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부족해서 일까.

몸이 천근만근이다.

일이 힘든건 아니지만, 열서너 시간의 야간 근무는 결코 쉬운일이 아닌듯 싶다.

어둑해질때 집을 나서서 밤을 꼬빡새고 돌아와  밥한술뜨고, 뉴스한번 볼 여유 없이

일나가기 위해 눈을 붙여야 하고..

오늘도 지친몸을 이끌고 남들 다 출근이 끝난 늦은아침..아니 이른 점심때라 해야하나.

다른건 못해도 바둑한수는 하고 자야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컴앞에 앉았다.

그리고,

정말 햇볕이 부족했나보다.

너댓판을 두면서 연전연패다.

집중은 안되고 뚝딱뚝딱. 그저 열심히 돌나르기만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너댓판을 연달아 지고 강단까지 하면서, 안되는 바둑 그만 하고 게시판이나 둘러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작가란에 먼저 가본다.

계시원 은빛하늘님 팬인데 어찌된 일인지 한동안 글이 안올라온다.

오로게시판으로 갔다.

나무등지고님의 글이 눈에 들어온다.

예전부터 느껴왔지만, 참 대단한 분이다.

바둑에 관한한 그 엉뚱하고도 기발한 생각은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때로는 좀 황당할때도 있지만 대부분 " 햐~~대단혀, 대단.." 하는 감탄이 나올만치

그 발상의 전환이 참신한 경우가 많다.

오늘 본 <마이너리티 리포트> 라는 글또한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대국자의 생각이나 수읽기를 관전자가 보게 할수는 없을까에서 비롯된 생각.

그것이  설령, 그대로 이루어지기는 바늘구멍에 낙타 드나들기 처럼 가능성이 희박하다 할지라도,

그 발상만큼은 얼마나 참신하고 멋진가.

 그간,  나무등지고님의 바둑 발전에 관한 여러 의견에 이번 기회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러고 보니 나도 평소 희망사항이 하나 있긴하다.

바로 <만화가>이신 이현세 화백을 꼬드겨서, 바둑만화 한번 그려달라고 떼를 써보는건 어떨가

하는 생각.

만화를 그다지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이현세씨를 좋아하다보니 그분의 작품은 꽤 많이 봐왔는데.

다양한 장르를 그리지만, 특히 야구나 권투, 골프에 이르기까지  스포츠를 대상으로도 그리기도 하는데,

작품 하나를 위해 그 몇배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덕에 스토리또한 탄탄하기 그지없다.

이런분이 바둑이야기가 한가득 담긴 이야기 보따리를 풀면 어떨까.

일본은 "고스트 바둑왕" 이라는 만화 하나 히트치면서,

바둑교실이 몇배로 늘었다느니, 어린이들 사이에 바둑붐이 일고 있다는등의 기사를 본적이있다.

영화나 드라마 소재로서 어려움이 있다면 만화는 그보다는 좀 쉽게 대중에게 다가설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강철수 화백처럼 바둑실력이 공인 아마 5단인 경우가 아니라도...<전혀 바둑을 못둔다면 좀

곤란하겠지만^^:: > 이현세씨라면 충분히 기대해도 좋을듯싶다.

어릴적 공포의 외인구단에 푹 빠져, 청계천 등지를 돌며 만화를 구입해 집에 보관하며

삼십여권의 책을 삼십번도 더 보았을거다.

나중엔 중요 대사를 다 외웠을 정도니까.

내성적이기만 했던 어린내가 <까치 오혜성>에 홀딱 반해 오혜성의 삶처럼 살고자 열심이었던,

어린시절, 나는 그렇게 세상과 타협않고 자유인으로 남고 싶었다.

흔적없이 사라지는 바람의 뒷모습 처럼..

그렇게 살고 싶었다.(지금은 먹고사는데 끙끙대지만서도^^*)

몇몇 작품이 영화화도 되었었고, 외인구단또한 드라마화 한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이현세 화백님 한번 꼬드겨서  천국의 신화를 만든 그 열정으로 바둑만화 한번 앗싸리 하게 만들어 달라고

떼라도 한번 써보고픈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