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단시사'는 번암 채제공이 만든 모임으로 채제공 이가환등이 회원으로 모두 다산선생과 친교가 있는 사람들이다. 다산도 '죽란시사'를 만들어 바둑두고 시를 지으며 유유자적 말년을 보낸적이 있다. 다산은 채제공의 뒤를이은 남인의 주목을 받던 인물로 채제공의 지음(知音)을 얻음을 자랑으로 알았다.

다산은 공적인 입장에서 바둑의 지나친 유행과 사회적 폐해를 지적한바 있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바둑을 즐겼고 바둑을 묘사한  책 한권을 꾸밀 정도의 글을 남기고있다. 다산은 채제공 이가환등 남인의 유력인사들을 추억하며 시 한편을 남긴다.

성혼은 용재총화에서 한양에 바둑두고 시를 짓는 모임이 십여개나 된다 했다. 모임들은 벼슬자리에서 물러난 인사들과 주변의 선비들로 수십명에서 수명의 사람들로 구성되었다 한다. 풍단시사는 15명이었다. 다산은 '죽란시사'의 멤버 '한혜보'에게 두편의 바둑시를 남기기도 하지만 번암을 그리워한 아래의 찰진 시를 남긴다.

노인들 오락으로 촌각도 아끼느라

날마다 만나 좋은 자리 찾는도다.

홰나무 그늘속에 창문하나 보이고

허름한 옷차림의 노인들이 취해있다.

왁자지껄 분명 바둑판에서 나는 소리일터

기생 오면 주려 안주 남겨 두었다네'

풍단의 아름다운 모임 옛날의 일이지만

지난날 서로 만났던 사람들 그립구나.

(耆老歡娛惜暮年 / 追隨日日列芳筵 / 綠陰窓戶高槐裏

 白髮巾衫淺醉前/ 群噱屢從棋處起 / 餘殽留俟妓來傳

 楓壇雅集成陳跡 / 舊客相逢倍愴然.)

번암(樊巖)이 옛날 풍단시회(楓壇詩會)를 만들었었는데 지금 번옹은 이미 죽고 없다란 부제를 단  이시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술 기울이기 좋아하며 금상첨화로 바둑까지 좋아하는 사람들의 지인지감을 묘사한다. 文酒棋는 금기서화의 다른 말이지만 개성 다른 사람들이 이만큼의 공감각을 나누어 갖기도 사실은 힘든일이다. 팔공산이나 고성 공주모임에서 실감한 일이기도 하다.

忘年의 모임은 나이를 잊은 모임을 말한다. 옛날 과거 동기생들의 모임이 '망년회'다. 과거동기생들은 모두 야자를 했다.  그탓에 아들뻘되는 사람과 친구가 되는 수도 비일비재했다.  비상식적이지만 상식으로 통하는 것이 옛날의 망년회인 것이다. 나이를 잊은 모임은 형편과 경륜도 다르기 마련이다. 이런 모임은 이해와 배려가 필수다. 풍단시사나 죽란시사의 모임도 그랬을터이다. 我作人도 그랬으면 한다.

우리는 왜 글을 쓰는 것일까. 그리고 읽는 것일까. 글을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 모두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