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입원할 땐 가을옷을 입었었는데.. 어느덧 첫 눈도 한참 전에 내린 한 겨울이 되어버렸네요..

오로 식구들.. 그간 잘 지내셨어요?

걱정해주신 덕분에 저는 건강한 모습으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와보니 세탁소에서 맡겨놓은 여름옷들을 찾아가라고.. 애타게 찾았다고 하네요.. 그래서 상경(!)하자마자.. 세탁소 주인아주머니의 열렬한(?)환영을 받으며 여름옷들을 한보따리 받아와 방충제와 함께 옷장에 넣는 일부터 했답니다.

아! 이 빨간 원피스..!

어머니가 부부동반 여행길에.. 제 생각이 나서 사셨다는 빨간 원피스..

이 옷을 보니 지난 경주투어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잊고 있던 일기를 꺼내어봤습니다.

지난 일기 경주투어(2)편에 앞서는 (1)편 이야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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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 이성재 사범님(1)

은하 집은 외대 근처.

한국기원이 있는 왕십리까지는.. 살짝 교통편이 애매하다. 그렇다고 차를 끌고가기도 귀찮고..

특히 계시가 있는 날엔.. 계시를 마치면.. 어휴~ 운전하기 정말 싫다(눈 아파서)

그래서 애용하는 택시.

오늘은 경주 투어에 가는 날.

경주는 멀어서..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출발한다는 전화를 받고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오늘따라 집 앞에서 바로 잡힌 택시. 출발부터 좋은데? ^^

평소 기사님들이 ‘한국기원’을 잘 모르시고..

국기원으로 데려다 주거나.. 예전 자리인 관철동으로 데려다 주는 에피소드를 익히 들었기에..

은하는 ‘왕십리 옛날 경찰병원자리요~’라고 말한다.

은하 : 왕십리 옛날 경찰병원자리요~

기사님 : 허허~ 거긴 왜가요?

은하 : (허걱?)네?  ...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국기원이 그리로 이사를 갔거든요..

기사님 : 허허~ 한국기원.. 나도 바둑 좀 두는데.. 거기 있는 프로기사들한텐 몇 점이나 둬야하나?

대화를 할때마다 너털웃음으로 시작하시는 맘씨 좋은(좋아보이는) 기사님은 바둑에 관심이 많으셨다.

청량리 지날 때 살짝 막혀도 지루하지 않겠는걸?

은하 : 기력이 어떻게 되세요?

기사님 : 나야 뭐.. 기원 1급이지. 허허~

아앗! 그 전설의 기원 1급!!

은하 : 우아~ 너무 잘두시는데요? ^^ 좋아하는 프로기사님 있으세요?

기사님 : 아가씨는?

은하 : 전 조훈현 사범님이요~

기사님 : 그 다음엔?

은하 : 에?? @.@  (그 다음이라.. 에.. 살짝 고민에 빠진 은하.. 그러나 옛정(?)이 무섭다) 유창혁 사범님이랑 이창호 사범님이 좋아요. 기사님은요?

기사님 : 허허~ 난 그.. 왜.. 일본간 그 분 조카 있잖아.. 그..

은하 : 아~ 그분..! (하고나니.. 이름이 도무지 생각이 안난다..)

그때부터 은하와 기사님은 고민에 빠졌다.

일본 간 그분.. 조치훈 사범님의 이름은 도무지 떠오르질 않고..

조훈현 사범님의 이름만 머릿속에서 멤돌고.. 이름이 비슷했는데..

조치훈 사범님의 얼굴은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는데.. 아~ 이름이.. 이름이..

하며 머리를 쥐뜯기 직전의 은하. 

기사님 : 뭐 아는사람 없나? 전화라도 좀 해봐!!

은하 : 아! 맞다! 제가 얼른 해볼께요! ^^

기사님 : 그래요! 얼른해봐.. 허허~ 거 왜 생각이 안나지~

핸드폰을 열어 오늘 시합이 없는 사범님을 찾아본다.

모 사범님 : (조금 당황한 목소리) 여보세요?

은하 : 사범님~ 갑자기 죄송해요!! 일본 가신 사범님 이름 좀 알려주세요!

모 사범님 : 네? (완전 당황한 목소리) 홍 맑은샘 님이요?

은하 : 아뇨~ 어릴 때 가신 분.. 프로시구... 조카분이 바둑리그 선수고..

모 사범님 : 아~ 조치훈 사범님이요? 조카분은 이성재 사범님이구..

