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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산들의 소리없는 전쟁
이동훈, 이창호 꺾고 4강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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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체스가 파괴하고 사로잡는 게임이라면, 바둑은 그보다는 협상하고 타협하는 게임에 가깝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리있다. 영토의 경계를 다투면서 어디까지를 양보하고 또 양보를 받아낼 것인지, 상대를 살려줄 때는 대신 어떤 이익을 얻어낼 것인지를 놓고 전략을 겨루는 것도 바둑의 참맛 중 하나다. 이창호 9단이나 이동훈 9단 같은 이들은 싸움꾼으로 불리는 대신 지략가로 불리는 게 맞을 것이다. 이들이 만났다.  ▲ 전전 인터뷰에서 이창호는 "목진석 9단에게 운좋게 이겨서 부담(40대 투혼을 보여달라는)을 안게 됐다."고 했다. 우승공약을 말해달라는 요청엔 "우승은 어차피 어려울 것 같다. 오늘 이동훈 9단이 봐줄 것 같지도 않다."고 했다.
 ▲ 전전 인터뷰에서 이동훈은 "이창호 9단은 존경하는 사범님이다. 최선을 다해서 바둑을 두겠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20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8강전에서 이동훈 9단이 이창호 9단에게 234수 만에 백불계승을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끝내기에 달관한 기사들인 만큼 집 형성을 둘러싼 지략 전쟁이 볼 만했다. 초반 세력 작전을 들고 나온 이창호가 우세했고 이동훈이 끈끈하게 추격하면서 중반은 팽팽했다. 미세한 형세로 종반을 맞았을 때 두터움에서 앞선 이창호의 승리 가능성이 컸지만 이동훈이 정교한 끝내기 수순으로 집 차이를 벌렸다. 거의 이동훈의 승리가 굳어진 상황이었고 마지막 초읽기에 몰렸는데 이창호는 바둑을 끝까지 둘 것 같은 태세를 보였다. 그러다 잠시 바깥으로 나가 얼굴의 열을 식힌 뒤 다시 돌아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을 거뒀다. 바둑이 끝났을 때 이창호와 이동훈의 얼굴은 땀 범벅이었다.   ▲ 44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이동훈이라는 강자를 맞아 줄곧 우세했던 이창호.
 ▲ 이동훈은 참고 버티며 기회를 노리다가 후반에 정교한 끝내기로 승기를 잡았다.
이동훈은 “초반에 바둑이 안 좋아진 뒤 내용이 좋지 못해 부끄럽다.”며 “남은 대국에서 좋은 내용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창호는 “이동훈 9단과 즐거운 바둑을 두었다. 결승까지 가서 우승하기 바란다.”며 했다. 이동훈의 진입으로 4강 얼굴이 모두 가려졌다. 이동훈은 김지석 9단과, 백홍석 9단이 신진서 9단과 4강에서 대국한다. 4강은 25일(월)부터 진행된다. 동서식품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하는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은 생각시간으로 각자 10분에 40초 초읽기 5회를 준다. 우승상금은 5,000만원, 준우승상금은 2,000만원이다.  ▼ 그림1- 이창호가 흑1로 두었을 때 백2가 좋은 수였다. 이창호는 "백이 다른 식으로 받기를 기다려 A로 쳐들어가려고 했지만 백2를 당해 흑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 그림2- 실전에서 이창호는 어쩔 수 없이 흑1, 3에 두어 귀를 깨러 갔는데 백4, 6을 당하자 남는 게 없었다.
▼ 그림3- "그림1의 흑1 젖힘으로는 지금처럼 흑1로 먼저 끊는 게 좋았을 것."이라고 이창호는 말했는데 AI도 같은 지적을 했다. 이곳을 끊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 그림4- 이후의 예상 수순이다. 이하 22까지 흑은 중앙 외세를 쌓는 동시에 상변까지 잠식해 들어갈 수 있다. 또 백23 때-
▼ 그림5- 흑1의 추가 침입까지 노릴 수 있다. 이하 23까지 흑이 약간 우세한 형세다.
▼ 그림6- 종반으로 갈수록 바둑은 미세해졌다. 이때 백1이 이창호를 아프게 했다. 국후 이창호는 A로 젖혀야 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 그림7- 실전에서는 젖히는 대신 흑1을 두었으며 결국 백14, 18의 자리를 당했다. 이어서-
▼ 그림8- 이하 12까지 되어, 백은 흑세모 넉점을 삼킨 반면 흑7, 9의 끝내기는 효과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이로써 이창호가 역전할 길은 사라졌다.
 ▼ 그림9- 이창호는, 백1 때 흑2로 젖히는 게 나았을 거라고 말했는데, AI는 백이 3으로 받아서 이 바둑은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반집승부다.
▼ 그림10- 이후는 이런 식의 변화가 예상된다.
이창호에게 찾아왔던 절호의 기회 ▼ 그림11- AI는, 직전에 이창호가 승기를 잡을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백1이 그때다.
실전에서는 흑2로 받았고 이하 5까지 진행되어, 미세하지만 백에게 승산이 많아진 상황이었다. ▼ 그림12- 백이 선수하겠다고 둔 1 때가 흑으로선 절호의 기회였고 흑2로 끊었다면 이창호가 75%가 넘는 승리 확률로 승기를 잡았을 것이라며 AI는 변화를 제시했다.
▼ 그림13- 백1로 나온다면 싸발라서 흑이 중앙을 두텁게 정리할 수 있다.
▼ 그림14- 이런 형태의 중앙 끝내기는 난해하다.
▼ 그림15- 이하 20까지의 변화가 예상된다.
▼ 그림16- 이하 3까지 흑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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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기사270
낭낭^^
ef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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