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시렁 인사말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사는 게 바쁘다보니

삶은 내 意志대로 흘러가주지 않습니다.

하루에도 수 많은 사람들을 스쳐 지나고

숱한 순간들의 상황상황을 겪고 살아가지만

因緣이란 단어에 어울릴 만한 만남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한 번의 만남이 주는 의미가 그 만큼 클 수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작년 연말에 시도하려던 이 글을

잠시 마음을 추스리고 시도하자고 마음 먹은 게

벌써 겨울을 지나 봄이 한창이니 세월은 참 무섭게 빨리 달아 납니다.

지난 4월 17~19일 북한산 송추 悟香(깨달음의 향) 모임까지 다섯 차례의 인연을 경험하고 나서

많은 생각 속에 송곳 같은 깨달음을 하나 얻게 되었습니다.

역시 사람의 인연이란 소중한 단계까지 성숙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것!

그 동안 쌓인 追億이라도 지켜내자고 이 곳을 떠나야겠다 생각했지요.

그러나 시 나부랭이를 끄적이는 사람이

多情이 불러온 多感까지 일부러 파묻지는 않으려 합니다.

고운 情 미운 情 예쁜 情을 담아 두 세 차례에 걸쳐 귀한 인연을 남기려 합니다.

처음 만났을 때의 그 풋풋한 설레임으로 돌아가.......

순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밝히며

혹시라도 기분 언짢지 않으시기를 앙망합니다.

박민식의 오로지기 순례 1 -

사랑하는 사람도 미워하는 사람도 갖지 말자

-AKARI-

선한 가슴은 사람을 부른다

공연한 아픔을 이길 줄 알고

무엇이 옳은지를 분별하기에

누구라도 말할 테지

맘은 오는 것이 아니라

가는 것임을

그곳에 머물 줄 알기에 

-마하빤야-

나는 무엇 하러 왔단 말인가?

아마도

낙동강을 닮고 싶어

이것도 흘려 버리고

저것도 흘려 버리고 

-자미나무-

말 없이 쓰라린 아픔을 보아

가슴을 후비는 그 삶을 보아

소한의 삭풍도 어쩌지 못하는

시리도록 아름다운 감수성을

-여름뜰-

바람이 머물다 간 자리에

예쁜 꽃이 피고 있습니다

태양이 비켜간 자리에

한 움큼의 서늘함 기다리듯이 

누군가 그 뜰에 머물다

그리운 기억이 되었겠지요

-나무등지고-

밤새 떨어지는 잎새들

새벽 이슬에 젖지만

아침 해를 알고 있습니다

산그늘이 안개를 몰고 오자

산중 그 집에는 군불이 지펴집니다

아 , 이 아늑함이란

-오방가-

좋은 사람을 만나면

우린 이렇게 말합니다

오 반갑네

그리운 사람을 만나면

우린 이렇게 말합니다

진짜 반가우이 참말 보고 싶었어 

 -맹물국수-

배고플 때 반가운 건 맹물국수야

그 담백함을 아는 이는 다 알지

배고픔을 모르는 사람들조차

진가를 언젠가는 알게 될테지

그 담백함이 얼마나 깊고 감미로운지 

-술익는향기-

삶은 술처럼 익어야 해

시간이 지날수록 우러나는

오랜 세월 빛을 못 보아도

끝내는 그 향기로 인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테니까

 -선비霧韜-

산다는 게 무언가

삶의 의미가 무언가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霧韜에겐 이게 딱 이야

진실 그리고 사랑

-반상의몽-

盤床이 千變萬化일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