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 (1762~1836) : 조선 후기 학자. 호는 다산.

꿈속의 아내

一夜飛花千片 (일야비화천편) 하룻밤 떨어진 꽃잎 천 개나 되고

During a night a thousand flower leaves shed.

繞屋鳴鳩乳燕 (요옥명구유연) 산비둘기와 어미 제비는 초가집 맴돌며 울고 있네

A dove and a mother swallow are crying turning around a thatch house.

孤客未言歸 (고객미언귀) 외로운 나그네 언제 돌아갈지 말도 못하고

A lonely stranger never says when he will return home.

幾時翠閨芳宴 (기시취규방연) 언제쯤 원앙침실에서 아름다운 부부애 가져볼까

When shall we spend a night enjoying sex in the gold-quilt bed room ?

休戀休戀 (휴연휴연) 연모하지말자 연모하지 말자

Stop missing, stop missing,

惆悵夢中顔面 (추창몽중안면) 꿈속에서 만난 슬픈 여인의 얼굴을

a grief-striken face I saw in the dream.

다산 정약용은 불세출의 학자이면서, 또한 불운의 학자이다.

유배생활을 18년간 했다면, 분노와 원망으로 몸이 망가지는 것이 범인이 가는 길일 터.

허나 정약용은 수많은 저술을 남기며 학자로서 만고에 이름을 남긴다.

부끄럽게도 그의 저술은 국사 시험을 위해 암기하기는 했지만 읽어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한 편의 시로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하룻밤에 떨어진 꽃잎들은 고달픈 조선의 백성들일 수도 있고,

의기가 꺾인 조선의 선비들 일 수도 있겠지,

아니면 갈갈이 찢겨진 본인의 마음 일 수도...

산비둘기와 어미 제비는 고향의 처자식을 그리는 애절한 마음일 것이고

원앙 침실에서 부부애를 맺은 기억은 또 그 언제던가...

잊어야지, 잊어야지 하면서도

꿈속에서도 잊지 못할 그 여인. 아내.  그리움의 절규.

학자이기 전에 인간이기에 애욕이 그리울 수도 있겠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에 마음이 다 숙연해진다.

바둑 시만 영역하다보니 단조로워 조선시대 愛情詩 몇 편을 영역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