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승 (1527~1572) : 조선중기 학자. 호는 고봉.

햇살이 산에 비치니

산 그림자 흐릿한데

연못가에 마주 앉아 흥을 돋우네

바둑 한 판 두면서

한없이 웃으며

이 신세 시골에 묻혀 살아도

무방하여라

Sunlight on the mountain;

mountain shadows are dim.

We sit face to face at the lotus pond;

joy fills our hearts.

We play Baduk,

laughing to our hearts' content.

 I wouldn't mind this obscure life in the remote village.

아침 햇살이 산에 흐릿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쾌청한 하루이니, 어찌 문우와 더불어 바둑 두며, 술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까.

봄 햇살이 가득할 때, 근처 연꽃이 가득한 연못에, 조촐한 주안상을 마련한다.

풋고추와 된장에 막걸리가 보인다.

모처럼 전국의 문우가 모인 술자리니 각자 안주거리를 들고 온다.

포항 과메기, 흑산도 홍어, 광양 꼬막.....

경주 법주, 진도 홍주, 삼척 벌떡주....

바둑 한 판 두면서 마음껏 웃을 수 있으니, 힘들게 무릉도원을 찾아 무엇 하리.

21세기는 화의 시대라 한다. 마음의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면 살기 힘든 시대라 한다.

그 분노를 안으로 풀면 우울증이 되고, 밖으로 풀면 폭력이 된다 한다.

우울의 끝은 자살이요, 폭력의 끝은 범죄이니, 작금 우리의 삶이 얼마나 황폐화 되었는지

가늠하기 조차 힘들다.

문제는 우리 모두가 그것에 너무 익숙하게 길들여져 산다는 것이다.

조상들의 유유자적하는 안분지족의 삶을 이해한다면 현대인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 전인교육(지,덕,체)은 조상들의 삶과 지혜를 자연스럽게 현대의 기술문명에 접속 시키는 것이 아닐까 ?

기대승은 나주에서 출생했다.

어려서부터 재주가 출중하여 문학에 이름을 떨쳤을 뿐아니라, 독학으로 고금에 통달하여

31세 때 주자문록을 편찬하며 주자학에 정진했다.

32세에 이황(李滉)의 제자가 되었으며, 이항(李恒) ·김인후(金麟厚) 등 호남의 석유(碩儒)들을 찾아가 토론하는 동안 선학(先學)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새로운 학설을 제시한 바가 많았다. 특히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이황과 12년 동안 서한을 주고받으면서 8년 동안 사단칠정(四端七情)을 주제로 논란을 편 편지는 유명한데, 이것은 유학사상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사칠이기론(四七理氣論)의 변론 후 이황은 그의 학식을 존중하여 대등한 입장에서 대하였는데, 이 논변의 왕복서한은 《양 선생 사칠이기왕복설(兩先生四七理氣往復說)》 2권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