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이야기 [그 두번째 글]
최근에 고교동문 기우회를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386세대의 끝자락인 저희가 기우회 회원 중 거의 막내에 가깝더군요.
그 정도로 요즘엔 젊은 사람들이 바둑을 즐기지 않는 듯 합니다.
바둑이 40대 이상의 취미에만 머무르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적지 아니 됩니다.
무언가 바둑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각설하고 오늘은 바둑이야기 두번째를 해 볼까 합니다.
<과연 바둑은 어떻게 두어야 하며, 이기기 위해선 어떻게 하여야 하나?>
앞서 얘기하였다시피 바둑은 고상한 집짓기 게임이 아닌 생존싸움의 결과로
나타난 집의 많고 적음으로 승부를 겨루는 게임입니다.
처절한 생존경쟁이 우선되는 시합, 즉 흑백간에 죽고 죽이는 혹은 서로 비수를
들이대는 그런 시합임을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첫째 연결해야 산다.
야생동물들은 대걔 생존을 위해 무리생활을 합니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죠.
바둑돌도 마찬가지 입니다. 잘 모를때는 무조건 연결해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돌이란건 끊기면 조화를 부려 죽고 죽이는 살육전이 벌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돌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 좀체 잘 죽지 않는 법입니다.
바둑속담에 대마불사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자신이 초보이고 상대가 상수이면 무조건 연결하는 법부터 배우십시오.
호탕한 기풍으로 팬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손오공 서능욱 9단은 "끊을 수 있는 곳은
무조건 끊고 본다"는 철칙을 가진 기사로 그의 기보는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바다를
이루는 형국을 보입니다.
관전하는 사람들로야 무지 재미있는 일입니다만 상수에게 대마를 잡혀 불계로 져 본
사람만이 그 쓰라림을 이해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무조건 연결 하십시오.
일단 살고 봐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으니까요
둘째 모양에 구애받지 말고 실전적인 수를 두라.
이 경구는 정석은 어느 정도 뗀 중급 이상의 분들에게 해당되는 말입니다.
조훈현이 국내에서 활동을 시작한 초기 막 그의 대국이 끝난 즈음 입회인으로 참관한
김인 9단이 조훈현의 빈삼각으로 나간 한 수를 지적하며
"여기는 이 수 밖에는 둘 수가 없었나? 모양이 영......쯪"
김인 9단은 조훈현의 빈삼각이 영 못 마땅한 듯 말했습니다
"거기에서는 도저히 그 수 외에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라는 조훈현의 말에
"아무리 그래도 모양이 너무 사나와서..... 어떻게 그런 수를 둘 수 있나?"
김인 구단은 도무지 조훈현의 실전적인 수를 찬동치 못했다고 합니다.
정석은 일단 배우고 나서 잊어버리라고 합니다.
어떤 틀에 얽매이지 말라는 경구이기도 하죠.
모양이나 틀에 일단 한번 얽매이면 사고의 틀이 제한되기 마련입니다.
쓸데없는 명분에 집착하기 보단 실리적인 수를 찾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보죠.
당신이 대중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있던 중 불이 났다고 가정해 봅시다.
불이 나서 목숨이 경각에 달해 있는 시간에도 당신은 체면을 숭상하여 벗은
몸으로는 바깥으로 나갈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릴 것인지요?
바둑에서 두집이 안 나 있다는 상황은 목에 비수가 들어 와 있는 상황으로
봐야 합니다.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판에 모양은 무슨 얼어 죽을 모양이고 정석은 무슨
말라빠진 정석입니까?
셋째 끊임없이 계가를 하라
제 2회 응창기배 결승전은 잡초 서봉수와 미학파 오오다께의 대결이었습니다.
게임 스코어 2 :2에서 맞은 최종국.
서봉수는 한 80수무렵부터 세칭 금이 가 있었습니다.
미학파는 한번 흐름을 타면 무섭게 상승하는 특징이 있어 서봉수가 그 바둑을 이기리라
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서구단은 놀라운 투혼을 발휘하여 그의 표현에 따르면 목을 훤히 내 놓고 마구
덤벼 든 끝에 대 역전승을 일구어 내게 됩니다.
모든 프로기사들이 그러하다시피 서봉수는 대국 도중 계가를 해 본 결과 이미 정상적인
흐름으론 이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그래서 이판사판 식의 <승부수>가 이루어 지는 것이죠.
대국 도중에 계가가 왜 중요한가 설명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대국 도중에 계가를 하지 않으면 자기가 이겼는지 졌는지도 모르고 그저 멍하게 있다가
패국을 맞이하게 된다는 겁니다.
계가를 해보고 자신이 져있다면 승부수를 던져야 하고 자신이 많이 이겨 있다면 적당히
물러서서 안전하게 승리를 굳혀야 합니다.
멍청하게 있다가 승부수도 못 날려보고 진다거나 많이 이겨 있는 바둑을 괜한 객기로
정면승부를 하다가 뒤집혀 역전패한 바둑은 그 얼마나 많았던가요?
중반 이후 한수 한수마다 끊임없이 계가를 해 나가십시오.
네째 한수 한수에 집중하십시오.
년전에 장안의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올인의 실제 주인공인 차민수 4단은 바둑보다도
겜블러로서의 명성을 크게 떨치게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럼 차4단이 겜블러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어디 있었나 한번 살펴 보죠.
차 4단 말고도 프로기사들 중에는 명 겜블러들이 많이 있습니다.
서봉수구단은 야통(밤샘)을 즐겨하던 카드의 달인이었고 김인구단 역시 크레믈린
이란 별칭으로 불릴만큼 명 도박사로 명성을 구가하고 있었습니다.
프로기사들이 카드에 강한 이유는 한수만 삐끗해도 곧장 나락으로 떨어지는
바둑대국에서 단련된 놀라운 집중력에 기인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입니다.
막대한 판돈이 걸린 카드 한장 한장에 정신력을 집중하듯 바둑 수 한수 한수에도
정신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골치 아프니 대충 대충 두겠다는 생각을 가지신 분은 현재의 바둑 급수에서 더 늘기를
바라는 망상은 접으시는게 정신건강상 좋으시리라 봅니다.
제 나름대로의 바둑 두는 법에 대해 두서없이 휘갈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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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김삿갓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