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시간패는 쓰라리다
그래도 시간패는 쓰라리다
8강에서 행운의 시간승을 거둔 탕웨이싱 2연패!
[중국서남왕배] 박주성  2015-03-10 오후 07:11   [프린트]
▲ 제14기 중국서남왕배 우승자 탕웨이싱(왼쪽)과 준우승자 스웨(오른쪽)


프로기사에게 가장 가슴 아픈 건 바둑에 지는 게 아니라 초시계를 못 눌러 시간패로 승리를 날려버리는 것이다.

지난 9일 열린 제14기 중국서남왕배 8강전에서 양딩신 3단은 세계대회 우승자 탕웨이싱 9단을 상대로 순조롭게 바둑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종반전에 접어들어 끝내기 중에 두 대국자의 계시기에서 갑자기 시간패 경고음이 들렸다. 억울한 얼굴의 양딩신은 재빨리 심판에게 호소했다. "제가 연달아 세 번이나 눌렀는데 초시계가 멈추지 않았어요."

이번 대회 총감독을 맡은 쓰촨바둑협회의 리량 5단이 연락을 받고 서둘러 현장으로 왔다. 현장심판과 기록원의 이야기를 듣고, 양딩신의 초시계를 살핀 후에 '탕웨이싱의 승리다.'라고 단호하게 선언한다.

창하오 9단- "당연한 판결이다"

양딩신이 흑을 잡아 격렬한 전투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거의 승리를 가져와 세계대회 우승자 탕웨이싱을 절벽 끝으로 내몰았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시간패를 당한 양딩신은 조그마한 목소리로 "이거 정말 시간패인가요?"라고 반문했다.

상대인 탕웨이싱은 미안한 표정으로 심판의 결과를 받아들였다. 만약 계속 대국을 이어갔다면 흑(양딩신)이 확실히 10집 우세한 내용이었다. 시간패의 결과를 쓰라리게 받아들인 양딩신은 빨리 판을 걷고 탕웨이싱과 기나긴 복기를 이어갔다.



▲ 8강에서 행운의 시간승으로 결국 우승까지 차지한 탕웨이싱. 대회는 속기로 이틀동안 치러졌고, 우승상금도 8만 위안(한화 약 1,400만 원)으로 그리 많지않은 금액이다.

당시 창하오 9단은 9일 오전에 열린 16강에서 구링이 5단에게 패해 오후에 이 사건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몇 명의 관전기자가 양딩신의 패배결과에 탄식하자 창하오는 다른 의견을 표시했다.

창하오는 "이 판은 양딩신의 패배가 맞아요. 예전에도 이런 상황이 가끔 있었습니다. 어떤 이는 '초시계가 문제다'라고 말하고, 또 어떤 이는 '선수가 잘못 눌렀다'라고 말했는데 이 경계를 정확하게 판단하긴 어렵습니다. 만약 선수가 초시계의 기계적 결함이 우려된다면 조금 더 빨리 두고, 문제가 생기기 전에 심판에게 말해야죠."라는 의견이었다.

대회 총감독 리량 5단도 "내가 살펴봤을 때 초시계에 문제는 없었다. 또 시간패 직전까지 정상적인 대국을 벌이지 않았는가? 양딩신이 마지막 1초를 남기고 시계를 눌렀는데 엄격히 말하면 이 때 실수로 손이 늦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래도 절대다수의 프로기사들은 '시간패판정'은 가혹하다고 여긴다. 특히 다 이긴 바둑에서 이런 스토리가 생기는 건 악몽이다.

한 기자가 중국기원의 베테랑 심판인 진동스 선생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건에 관해 다시 물었다.

그는 "사실 시간패는 각양각색의 상황이 있다. 다만 '대회장에 있었던 심판의 결정에 절대복종한다'는 한가지 원칙은 확고하다. 축구와 마찬가지로 혹여 당시 심판의 실수가 있었더라도 현장심판이 인정하면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단 하나의 예외로 정말로 초시계에 기계적 결함이 있었음이 확인되고, 심판과 기록자도 간접적으로 증언하며 상대 대국자도 이를 인정했을 때만 번복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진동스 선생은 "바둑대회 역사상 시간패 사건은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전임 중국바둑협회장 화이강 8단이 전문가들을 모아 곧 새로운 대회 규칙을 만드는 중이다. 이 중에 초시계 문제에 대해서도 상세한 해결방안을 제시할 것이다."라는 새로운 소식도 전해줬다.

8강에서 행운의 승리를 가져간 탕웨이싱은 10일 이어진 준결승에서 구링이 5단, 결승에서 스웨 9단까지 꺾고 제14기 서남왕배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탕웨이싱은 2014년 대회 결승에서도 창하오 9단을 꺾고 서남왕배 정상에 올랐었다.

이번 서남왕배는 중국의 서쪽지방인 쓰촨, 충칭, 운남, 꾸이저우 4개팀으로 나누어 총 16명이 본선에서 이틀 동안 대국했다. 중국기원, 청두기원이 주최하고 윈난홍타그룹이 후원하는 제13기 서남왕전의 우승 상금은 8만 위안(약 1,400만 원), 준우승 4만 위안(700만 원)이다.


▲ 스웨와 결승에서 만난 탕웨이싱은 179수 만에 흑으로 불계승하며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사진협조: Sina 바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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