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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의 우승, 어찌 '우연'이라 부를 수 있으랴
소년 박정환의 호방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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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계에서 한창 떠오르는 '90후' 소년 중엔 한국의 박정환을 비롯해 중국의 저우루이양, 퉈지아시, 장웨이지에 등 여러 고수들이 있다(90후- 1990년 이후 출생한 프로기사들을 말한다). 2011년 8월 14일, 18살밖에 안 되는 박정환이 제24회 후지쯔배에서 90후 세대 중 가장 먼저 당당하게 세계 챔피언으로 올라섰다. 물론 이창호의 세계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은 여전히 그대로다. 1992년 16살에 불과하던 이창호는 동양증권배 결승전에서 3-2로 린하이펑을 꺾으면서 세계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이는 자신의 첫 세계대회 우승이기도 했다. 18살 박정환이 이번에 그의 기록을 돌파하진 못했지만, 그에 버금가는 어린 나이로 챔피언이 된 멋진 기록을 만들었다. 2002년 후지쯔배에서 세계대회 생애 첫 우승한 이세돌은 당시 나이가 19살이었다. - 백지 같은 … 굴곡도 없고 사연도 없다 박정환은 16살 때부터 한국바둑계에서 희망의 별로 주목을 받았다. 그해 십단전에서 파죽지세로 결승전까지 치고 올라간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데 우승까지 하여 바둑가에선 이를 기적이라 보는 견해가 팽배했다. 그 다음 기 십단전에 참가한 박정환은 또다시 결승전까지 올라갔고 아주 강한 기사를 꺾어 바둑계를 뒤흔들었다. 결승전 상대는 바로 이창호였다. 박정환의 바둑 경력은 하얀 종이처럼 평탄하기만 하다. 굴곡도 없고 사연도 없다. 어릴 적에 바둑을 만나 그 세계에 풍덩 빠진 이후 내내 바둑의 세계에서 자랐다. 바둑과의 인연은 단지 운명적이었던 것.  그는 섬세하고 조용하다. 마치 내성적인 여대생 같다. 바둑실력이나 스타일이 다른 90후 고수와 비교해 눈에 띄게 다른 점은 없는 듯한데 일찍 주목을 받았던 건 그만의 독특한 기질 때문이었다. 2009년의 삼성화재배는 '2패'하면 탈락하는 형식으로 치러졌다. 당시 박정환보다 4살 위인 천야오예와 박정환은 같은 조에 있었다. 첫 대국에서 천야오예는 손쉽게 박정환에게 승리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1승 1패가 됐다. 세 번째 만남은 16강 진출전이었다. 결과는 다시 천야오예의 수월한 승리. 박정환이 천야오예에게 남긴 인상은 '소문보다 약하다'였다. 그해 말 박정환은 다시 한국 천원전에서 우승했다. 그래서 2010년 7월 한중 천원전 3번기는 박정환과 천야오예의 대결이었다. 첫 대국에서 천야오예는 어려움에 부닥쳤지만 반전에 성공해 승리했다. 여기까지 셈해 보면 박정환에게만 통산 4연승을 거두고 있었다. 한중천원전에서 천야오예는 컨디션도 매우 좋았다. 당시 상황에선 박정환이 2연승을 해야 우승을 할 수 있었는데 이건 '말이 쉬워 2연승'이지 보통은 현실이 되기 어려울 것이었다. 박정환은 그처럼 어려운 일을 현실로 만드는 재능이 있었다. 두 번째 대국에서 천야오예가 중반 우세를 차지했다. 그런데 승리를 쟁취하는 게 쉽지 않았다. 점점 밀리고 후퇴하다 결국 박정환이 승부처를 만들었고 여기서 당한 천야오예는 맥없이 패했다. 세 번의 대국 중 박정환이 가장 곤란을 겪었던 대국이었다. 드디어 세 번째 대국. 박정환은 두 번째 대국처럼 역전했고 마침내 1집반차로 이겨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에게 4연패를 안긴 상대였는데, 게다가 3번기에서 벼랑 끝에 몰려 2연승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 박정환은 그 압박감을 뚫고 생사를 건 듯 긴장감이 팽팽했던 결승에서 기어코 승리하며 우승을 일궜던 것이다. 어린 나이답지 않은 침착하고 굳센 마음가짐은 정말 훌륭했다. 그 해 말, 그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단체전과 남녀혼성복식 두 부문에서 2개의 금메달을 따 2관왕이 됐다. 박정환은 올 초 한중대항전에 한국국가대표로 출전한 바 있다. 그리고 이제 후지쯔배에서 우승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한중천원전이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 박정환은 승부 그 자체 이번 후지쯔배 결승전에서 충돌한 두 기사는 유명한 바둑광들이다. 그들의 세계에는 '흑백'밖에 없다. 박정환은 낮에 각종 대회와 훈련에 참석하고 저녁이면 인터넷 대국으로 단련한다. 그는 인터넷에서 아주 유명하다. 시나바둑 등의 인터넷 바둑에서 활동하는데 시나바둑의 보석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다. 중국의 젊은 기사 대부분은 인터넷에서 박정환과 대국을 해본 것 같다. 중국의 저우루이양도 인터넷에서 박정환과 무수한 대결을 펼쳤는데, 수도 없이 패한 전적 탓에 수치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아이디를 삭제해 버린 적도 있었다(박정환은 패배나 승리에 상관없이 쓰던 것을 그대로 쓰고 있다.) 현재 박정환은 여전히 인터넷에서 격렬하게 싸우고 있다. 반면 저우루이양은 그런 의지까지는 없는 것 같다. 이창호에게 집요한 순수함, 이세돌에게 고독한 냉정함이 있다면, 생활 속의 박정환에겐 소년을 벗어나지 못한 순수함이 있다. 박정환의 눈망울은 청명하고 고요하다. 바둑판에 앉으면 마냥 스님처럼 무덤덤하고 모든 일을 뒤로 한 채 바둑에만 집중한다. 그러다가 가끔씩 머리를 들어 올릴 때면 아주 예리하고 윤이 돋는 기세가 좋다. 이 때 그는, 승부! 승부 그 자체다. 바둑계의 고수들을 보면 천부적인 재능 외에도 마음가짐이 훌륭한 경우가 많다. 박정환은 시나바둑에서 대국 때마다 몇 십억의 베팅포인트로 자신한테 베팅을 건다. 어린 나이인데도 승부에 임할 때면 지극히 대담하다. 그런 대담함은 유약해 보이는 외모와 너무나 달라 보인다다. 이러하니 대승리를 얻은 것을 어찌 우연이라 할수 있을까? [출처 | 시나바둑 씨에루이 블로그, 씨에루이] [번역 | 사이버오로 중국특파원 박위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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