은하 : 아아~ 그게 너무 궁금했어요! 감사합니다~

모 사범님 : 뭘요~ 담에는 계시 빨리 해줘요~

(신기한건.. 은하가 계시한 같은 대국인데도.. 이기신 사범님은 계시(느린 것 같으니)빨리 해달라고.. 진 사범님은 계시가 너무 빨랐다고 하신다..)

은하 : 냅! ^^ 담에 기원서 뵈어요~~ (전화 끊자마자) 이성재 사범님 좋아하시는거죠?

기사님 : 어이쿠! 맞네맞어!!

이성재 사범님께 지도대국 한 판 받아보고 싶다던 기사님과의 유쾌한 수다를 뒤로하고 기원 도착!

오~ 무려 15분이나 일찍 도착! 왠지 으쓱으쓱해서 차에 오르니..

이제는 벌써 익숙해진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방송팀과 싸이버 오로 식구들.. 그리고 대방 노블랜드 선수단..

월드 메르디앙에선 따로 버스를 마련하여 경주로 향한다고..

월드팀.. 선수들에게 제공하는 지원이 대단하다고 하는데..

앞으로 지원이 점점 많아져서 더욱 풍성한 바둑리그가 되었으면~~ ^^

episode 2. 여기 있다! 여기 없다!

버스에 들어가 보니 바둑리그 전속기자이신.. 최기자님이 보인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첫 투어 때부터 잘 챙겨주신 최기자님.. 얼른 근처로 가 뒷자리에 낼름! 앉고보니 바로 대각선 뒤쪽으로 이성재 사범님과 박영훈 사범님이 나란히 앉아있다.

택시에서 그렇게 애타게(?) 찾던 이성재 사범님을 보니.. 괜시리 반가웠다.

그렇게 애타게 찾았는데.. 여기 있다!! ^^

그런데 짐을 내려놓고 보니 뭔가 허전하다..

여기 없다!! 뭐가? 옷이!!

은하가 입은 옷은 빨간 민소매 원피스.. 이걸 입고 계시를 할 순 없다! (너무 튄다ㅜㅜ)

이게 다 카메라 때문이야..! 라고 탓을 해본다.

이번 경주투어에선 사진 많이 찍어와서 궁금해할 오로 식구들게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에..

아침에 부랴부랴 디카를 찾았는데.. 찾고보니 메모리카드가 없고.. 또 찾고보니 충전지가 없고..

다 찾아 챙기고보니 옷을 빠뜨렸다.

어젯 밤 세탁소에 고이~ 맡겨놨는데.. 이 일을 어째~~

시간을 보니 아직 10분정도 여유가 있다.

그런데 또 상황을 보니..

오늘 1시간 일찍 출발 한 다는 것을 연락 못받은 분이 있어서..

지금 오고 있다는 것.

좋아! 시간은 있다.

다시 핸드폰을 들어 근처 사는 친구에게 SOS를 친다.

도와죠 친구야~ 계시비 받는대로 내가 빵! 쏜다~ 세탁소에서 옷을 찾아서 이곳으로 배달좀~~

결국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멋진 작전으로.. 가까스로 옷을 받아 경주로 출발~!

1시간 일찍 출발하지 못하고 정시에 출발하게 되었지만..

은하는 늦으신 분께 남몰래 감사의 마음을 보냈다는 사실^^

episode 3. 이성재 사범님(2)

버스가 출발하고.. 딱 점심먹을 시간이라 빵을 넉넉히 준비해온 은하..

주변 분들게 빵을 권했습니다.

은하 : 사범님~ 빵 드시겠어요?

이성재 사범님 : 아니요.. 괜찮습니다.

왠지 첫 인상이 무서운 이성재 사범님.. 너무도 정중한 거절에 머쓱해진 은하. 쭈뼛쭈뼛 박영훈 사범님께 권했다.

은하 : 사범님~ 빵..

박영훈 사범님 : 감사합니다아~ 전 두 개 먹을께요 ^^

그러자 옆에 있던 이성재 사범님

이성재 사범님 : 뭐야~ 그럼 나도 먹을래.

처음의 무서운 인상은 어디가고 장난꾸러기 옆집 오빠같은 이성재 사범님. 얼른 빵을 하나 집으신다.

고구마까지 삶아 온 (아줌마스런) 은하의 극성에(점심 시간에 출발하니 어쩌겠는가? 바리바리 도시락 싸가는걸 좋아하는 은하^^) 버스 출발하자마자 둘러앉아 먹기 시작.

은하는 최기자님의 앞자리에서 뒷자리로 옮겨 수다의 편의(!)를 도모했다.

