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

남들보다 적어도 30분은 이른 퇴근.

새 직장의 가장 좋은 점을 꼽으라면 은하는 망설임없이 칼퇴근을 외칠 것이다.

물론 8시까지 출근이라는.. 가장 나쁜 점도 꼽겠지만 말이다.

무튼 처음엔 그저 좋았던 이른 퇴근시간은..

저녁먹기도 애매하고 친구만나기도 애매하다는..

끝도없는 '심심함'의 세계로 은하를 인도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생긴 습관..

퇴근 후 오로바둑 한 판.

마치 에피타이져인냥 저녁을 먹기 전 바둑을 한 판 두고 나면..

그날의 승패에 따라 밥맛이 달라지기까지 하니..

은하의 승부욕도 여느 오로식구 못지 않은 모양이다.

그날도 그렇게 퇴근을 하자마자 바둑을 한판 두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뜬금없이 데x바둑 싸이트를 기웃거리다가 맞수를 만나 판이 벌어졌(?)다.

이기는구나~ 밥맛 좋을시고~ 하는데..

갑자기 걸려온 전화..

왠만한 전화면 안받고 넘기련만..

대학시절 내내 붙어다녔던 '베스뚜 푸렌'의 전화..  그녀의 전화를 어찌 안받을까..(후환이 두려웠다.)

이미 승부는 은하쪽으로 많이 기울었기에 한손으로 전화를.. 다른 한손으론 마우스를 또각대며 끝내기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마이 베스뚜 푸렌의 첫마디에 망연자실하여 초읽기를 넘기고 말았다.

그 첫마디란 이렇다.

"못된것!"

허걱!

전화를 받자마자 들리는 그녀의 호통은 상당한 정신적 데미지를 주었다.

10초간 은하의 사고회로 정지..

초읽기는 끝나고 시간패가 선언되었으나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다.

에.. 은하.. 못된것이 되어버렸다..

물론 은하가 썩 잘된것이 아니긴 하지만.. 에.. 근데.. 왜?

조심스레 질문(?)을 한다..

그녀의 기세에 눌려 존댓말이 절로 나온다.

"왜...요?"

"내 생일 지났다!!!"

허걱!

베스뚜푸렌의 생일을 까먹은 '못된것' 은하..

무튼 주말에 빠앙~ 쏘겠다는 약속과 함께 머찐 남쟈와의 소개팅을 대령하겠다는 절때 지키지 못할 약속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끊고보니.. 에효~

상대방은 이미 나가신지 오래요..

1패가 추가되어 있는 은하 아이디를 보니 성질이 마구마구 나기 시작!!

저녁을 순식간에 휘리릭 때우고 본격적인 분풀이(?)를 위해 오로에 접속했다.

아는 아이디가 없네..

자동대국 클릭!

그러자 바로 누군가와 매칭!

이렇게 빨리 맞는 짝을 찾아주다니..

아~ 이게 미팅이나 소개팅프로그램이었으면 오로.. 대박났을꺼야.. 라는 상상 한조각 ㅋ

무튼 길고 긴 서론을 지나 드디어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하려는데..

애고고.. 부족한건 지면이구나..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