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와 피데기 데침

                                                저니

오랜만에 청주 한 잔을 마시려고 단골집에 들어서자

훈훈한 기운이 나의 안경 안으로 스며들어 따뜻한 겨울을 느끼게 한다.

피데기 대침을 주문하고 어묵 국물로 차가워진 속을 달래본다.

피데기.

오징어를 꾸들 꾸들하게 말려 놓은 것을 피데기라고 하는데

울릉도에서 말린 것을 쳐준다.

입안에서 생오징어 데침보다 훨씬 구수하고 입안의 맛이 오래간다.

요즘도 강원도에 가면 일본어의 잔재가 남아 있어서 오징어를 '이까'라고

부른단다.

울릉도에서는 오징어 한 축을 손질하는 비용이 500원이라는 데 그 손길로

자식들 학교며 시집 장가를 보냈으리라 생각하니 갓 나온 피데기 대침에

그 숨결이 묻어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구수하고 맛이 오래가는 것일까?

따뜻한 청주 한잔 마시며 초고추장에 피대기 한 조각이 감미롭다.

겨울은 이렇게 가는 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