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봄은 오는가보다

문득 세월을 본다

가슴 한 켠에 멍든 하늘이 파랗고

눈물 겨운 고향의 개여울엔 봄 비가 차다

살아 있음이 꿈 같은 버드나무에 아픈 기억이 흔들려

그립다 못해 쓰러진 동백꽃 마냥 붉디 붉게 울고 있다

문득 사랑을 듣는다

기억 저 편에 아린 사람들이 퍼렇고

숨 쉬고 있음이 기특한 이 기막힌 봄에

사연 많은 개여울의 저민 탄식에 귀 기울인다

서럽다 못해 엎어진 지개 작대기 마냥 꿋꿋하게 듣고 있을 것이다

문득 향기를 맛본다

혼돈 저 편에 스테파노 추기경의 미소가 시퍼렇고

죽어 있음이 믿기지 않는 이 기막힌 봄에

용서하오

내 탓이오

사랑하오

애절하다 못해 갈라진 술패랭이 마냥 간절한 희망의 내음을 맛보고 싶다

'미천한 프란치스코가 아름다운 스테파노 추기경님께 올리는 추모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