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작 방의 홍선비님께서 왜 게시판 글을 쓰는가? 라는 글을 쓰셨습니다.

아래 글은 예전에 썼던 글인데 선비님의 단상에 부합되는것 같아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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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구경에 이르기를,

"산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지혜로운 사람은 칭찬이나 비방에 흔들리지 않는다." 고 했다.

저 말... 우리네 인생 삶에 있어서 어둠 속에 빛이 될 것 같은 道튼 냄새가 물씬 풍긴다. (당연하지.. 세상의 경전은 대부분 도튼 이야기들이니까! 내가 이상한 헛소리를...) 그리고 잘하면 사이버의 글 사이트에서도 적용할 만한 작품이 나올 것 같다. 그 작업 시~작.

사이버란 어떤 곳일까?
사이버에선 싫든 좋든 남들과 한자리에 모여 부대끼는 자리다. 오로의 바둑대국이 그렇고 게임방의 고도리 한판이 그렇고 사이트의 글 게시판이 그렇다. 남들이 글을 읽어 봐주고 댓글 달아 주는 것도 그렇다.


글을 올리는 것과 댓글 다는것... 그것 또한 남들과의 부대낌이다. 남이 봐주지 않으면 오늘부로 게시판이고 창작시이고 간에 글이 하나도 안 올라 올 것이다. 게시판에 글 써서 올려도 아무도 봐 주지 않고, 추천이 0 은 물론이요, 조회수마저 0 이 라면 ... 먼지바람만 휘~잉 날리고 사방을 둘러보아도 사람하나 보이지 않는 오케이 목장의 결투장 분위기 같다면 아무도 글 올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읽을거리 찾아 온 사람도 주변을 어리둥절 둘러보고는 잽싸게 후다닥 도망 나올 걸? 컴에 귀신 붙었나 싶어서... 나 혼자로는 아무 의미 없는 사이버다.

*** 저겨어... ***
사이버란 남과의 부대낌이라고 하는 말 이젠 다 동의하시죠?
부대낌이란 말이 정 거슬리면 함께함이라고 고치죠 뭐. 단어가지고 넘 그러지 마세요.
근디.. [남과 함께함]이란 말의 숨은 의미를 함 생각해 보신적 있어요?

그건 말이죠...  '어떤 동일시' 랍니다.


사람들은 '자아'를 잃어 버렸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 태어나고 자라면서 이래라 저래라, 그건 된다, 안 된다 오만 가지 간섭을 받으며 커 오다보니, 자신이 판단하기도 전에 이미 오래전부터 만들어진 사회적 관습에 의해 본성이 다 파괴되었다 그리고 자아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잃어버린 자아를 찾는 것...

그래서 그건 사람들의 본능이 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스스로 자아를 찾기가 매우 힘이 든다. 그걸 혼자 찾는 사람은 도사다.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고 부처고 노자이다. 보통 사람은 죽었다 깨도 어렵다. 그 바람에 우리는 잃어버린 자아를 남에게 의존해서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많다. 남에게 내 자신의 '어떤 동일시' 를 바라는 것이다.

그 가운데 남녀간의 사랑은 어떤 동일시에 으뜸 장땡이다. "당신이 있어 난 행복해요"라든지 "당신이 최고예요." 등의 말을 들으면 일시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것 같아서 몹시 기뻐한다.그래서 사랑은 달콤한거다. 자기도 모르는 자신을 상대가 좋은 말로 속삭여 자아를 찾아 주는 것이기에... 오메! 뿅 가는 것!

 사람들은 늘 그렇게 남으로부터 평가받고 만족하길 원한다. 이것의 이면엔  늘 자아 찾기를 상대에게 위임하는 본능이 숨어있다.

 
비단 이성간의 사랑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 또한 자아 찾기 위해 용쓰는 것이다. 그 가운데 댓글은 정말 쥑인다. 자기의 작품을 보고 남이 해주는 어떤 반응을 말로 듣는 것... 그건 진짜 가만히 있어도 마구 굴러오는 자아 찾기이다. ...쥑이지! 암... 행복해!

*** 근데요...***

댓글이 칭찬이라야 잃어버린 자아가 충족이 되지요.
만일 비방하거나 남들이 별 신경을 안 쓰면 오히려 자아가 되려 손상되지요.
그만큼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기 이를 데 없지요... 그쵸? 인정하시죠?

그렇다.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갈대처럼 작용한다.
칭찬의 댓글은 '나 행복해요!'가 마음가득히 넘치는 희망이지만,
비난의 댓글은 '나 지금 슬슬 뿔따구 나고 있어!'의 절망감이다.

