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王正月- 봄 여름 그리고 가을.

춘추(春秋)에는 어떤 학자도 해석을 하지못한 '春王正月'이 있다. 이말을 어느정도 짐작을 하는 사람은 춘추를 안다할 수 있다. 好學 정조는 대학의 '三綱領'과 중용의 性道敎'와 논어의 學과 맹자의 '義理'가 춘왕정월과 같은 말이라 했다. 춘왕정월은 역사의 팩트의 의미가 아니라 대일통(大一統)의 每年頭로 쓴것이란 것이다.

정조는 스스로 도통군주였다. 자신은 공자 주자의 법통을 이어받은 유학의 본령으로 자부했다. 정조는 好學이며 避色으로 오락도 즐기지 않았다. 바둑은 아에 두지도 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정조는 공과 사가 분명한 사람이다. 바둑은 사소한 잡기인탓에 사업과 학업을 방해하여 무시한다 했다.

그러나 정조의 사적인 모습은 전혀 의외다. 정조는 다섯편의 바둑시를 썼고 수십회 이상 바둑을 왕기(王記)에 남긴다.

물이 안고 돌아 흐르는 빈 정자가 몇이던고 / 幾處空亭抱水環
그대 이제 주인 되어 돌아감을 보겠구나 / 見君今作主人還
고깃배는 빗속에 저녁 조수를 따라오고/ 漁舟帶雨隨潮晩
바둑판은 주렴 아래서 온종일 한가하겠지 / 棊局當簾盡日閒
의당 하호에서 늙기를 기다림은 괜찮지만 / 宜把賀湖差待老
중늙은이 처럼 완전한 반백 아님이 혐의로워라 / 却嫌潘鬢未全斑
와유정에서  좋은 경치 전해 주기 무방할 테니 / 臥遊不妨輸眞境
저녁풍경 화폭에 담기를 아끼지 마소 / 莫惜幽居入畫間

홍제전서에 있는 정조의 시다. 측근으로 두던 신하를 지방관으로 보내고 그 신하를 그리워하고 격려하는 내용으로 참으로 군신간의 정이 아름답다. 바둑을 두던 사람이 떠났으니 주인잃은 바둑판이 방안에서 혼자 외롭다는 묘사는 도무지 정조의 바둑을 모른다는 말은 믿어지지 않는다.  정조는 바둑을 문방아기(文房雅棋)라 했다. 문인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고상한 취미란 의미다.

문방사우란 말이 있다. 문인의 곁에 항상 있어야 하는 친구라는 뜻으로 문방아기와 역사의 기록속에서 선후를 따질 수 없는 말이나  사우(四友)는 살아있고 아기(雅技)는 죽은 말이 되어버렸다. 어쨋든 바둑이 있기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사람이 떠난 바둑판은 허전하고 쓸쓸하다. 대구에서도 고성에서도 그랬다.

바둑판 하나 준비해 놓고 약조를 기다린다. 아무 말 하지 않을것이다. 그저 얼굴 보고 바둑 몇판이면 될듯하다. 벌써 이심전심이 된듯하다. 아는분은 반갑겠지만 초면의 분도 반가울것이다. 우리는 19로에서 만나 19로에서 헤어질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