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쯤 지났을까,

식장을 가득 메우고 있던 하객들이 썰물이 빠져나가듯 하나 둘 빠져 나오기 시작 했다.

결혼식은 끝난 것 같았고, 분위기로 보아 기념 사진을 촬영 중인 것 같았다.

그는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에 친구에게 축하인사나 건네고 갈 요량으로 밖으로 나오는 인파를 비집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넓고 화려했다.

천장엔 거대한 샹들리에가 눈부신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곳곳에서 새하얀 꽃들과 아름다운 금빛 장식이 눈길을 끌었다.

오랜만에 보는 화려함에 압도 당한 그는 친구에게 인사를 건넨다는 것도 잠시 잊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잠시 후 기념 촬영이 끝나고 선이 날렵한 턱시도를 입은 성준이 아름다운 신부와 함께 그에게로 다가왔다.

“기영아, 사진 같이 찍지 그랬어.”

“그러고 싶었는데 조금 늦어서 타이밍을 놓쳤어. 그나저나 정말 다연씨 맞아요? 옷이 날개라더니, 하늘에서 막 내려온 천사 같으세요.”

“감사합니다. 참, 바둑 배우고 싶다고 하셨다면서요? 제가 친한 동생을 한 명 소개해 드릴까 하는데 어떠세요?”

“저야 너무 감사하죠.”

“그럼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네. 잠시가 아니라도 기다릴 테니 다녀오세요.”

다연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 대신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침착하게 드레스를 잡고 어디론가 천천히 걸어갔다.

다연이 자리를 뜨자 그는 성준에게 물었다.

“유부남 된 기분이 어때?”

“그렇게 들으니까 묘하다. 그렇지만 기분은 정말 좋아. 음 세상을 다 가진듯한 행복함이랄까?”

“신혼 여행은 어디로 가?”

“일본으로.”

“아, 전에 들었는데, 요즘엔 나이가 들었는지 들어도 자꾸 잊어버려.”

“아직 서른도 안 되었는데 엄살은, 인생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구.”

“참, 다연씨가 소개해 주신다는 그 분 말이야. 이름이 뭐였지?”

“그것도 잊어버렸어? 그럼 너 혜린이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겠네?”

성준과의 대화에 몰입해 있는 사이 그의 옆에는 투명한 무테 안경에 깔끔한 스프라이트 무늬의 검정 색 투피스와 어두운 파란색의 블라우스를 입은 여성이 다연과 함께 서있었다.              

그녀는 깔끔하게 말아 올린 헤어스타일과 세련된 메이크 업으로 전형적인 커리어 우먼처럼 보였다.

그가 대답하려는 찰나 다연이 말했다.

“기영씨, 이 쪽은 이혜린, 제 후배 기사에요.”

“안녕하세요 김기영 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지금 제 얘기 하고 계셨던 것 같은데, 맞나요?”

“아 네, 그게 아니고 저.. 다른 얘기 하고 있었는데요.”

“다른 얘기는 무슨, 혜린아 얘가 네 이름 잊어버렸다고 알려달라고 하고 있었어.”

옆에 있던 성준이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하하하 제가 기억력이 조금 안 좋아서요.”

기영은 웃음으로 무마해 보려고 했지만 왠지 무안한 마음에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혜린아 기영씨랑 먼저 점심 먹으러 가, 나랑 오빤 있다가 옷 갈아입고 갈게.”

옆에서 지켜보던 다연이 그가 난감해 하는 것을 눈치 챘는지 재빨리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