글을 올려보고 그 경험을 한 사람은 그걸 잘 안다. 그래서 그들은 남의 글에 무조건하고 좋은 쪽의 댓글을 일일이 달아주는 편이다.자신도 그렇게 남의 댓글을 받고 싶기 때문이다. 기분 좋은 자아 찾기를 위임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그 간청 이자 윽박(?)이다. 나에게도 기분 좋을 댓글을 달아 달라고...

그러기에 요즘 게시판의 글에 보면 가끔 글 말미에

[댓글은 필수, 추천은 의무]  이라던가,

[강아지가 손가락을 입에 무는 귀여운 사진으로 덧글과 추천]을 바라거나 혹은

[댓글은 밥, 추천은 반찬, 저는 배가 고파요 ]하며

잃어 버린 자아찾기의 위임장을 들이민다. 거기엔 [제발 나에게 에고 만족을 시켜 주세요~ ] 라는 욕구가 숨어있다.

자신의 글이 대단하다고 자처하는 사람은 또 어떤가?
자아를 충족 받기 위해 어떤 심리 상태가 될까?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며 잘 쓴다는 말을 듣는 사람은 계속 관심을 받아야 한다. 매일 자신을 향한 존경심 내지는 멋있는 사람임을 지속시켜 나가야 한다. 조회수, 리플수, 추천이 항상 높아야 한다. 그래야 에고가 유지된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더 인기 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 나타나면 질투가 생기고 (=나에게로 향하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에 대한 절망, 내 자아 찾기의 상실... 그게 질투다.)

질투 끝에 아무 대응 주제로 글을 급히 썼다가 쪼매 마음에 안 들어도, 평상시처럼의 댓글로 칭찬이 왕창 올라올 줄 알고 올렸더니 웬걸? 자기의 팬, 독자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냉담하거나 비평이 바글바글하면 그 길로 삐져서는 그 사이트를 떠난다, 어쩐다, 투정조의 글이나 또 올려보고. 그게 다 그놈의 못난 에고 때문이다. 누군가가 자기를 평하는 걸 듣고 싶은 욕망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것도 잘된 평으로... 잃어버린 자아를 대신 충족 받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댓글은 자아 찾기의 대표적인 위임이다.

글쓴이는 꼬리글에 환호하고 기뻐한다. 기분 나쁜 꼬리글은 자신의 자아에 흠집을 내는 일이라 눈에 불을 켜고 분노한다. 마치 성난 황소가 뿔을 들이미는 것 같다.  기쁜 것이던 기분 나쁜 것이던 댓글에 초연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댓글에 부동심을 가지고 초연한 사람은 마음이 무지 넓은 사람이리라. 혹은  그 뭔가를 아는 내공있는... 헐~ )

법구경이 어디 시시한 소리를 했을쏘냐!
사람 사는 것 또한 다름 아니다. 외모를 꾸미는 것 또한 자아 충족용이다. 미인은 남에게 예쁘다는 말 듣기를 원한다.  길 걸어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쳐다 봐주길 원하는 것도 자아 충족 욕망, 에고의 만족이 그것이다.  미인의 시선 집중 만족, 부자가 돈으로 자아 에고 만족, 권력자가 힘으로 자아 만족 등.

사이버라는 곳은 현실 세계에서 자아 찾기가 힘든다고 여긴 사람들이 오는 곳이기도 하다. 일일이 사람가리면서 만나는 현실보다 아이디 하나만 가지고도 대리만족을 위한 공식 게시판이 있고 댓글이라는 자아 찾기 공식 위임장이 있는 곳이거든.

그리고 글쓰기에 자신이 별로 없는 사람은, 심지어 댓글쓰기에 끙끙 자신 없는 사람들도 읽기만 하고 나가면서조차 '난 누구 못지 않게 감상할 줄은 안다!' 라는 나홀로 자기 만족을 은근히 가지고 있다. 그 외 또 많은 다수가 대화방에 엄청 들락거린다. 동호회나 대화방, 음방 또한 자아 찾기 적격의 장소다.

(음방 풍경 예)

A 녀:"시제님! 오늘 멘트 목소리 넘 쥑여요!"------> CJ :뿅~~~~~@%#!
몇 분 후...
목소리 최대한 가다듬은 CJ : 언제나 상냥한 A녀 님, 오늘도 오셨구요,---->A녀: 뿅~~@$

서로 뿅뿅 가고 있다.  

남에 의한 자아를 찾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남의 말에 부동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작 자아는 자신이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걸 법구경이 이미 수천 년 전에 가르쳤다.
남에게 자신을 위임하지 말라고.

"산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지혜로운 사람은 칭찬이나 비방에 흔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