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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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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영란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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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 1때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
아래로 여동생 둘과 남동생 하나가 줄줄이 있었는데 원체 그의 엄마가 세상일이라고는
집안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줄 아는 것이 없는 전형적인 온실여자였기에 장남인 그가
학교를 중1때 그만두고 생활 전선에 뛰어 들어야만 했었다.
그때부터 그의 악바리 인생이 시작되었다.
구두닦기부터 목욕탕 때밀이, 노가다 공사장 미장이 시다바리등을 전전하며
집안과 동생들을 뒷바라지 했다. 장남인 그의 손이 부르터고 손이 갈라질 무렵에야
동생들 다 버젓이 4년제 대학을 졸업시킬 수 있었다. 그중 남동생은 명석한두뇌로 S대
공대를 졸업하고 지금은 어느 유수한 대기업의 간부로 성장했다.
동생의 승승장구에 장남인 형은 자신의 일처럼 늘 기뻐했다. 비록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 하나 없었지만...
그는 성실한 가장이었으며 자상한 장남이었다.
동생들이 다들 사회에 나가 한 몫을 할수 있게 되었을즈음 그는 공단의 공장에 취직하여
그제서야 자신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당장 눈앞에 닥친 생활고를 해결하느라
결혼 같은 것은 꿈도 못 꾸던 그에게도 늦장가를 갈 기회가 생겼으니....
어느날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났다.
영란씨는 모 지방의 국립대를 나온 재녀다.
외모도 아주 수수하고 이해심이 무척 많은 여자다. 집안도 부유해서 학교 다닐때부터
남 부러울것 없던 킹카요, 며느리 감이었다.
어느날 우연한 기회에 어떤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불쑥 그 남자와 결혼 하기로
결심을 하였다. 당시 그녀의 결심에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친정에서는 모두 심성이 착하고 세상사에 밝은 면만 보는 지라 그녀의
결혼 계획에 반대를 일체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친구들은 모두 결사 반대를 하였다.
중학교 중퇴 학력이 전부인 남자에 가진것이라곤 달랑 부랄 두쪽밖에 없는 사람하고 굳이
왜 결혼을 하느냐고 모두 도시락 사들고 쫓아 다니며 말렸다.
하지만 영란씨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그사람의 남은 삶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녀의 심지가 워낙 굳어서였던지 말리던 친구들도 차츰
그녀를 이해하고 두사람의 앞날을 축복해 주었다. 그녀가 그런 결심을 하고 6개월이
되던 무렵에 두 사람은 결혼이란 것을 하게 되었다.
결혼식이라 해봤자 그냥 구청에 가서 호적을 옮기고 시어머님과 동생들을 데리고
외식한번 한 것이 전부다. 이것 또한 그녀의 의견이었다. 신혼 여행은 언감생심이었다.
두 사람은 단칸 쪽방에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신접 살림을 시작하였다.
모진 생활고가 이어졌지만, 여물고 알뜰한 그녀는 차츰 집안을 일으켰다.
친정은 그동안 일이 더욱 잘 풀려서 부산에서도 알아주는 어마어마한 갑부가 되었지만
그녀는 친정에 여즉 손 한번 벌리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왔다. 그간 자식 둘을 낳아
잘 키웠으며 과외 한번 보내지 않고 그녀의 엄격한 자녀 교육아래 모두 훌륭히 장성하여
지금은 둘 다 일류 대학을 다니고 있다.
남편은 아주 성실한 사람이다. 다니는 공장 뿐 아니라 인근 공단 전체에서도
알아 줄 정도로 성실하였다. 그는 자신의 학력이 부족한 것을 안타까워해서
책을 늘 가까이 하였다. 공장에 다니면서 점심시간 짜투리를 이용해 한번도 책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다. 그런 생활이 벌써 20여년 가까이 되어간다.
그를 아는 사람 누구도 그가 점심식사를 마치고 책 안보던 때가 없었다고 기억한다.
그는 책을 읽으면서 인생을 배웠으며 겸손을 알았다. 한번은 그가 방송국 백일장에
참가 하여 장원상을 받아 상금으로 받은 5백만원을 집에 불쑥 가져왔던 적이 있을
정도로 문장력도 있었지만 그는 늘 겸손하였고 자신을 낮추었다. 영란씨 못지 않게
남편인 그도 된사람이다.
그들 부부는 지금 공단 인근의 야외에 전원주택을 짓고 잘 살고 있다.
가구는 전부 예전부터 수십년 써 오던 걸 그대로 반질반질하게 쓰는데 천사의 손길을
오래도록 받아서일까? 오래된 허름한 가구에서 예쁘고 고운 빛이 난다.
