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도록 밝은 보름달을 보셨는지요.

퇴근 길,
고요한 밤하늘에 청아하게 빚어놓은 듯 밝은 달님을 보았습니다.
아기가 함박웃음을 머금고 있는 보름달입니다.
잠시 가던 길 멈추고 달의 정기를 받아봅니다.
집에 돌아가 월간바둑 마감원고를 넘겨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거든요.

까만 밤하늘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별님들도 툭툭 튀어나옵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밤은 귀신이 나올 것만 같아 끔찍이도 싫어하지만,
이상하게도 밤하늘은 참 예쁩니다.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지.’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요.
그래도 사람인지라,
마감의 압박에 살짝 화딱지가 납니다.
어쩔 땐 이틀만에도 관전기 한 편 거뜬히 쓰는데
어쩔 땐 죽어라고 써도 한 줄이 안 써집니다.

부족한 내 탓이니······. 부족한 내 탓이니······.

그래도 다행입니다.
내일 ‘도대체 이게 뭔가?’ 하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숙제는 끝냈으니 말입니다.
...
..

사실은 고백하건데,
한 가지 숙제를 마무리 짓지 못했습니다.
<나도 작가> 모임 후기담을 올려야 하는데,
일주일이 다 되도록 올리지를 못했으니 몰매를 맞아도 쌉니다.
(정이사님, 죄송합니다......)
“마감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라고 말하면 입만 살아있다고 혼나겠지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이게 웬 뒷북이야.’하고 술렁거릴지도 모르겠지만,
한 자 한 자에 마음을 고이 담아
<때늦은 고성 나도작가 모임 후기>를 조용히 꺼내 놓으렵니다.

연리지 이만 잠자리에 들러 갑니다.
어제는 UFO를 타고 온 외계인으로 변신해서 지구를 방문하는 꿈을 꾸었지요.
오늘은 무슨 꿈을 품을지 기대됩니다.

연리지 조용히 인사드리고 물러갑니다.
내일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질까요.

내일은,
반드시 숙제를 마칠 수 있겠지요.
내일은,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12시 22분, 연리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