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삶은 내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어느 땐 정반대로 꼬여가는 삶 탓에 기가 찬 경우도 있다.

인생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까?

타고난 천운(天運)이든 부단한 노력(努力)에 의해서든

자기 뜻대로 세상을 풀어가는 몇몇 선택 받은 이들을 제외하고

이 만고(萬古)의 화두(話頭)는 대개가 인식하고 있는 일종의 진리(眞理)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인생만사 새옹지마(人生萬事 塞翁之馬)란 말처럼

삶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도 없을 것이다.

새옹이란 북쪽 국경에 사는 노인을 의미하며, 이는 중국 전한(前漢) 시대의 유안이

수많은 논객과 방술가들을 모아서 편찬한 <회남자(淮南子)>의 인간훈(人間訓)에 나오는

이야기 속에 등장한다.

옛날 북방 국경 근방에 한 노인이 살았는데

하루는 그가 기르던 말이 오랑캐 땅으로 도망쳐 버렸다.

마을 사람들이 이를 안타까워하자

그 노인은 “이것이 복(福)이 될는지 누가 알겠소?” 하며 낙심하지 않았다.

몇 개월 후 도망갔던 말이 오랑캐 땅의 좋은 말 한 필과 더불어 돌아오자

마을 사람들은 너나없이 축하해 마지 않았다.

그러나 노인은 “이것이 화(禍)를 부를지 아무도 알 수 없지요” 하고

조금도 기뻐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노인의 아들이 거저 생긴 그 말을 좋아하여 그 말을 타고 달리다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마을 사람들이 불구가 된 아들에 대하여 얼마나 마음이 아프냐며 크게 위로하자

노인은 “그것이 복이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하며 의연한 모습이었다.

1년이 지난 후 오랑캐들이 대거 쳐들어와 마을의 장정들이 모두 싸움터에 나가 전사하였으나

노인의 아들만은 불구의 다리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다.

한치 앞을 보지 못하는 우리네 인생이 어찌 될 지 모르는 내일에 대하여 속단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인지도 모른다.

슬픈 일이 있다고 너무 슬퍼할 것도, 기쁜 일이 생겼다고 너무 기뻐할 것도 없다.

어떤 변화에 대하여 지나치게 반응하는 것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손함을 보이는 것과 다름 없으므로.

나는 학원강사, 정보신문 편집장, 시민단체 편집국장,

백수, 가락시장 하역부, 택시기사, 회사의 기획이사, 시인, 기업의 대표이사 등

남들이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역정을 스스로 선택해 걸어왔다.

인생 뭐 있어 하고 자신만만하게 들이대기도 하고 좌절감도 맞보면서

나름 하고 싶은 일들을 망설임 없이 체험하며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그런 자부심조차 치기였음을 당시에는 몰랐던 철부지였다.

돌아보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다 보니

나이 마흔은 한 편의 영화를 본 것처럼 순식간에 찾아온 난센스였다.

언제 내가 나의 뜻을 제대로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제대로 가본 적이 있었던가?

남들 앞에서 떳떳한 인생을 살아 왔노라고 호기를 부려보기도 하지만

그 난센스의 세월을 넘어서니 그 호기마저 객기였음을 깨달게 되었다.

결국 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만큼 자신 있게 선택한 삶이 아니라는 걸,

사실은 훨씬 이전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저 비굴하기 싫고 비참해지기 싫어서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나 자신을 설득하여 그리 생각하도록 만들어 왔을 일종의 마인드 컨트롤이라고 하면

가장 근접한 표현이 될까?

거부하고 싶어도 거부할 수 없는 운명, 이게 바로 우리의 인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