마당 한켠에 텃밭이 있는데 해마다 직접 가꾼 상추와 깻잎, 고추 등을 수확해
동생들과 이웃에게 나눠주며 살고있다. 그들은 아직까지 부부 싸움을 해 본적이
없었으며 집 밖으로 새는 언성 한번 높여 본 적이 없었다.
맏며느리는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셨으며 제사 지내는 것도 모두 맏며느리 몫이었다.
시동생 내외는 늘 명절이나 제삿날이면 느즈막히 도착해서 달랑 제사만 지내고 가버린다.
밑의 동서가 여만간 까다롭지 않았는데 제삿날이라고 미리와서 음식 장만도 해 본적이
없었을 뿐 아니라 아예 손에 물도 묻혀 보지 않았을 정도로 이기적인 여자다.
그래도 큰 동서는 늘 웃기만 할뿐 이렇다 저렇다 동서를 앉혀 놓고 야단 친 적도 없었다.
오히려 제사가 끝나면 부리나케 부부 골프 새벽라운딩 모임에 간다고 휑하게 가 버리거나,
몇번씩이나 당일 콘도에서 모임이 있다면서 제사 음식을 싸달라고 동서형님에게 말한
적이 있을 정도였다. 그럴 때마다 형님 영란씨는 아무 불평없이 음식을 곱게 싸서 동서에게
건네 주었을 뿐이다.
몇년 전에 시어머니에게 치매 증세가 나타났다.
상태가 급속히 악화되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횟수가 점점 많아졌으며 그 버린 옷을
다시 장농에 넣어 두기도 한다고 하였다. 맏며느리는 시어머니의 병 수발을 말없이 했다.
그 생활이 지금까지 햇수로 2년 가까이 된다. 영란씨에게는 불평불만이란 없는 단어이며
매사가 긍적적이다. 전해오는 얘기를 듣거나 옆에서 직접보면 거의 선인(仙人)의 경지에
오른 참사람 같다. 한번씩 찾아가도 지난날 얘기를 자랑스레 하지 않고 그냥 덤덤하게
얘기하는데 듣는 내가 가슴에 뭔가 뜨거운 것이 울컥 솟아 오른다.
몇달전 그토록 해맑던 영란씨에게 덜컥 병마가 찾아왔다.
자신이 수술까지 해야 하는 몸인데도 병원 입원 전날까지 시어머니를 모시고 대소변을
받아 낼 정도로 효부였다. 병원에 대수술하러 입원함에 따라 시어머님을 누가 모시냐며
눈시울을 붉히던 영란씨는 부득이 밑의 동서에게 잠시 자신이 퇴원할때까지만이라도
시어머님을 모셔 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그러나 세상사가 얼마나 야박한지 동서의 매몰찬
거절로 부득이 딴 방법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거절도 딴 핑계를 좀 대지, 즈그들 부부가
이혼까지 불사 할 거라는 같잖은 공갈로 결사 반대 투쟁을 했다하니 참으로 웃기는
시츄에이션이 아닐 수 없다.
병원에 모셔 간병사를 붙여줄까 하다가 피도 안 섞인 남이 해봐야 얼마나 잘 모시겠냐며
고민하던 영란씨는 부득이 생전 처음으로 친정에 부탁아닌 부탁을 했다. 칠순이 넘은 친정
엄마는 영란씨의 사정을 듣더니 대번에 사돈을 모셔오라고 하셨는데, 그분 자신의 그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득달 같이 기사를 데리고 와서는 안사돈을 직접 모셔갔다. 영란씨가
퇴원할 때까지 한달 넘게 친정 엄마가 한결같이 안사돈의 대소변을 받아내며 영란씨 처럼
병수발을 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 엄마에 그 딸이다. ㅠㅠ
영란씨는 수술받고 퇴원을 하였는데 자신의 몸이 성치 않아서인지 시어머니를 노인 요양원에
데려다 놓았다. 처음에는 안절부절 마음이 쓰였다고 하나 노인들이 그곳에서 서로 의지하고
재미있게 지낸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영란씨에게 어떤 범접치 못할 숭고함이 엿보인다.
영란씨 얼굴에는 평안하고 따스함이 스며있다.
천사와 같은 마음씨가 얼굴에 나타났으리라. 말로 표현이 잘 안되지만
[삿된 기운이 없는 얼굴]이란 어떤 얼굴인지 영란씨를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내 오십 평생에 그런 얼굴은 그녀가 유일했다. 테레사 수녀는 잽도 안된다.
가끔 영란씨 내외가 사는 곳을 방문하면 말 몇마디 나누지않아서
금새 우리들 마음이 깨끗하게 정화될 정도로 선한 마음이 넘친다.
매번 돌아오는 길에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다고 느껴지던지...
* 제 주변의 실화구요... 가명 [영란]씨로 했습니다. ^^* 밝고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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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강
홍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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