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꿈이 있어 세상을 사랑합니다

난 가끔 꿈을 꿉니다.

하늘에 드리워진 뭉게구름처럼

정처 없이 떠돌다

문득 어딘가에서 비를 서리를 눈을 뿌리죠.

세상은 현실이고 현실은 숨이 막히니

막연한 방황으로 비켜가고 싶어집니다.

난 가끔 꿈을 만들어요.

시퍼런 강물을 따라 깊이 들어가

바다로 바다로 잠영을 합니다.

마린보이가 되어 돌고래를 만나고

가오리를 쫓는 위험한 상어를 멀리 쫓아냅니다.

물 속 뱀장어와 우럭과 노닐다

바닥에 깔린 전복과 우렁쉥이를 집어 올리죠.

너무나 차가운 수온조차 내 꿈을 깨지는 못합니다.

난 가끔 꿈 속에 듭니다.

그때는 내가 아닌 듯

뿌연 안개를 지나다

나를 사랑하는 숲 앞에 서지요.

전나무와 소나무 물푸레 나무

배꽃과 산유화와 코스모스와 억새꽃

그러다 갑자기 함박눈을 만나니

봄 여름 갈 겨울이 다 있습니다.

난 꿈이 있어 세상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