은하 옆에 박영훈, 이성재 사범님. 은하 앞에 최기자님.

둥글게 앉아 먹고나니.. 이제 또 뭘 한담~

준비 해 온 PMP는 이성재 사범님이 보시고.. 은하는 이성재 사범님의 핸드폰에 있는 오락을 하고..

박영훈 사범님은 앞으로 옮겨가 카드게임에 열중.

휴게소도 한번 지나고..

아아~ 경주는 너무나 멀다.

지쳐서 자다 일어나보니 다들 비슷한 시기에 잤다가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듯..

뽀송뽀송한 눈두덩이를 비빈다.

박영훈 사범님 : 어디서 메니큐어 냄새 안나요?

은하 : 핫! 죄송!! (조용히 메니큐어를 꺼내서 바르고 있었다..)

얼른 뚜껑을 닫으려는데..

박영훈 사범님 : 난 이 냄새 은근히 좋더라.. (헉!!)

은하 : 그쵸~ 저도 이 냄새 좋아요..

이성재 사범님 : 그럼 둘 다 뽕을 한다거나.. 본드나 가스를 했을 때 효과가 클 확률이 있는거야..

은하 : 헉! 사범님 해보셨어요? 본드는 어떻게 하는 거에요?

이성재 사범님 : 본드는 잴로 저가품목(?)인데~ 비닐봉지에 본드를 짜 넣고.. &$%^&#@#

이 때부터 이성재 사범님의 약물(!) 강의가 시작.

조목조목 설명해주시는 이성재 사범님.

박영훈 사범님과 은하는 넋을 잃고 새로운 세계(?)에 빠져들었다.

무튼 결론은.. 메니큐어 냄새가 좋은 은하와 영훈사범님은 약물(!)을 멀리하라는 것.

하.하.하.

명쾌한.. 그러나 이상한(!) 결론을 내려주신 이성재 명 강사님께 박수를~~

episode 4. 박영훈 사범님

투지주.

지난 울산투어 때 배우려다 실패한..

(은하 기준으로는) 사람 머리로는 할게 못되는 어려운 카드게임. 투지주.

박영훈 사범님이 투지주를 도저히 이해 못하겠다는 은하의 말에 소매를 걷고 나섰다.

강사 박영훈. 수강생 은하, 최기자님.

열강을 마친 이성재 사범님은 다시 콜콜~ 잠이 들고, 우리 셋은 은하의 커다란 가방(갈비가방?)을 테이블 삼아 투지주 속으로 출발~

기초 이론(?)을 가르친 박영훈 사범님.

이제 연습문제에 들어간다.

자! 이 카드를 요렇게 가지고 있어요. 이제 뭘 버려야 하죠?

은하 : 이거랑 이거..

박영훈 사범님 : 땡!

최기자님 : 그땐 앞사람이 이거랑 이게 필요하니까 이걸..

박영훈 사범님 : 그렇죠~ 그런데 이게 또 이렇게 이렇게 변하니까.. 이걸 이렇게 &^*%$#

은하 : 아악!!! (어렵다아!!)

기초 이론과 연습문제까지 마친 우리들. 이제 실전문제!

최기자님. 중도 포기.

둔재 은하. 끝까지 미련을 못버리고 투지주 정복에 나선다.

이제 실전.

박영훈 사범님과 가방을 테이블 삼아 투지주 고고~

결과? 봐준 박영훈 사범님 덕에 3판 중 2판을 이긴.. 모범제자 은하.. 음하하!! (봐주느라 고생하셨습니다~ ^^)

만약 바둑을 두지 않았다면..

선생님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두 분 사범님.

무서울 것 같은 첫 인상은 온데간데 없고 동생들을 챙기고 분위기를 리드하는 이성재 사범님과..

마른 몸 어디로 그 음식들이 다 들어가는지.. 너무너무 잘 먹고.. 잘 웃던 편안한 박영훈 사범님.

경주 투어로 가는 길고 긴 여정..

두 분 사범님 덕분에 명강의도 두 개나 듣고..

사진도 찍고.. 수다도 떨고.. 중간에 지쳐 잠들었다가.. 깨면 휴게소에서 먹을 것 잔득 사와 와구와구 먹고.. 그렇게 즐겁게 경주에 도착했습니다.

지쳐 잠든 은하?

올 여름 대만에 갔다가 찍은 사진이에요..

보통 차안에선 자고 자고 또 자는데..

경주가는 길은 잘 시간도 없었답니다^^

댓글은 밥! 추천은 반찬!
배가 고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