔치 않는 평온함의 세계. 유창혁도 오늘만큼은 창끝을 내렸다. 사실 잔잔한 바둑은 이창호의 전공분야나 다름없어 유창혁의 승리를 점치는 편은 많지 않았다. 중반 무렵부터 나오기 시작한 반집승부의 진단. 긴박함 속에서 좌상 공방이 승부에 관여했다. 백1은 최대한 실리를 당기는 벌림. 귀를 단속하면서 집을 키우는 흑2～6은 당연한 운석인데 뜻밖에도 흑8이 의문수로 판명났다. 참고도1 (보강은 필수) △의 다가섬이 오면 좌상귀를 방치할 수 없다. 가령 흑1로 보강하려고 해도 안 된다. 백2가 톡 쏘는 붙임. 10까지는 예를 들기 위한 가장 간단한 참고도에 불과하지만 어떻게든 수가 난다. 이후 백은 A와 B가 맞보기. 실전진행1 (알토란 같은 백집) 귀나 변이 아닌 중앙쪽의 끝내기는 명확한 수치로 환산해 내기가 여간 쉽지 않다. 이창호의 구상은 이랬다. 백1, 3을 유도해서 그 리듬을 타고 흑2, 4로 두터움을 지우려는 생각. 그 이후에도 나타나듯이 상중앙 백모양을 꽤나 의식하고 있었다. 백11의 막음이 큰 수. 유창혁은 뜻하지 않았던 좌변에서 알토란 같은 집을 마련하며 승기를 잡았다. 참고도2 (은근히 큰 수) “온통 상중앙 쪽으로 진출하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는 이창호의 국후담. 흑1로 들어가는 수가 은근히 크다. 백의 근거에도 관계가 있다. 백2에는 흑3이 침착한 전진. 끊김에 대비해 백4로 돌보면 흑5로 백모양을 견제하는 진행. 백4로는 타이트하게 A에 붙이는 수 등도 생각되지만 흑1은 상당히 유력한 방편이었다. 참고도3 (또 다른 대안) 대안으로 연구된 다른 하나는 흑1. 이곳 또한 잘 드러나지 않는 요처였다. 백2로 달아나면서 상중앙을 도모하면 당장 3, 5로 끊어잡는 수가 크다. 그리고 백2로 A로 절단을 방비하는 것은 흑B를 얻어맞아 살아도 산 게 아니다. 미묘한 중앙, 변수가 생길 소지가 많은 영역인 만큼 승부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실전보다 흑이 낫다는 데는 의견의 일치를 봤다. 장면2 (날카로운 처리) 우하에서 굴복을 받아내는 끝내기와 우상 팻감도 아마추어의 눈길을 사로잡는 대목이다. 우하는 흑을 굴복시키는 것 자체로 이득. 단순히 끝내기하는 것에 비해 2집 차이가 난다. 또 우상 백5는 팻감의 개수를 늘리는 맥. 유창혁의 날카로운 감각이 여전하다는 게 입증되는 한수다. 실전진행2 (손해 없는 팻감) 팻감 △는 언뜻 보태준 수 같으나 그렇지 않다. 본래 우상귀는 백이 1선으로 젖혀잇는 끝내기를 할 경우 14집이 나는 곳. 실전도 다르지 않다. 단, 흑이 도처에 깔린 덫을 피해 최선의 방어를 해야만 14집을 마련할 수 있으므로 백으로서는 전혀 손해될 게 없다. 흑8이 호수였다. 종착역은 290수. 신산(神算) 이창호의 끝내기에 위축되기는커녕 유창혁은 놀라운 집중력과 치밀함으로 1집반 승리를 따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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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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