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노무현을 죽게 했는가?

5공 청문회 때 난 그의 패기를 환호했다.

3당 합당 때 난 그의 용단을 사랑했다.

대통령 선거 때 난 그의 담백함을 좋아했다.

개혁과 사정의 칼을 빼 들었을 때 난 그의 정신을 흠모했다.

전대미문의 대통령 탄핵 때 난 그의 정면돌파를 찬양했다.

퇴임후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난 그의 순박함을 애틋해 했다.

내가 인간적으로 사랑한 사람, 노무현!

숱한 실수조차 미워하되 싫어할 수 없었던 허점 투성이의 노무현!

아, 비통하다!

장자연 사건이 조선일보 대가리를 압박하자

정부와 조중동은 박연차 게이트를 터뜨려 전직 대통령 가족을 궁지에 몰아 넣었다.

더러운 것들의 전형적인 짓거리,

장자연 사건은 하루아침에 묻혀 버렸다.

아, 원통하다!

누가 노무현을 죽게 했는가?

누가 그의 온화한 미소를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만들었는가?

주변을 보호하고자 혼자 끌어 안고 내던진 핏자국 위에

온 세상 부엉이들이 몰려와 핏빛 울음을 울 것이다.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주역들과 꼭두각시들은

오늘 밤 내내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아니 두고두고 편한 잠을 청하지도 못할 것이다.

밤마다 부엉이들은 고통스런 곡(哭)을 할테니까.

아, 애통하다!

이제 어디에서 그의 모습을 만날 수 있으며

이제 어디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단 말인가?

오늘은 한민족 모두가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날,

난 오늘을 국치일(國恥日)이라 명명하리라.

아픔이 사무쳐 그리움 되는 날,

나도 몰래 부엉이 바위를 찾아갈지 그 누가 알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