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바둑 신년호를 뒤적이다가 "위험한 리허설" 이라는 타이틀 아래

목진석 9단과 요다 9단의 농심배 대국을 집중 조명한 글을 접하고 시선이 머문다.

"요다 노리모토"

난 그가 왠지 싫었다.

일찌기 내가 존경하던 이창호 사범의 천적으로 명성을 날릴때 부터

"음..저눔이 뭔데 감히..우리의 호프 이창호를 괴롭히는겨..잉" 하는 마음에 그랬고,

이창호의 스승인 조훈현 국수와의 대국에서 귀마개를 하고 나와 조국수님을 멀쭘하게

만든것도 괘씸(?) 했고..대국때 늘상 입고 나오는 일본 전통의상의 그 "와후쿠"

인가 하는것을 입고 나오면,"누가 왜눔 아니랄까봐서"하고 괜히 밉게만 보였던 요다.

그랬던 요다에 대해 차츰 나의 편견이 조금씩 허물어져감을 느낀다.

이창호 사범의 기보는 빼놓지 않고 연구를 했기에, 그만큼의 노력이 더해져서,

일본내에선 평범한 성적에 그치면서도 세계최강이던 이창호에게 만큼은

대등한 성적을 낼수있었지 않았을까..

얘기가 조금 옆으로 샛다.

다시 목진석 9단과의 농심배 대국장면으로 돌아가서..^^;;

위험한 리허설의 타이틀 속에 소제목 <도끼의 굴욕> 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도끼의 굴욕??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왜 도끼의 굴욕이라는 소제목이

붙었는지 알수 있었는데...혼자보기 아까워 잠시 소개를 한다면.

오후 2시 호텔 2층의 대국실 "오팔룸"

10분전 대국실로 들어선 목진석은 한쪽벽에 붙인 다탁에서 종이컵에 녹차와 커피를

각각 한잔씩 타가지고 좌석으로 돌아와 바로 눈을 감는다.

고요한 수면과 같은 평정심에 이르는 오랜 습관이다.

이윽고 요다 노리모토 9단이 들어선다.

중요대국이면 어김없이 입고 나타나는 "와후쿠"차림.

<중략>

초점을 맞춘 반셔터 상태에서 돌이 바둑판위에 놓일때까지<묵언수행>하는

사진기자의 노고를 누가알까.

두팔이 후들거리면서 자세가 허물어지려는 그순간,흑1이 떨어졌고,

그 순간 카메라 플래시도 사방에서 폭죽처럼 터졌다.

좌상귀를 향해 열린 우상귀 소목.

누구도 예상하지못한 사고(?)는 이때 발생했다.

잠시 천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요다 노리모토.

백돌 하나를 쥐고 정통 오버스로우 피처인양 어깨까지 팔을 젖혀 올리더니

있는힘을 다해서 바둑판 위로 내려쳤는데...

<빠각!>

오옷! 저것은 바로 도끼타법!!

사무라이의 매서운 기세가 담긴 그 한수를 담기위해 사진기자들은 혼신을 다해

셔터를 눌러댔는데..아아. 이럴수가..

멋진 자세로 대고목에 안착해야할 백돌이 그만 중앙으로 데굴데굴 굴러가버리고 만것이다.

당황한 요다 노리모토, 허둥지둥 두손으로 굴러가는 돌을 잡아 좌상귀 대고목에

놓으면서"스미마셍"을 연발했지만 엄숙한 승부사의 무게는 이미 "참을수없는 가벼움"

이 되고 말았다.   이른바 "카리스마 도끼의 굴욕"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그장면을 상상하고 있자니 키득 키득 웃움이 새어 나온다.

부리부리한 눈매의 강인한 인상의 요다 노리모토가 당황해하는 모습.

요다의 실수를 보며, 그녀석 참 샘통이다..라고 생각되어야했는데, 왠지 거꾸로 그에대한

높았던 미움의 장벽이 허물어져갔다.

그도 일본인이기전에 바둑에 열정을 지닌 한사람의 "바둑인"으로 생각 되었다.

그렇다면, 중요대국때마다 "와후쿠"을 입고 "조리"를 신는 이유는 뭘까?

궁금하게 생각하던 대목도 친절하게 소개가 되어있다.

"하핫, 뭘 그런질문을..음..실은 내가 몸무게가 좀 나간다. 예전에는 양복을 입었었는데,

체중이 걷잡을수 없이 불어나서 요즘은 매우 불편하다. 그래서 통이큰 "와후쿠"를 입는거다.

"음..그런 이유에서였군."

또한번 나의 편향적이 생각이 바뀌게 된다.

책에서도 얘기했듯이 한국팬에게 요다에 대한 오해가 많다고 한다.

모두가 승부에 임하는 치열한 정신, 자세 때문인데 승부를 떠난 자리에서 이야기 나누어보면

"괜찮은 남자" 라는 사실을 알게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요다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할순 없어도 더이상 미워할 이유는 없을듯 싶다.

오히려 그의 바둑에 대한 식지않는 식지않는 열정과, 바둑을 대하는 그의 진지한 자세에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