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1. 온소진 몇살..?

20대 초반의 젊은 기사 온소진.

바둑계가 갈수록 젊어져서인지.. 이제 별로 젊다는 생각도 안드는 온소진 사범님이다. (미안^^)

젊은 그들.. 그러나 그들 속에 있으면.. 내가 젤로 젊다는 착각을 하게된다.(그래서 더욱 그들과의 시간이 즐거운지도 모른다.) 착각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에피소드를 쏟아놓아보자면..

지난 9월의 어느날..

한게임팀이 푸켓으로 전지훈련 겸 단합대회(!)를 다녀왔다는 소식을 전해들은지 하루가 지나.. 메신저로 온사범님이 말을 걸어왔다.

은하 : 또 바둑두니? 어디 방이야?

(온사범님은 자기전에 종종 인터넷바둑을 두는데.. 그럴때면 접속해있는 은하에게 말을 걸어 관전을 시킨다. 그리고 대국이 끝나고 나면 종종 간단히 총평도 해주고 질문도 받아주곤 한다. 요 수는 이런뜻이야~ 하면서.. 그날도 그래서 말을 건 줄 알았다.)

온사범님 : 그게 아니고.. 저기.. 싸이에.. 사진 어떻게 올려?

은하 : 에? 이십대 초반이 이십대 후반에게 할 질문인거야? 어째 바뀐거 같지 않니..? ^^;;;

온사범님 : 헤헤.. 한번도 안해봤단말이야..

싸이가 나온지 몇년이 흘렀는데.. 이제껏 미니홈피에 사진 한번 제대로 올려본 적이 없는 온사범님..

그러고보니 1촌은 어떻게 맺냐고 물어본게 지난달이요..

네이트온 친구추가는 어떻게 하냐고 물어본게 두 달 전이다..

은하 : 일단 창을 켜봐.. 그 다음에.. 요렇게.. 저렇게..

하나하나 설명해준 은하.

은근히 시간이 오래걸린걸 보니.. 온사범님.. 혹시 컴맹..?!

그러나.. 뒤 이어 올라온 한게임팀의 사진들은.. 가르쳐준 보람을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한게임팀 사범님들의 수영복 사진.. 아하하. ^^

(한게임팀에 멋진 몸짱이 한 분 계셔요.. 누구일까요? 정답을 맞춘 리플이 열개를 넘어가면.. 사범님의 동의(를 받기는 힘들겠죠? 협박해서 동의를 받아보고 안되면.. 음.. 할 수 없지만..) 깜짝 겔러리를 열어 그 사진을 공개해버립니다! 해놓구 도망가야지.. >>ㅑ아~)

episode2. 사범님은 애늙은이(?)

또 다시 메신져.

온사범님 : 내일 계시 어떤거야?

은하 : 메인대국이겠지.. 너 메인 아니야?

온사범님 : 아닌데~

은하 : 아침 10시까지 집합이라는데.. 나 어떻게 일어나지?

온사범님 : 잘.. ㅋㅋ

은하 : 버럭!! 낼 모닝콜! 시간은 여덟시 정각!

온사범님 : 웅.. 혹시 전화없으면 나를 깨워줘..

은하 : 일어날꺼 뻔한데 엄살은~

시간약속을 잘 지키는 온소진 사범님.

늦는걸 본 적이 없으니까..

은하는 20대 초반에.. 12시 이전에 자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나쁜 어린이.. 아니 나쁜 어른인가봐요)

그런데 소진군..

12시엔 무조껀 취침!

메신져로 수다를 떨며 한창 재미나게 인터넷 바둑을 두다가도..

12시가 가까워오면 어김없이 로그아웃을 하는 매정한 온소진사범님..

이유를 물어보니.. 컨디션 조절엔 그게 좋답니다.

자기관리가 어찌나 철저한지..

건강을 위해 꾸준히 핼스장에서 땀을 흘리고..

돌아오면 또 다시 바둑..

쉴 때 뭐하니? 했더니 바둑 둔댑니다.

그럼 무슨 낙으로 사니? 했더니 바둑이 낙이랍니다.

자기전에 잠안오면 하는 일도 인터넷 바둑이라니..

에효~ 애늙은이가 따로 없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정각 8시에 모닝콜을 하는 온사범님.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도로 자버린 은하양.

결국 초보딱지 뗀지 얼마 안되 '장거리' 운전을 했습니다.. 아.하.하. ㅜㅜ

episode3. 일년만에 마셨어요!

바둑리그 경기투어는.. 홈팀인 한게임팀의 승리..

리그 후 한게임팀이 주최하는 회식자리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맛난 고기. 돌아다니는 술잔.

목진석 사범님이 소주병을 들고는 "여기요~ 한 병 더~ 나오늘 마신다~" 를 외칩니다.

어! 운전 어쩌려고!! 해서 쫓아가보니.. 사이다병을 딸랑딸랑~ 흔들며 기분을 냅니다. (아무튼 못 말리는 장난꾸러기입니다. ^^)

그러고보니..

젊은 사범님들이 생각보다 술을 못합니다.

이성재 사범님을 중심으로 이희성 사범님과 온소진 사범님..

이게 얼마만에 마시는 술이냐~ 해가며..

벌~개져서 열심히 주거니 받거니..

셋다 얼큰히 취한 듯 해서 또 그쪽을 쫓아가보니..

회식자리 내내 셋이 마신게 합쳐서 소주 한병 반.

잠깐 잠깐 인사온 분들게 따라주며 권한 걸 빼고 나니..

한 사람에 반병도 채 안마신건데..

이~따만큼 신이나서 수다를 떨며..

오늘 술이 과했다고..  조절을 시작합니다.. (아이고~)

회식을 끝내고 나니 저녁 8시30분..

헐~ 분위기로는 밤이 깊은 줄 알았는데.. 아직 저녁무렵입니다.

그러나 집에 가는 분위기.

아직 리그중이고.. 먼 길 왔으니.. 일찍 집에가서 컨디션 조절에 힘써야 한다는 사범님들.. (그래서 그들을 프로라고 하나봅니다.)

은하는 방향이 같다는 온소진 사범님과 이희성 사범님을 모시고 운전을 시작합니다.

은하가 서툴게 차 빼는걸 초조하게 지켜보던 두 사범님들..

차에 타자마자 안전밸트부터 챙겨맵니다. (흥!)

술 냄새 미안하다며 연신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으려는 사범님들..

추우니 창 좀 닫자는 은하..

"차창을 열으니 차가 디게 빨리 달리는것 같아~" 라며 신나하는 온사범님..

뒷자리라 속도계가 안보였는 모양입니다..

누나가 말은 안했지만..  달리는 것 같아가 아니라.. 빨리 달렸단다... (그 말을 했을 때의 속도.. 120~140.. ^^;;)

차창에 머리를 밖고는 조용~히 있어서.. 자는 줄 알았던 이사범님.

한참만에 한 말이..

나 화장실 급해.. 라고..

갓길에 세워줬더니.. 사범님 체면에 절대 못한다고 해서(그냥좀 하지!!) 옆길로 빠져서 음식점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문을 닫는 중이던 음식점.

갑자기 차가 주차장으로 들어오더니.. 왠 남자둘이 후다닥 뛰어들어오자 놀랐는지(온사범님도 사실 급했다고 함께 뛰더군요ㅋ) 눈이 휘둥그레진 주인 아주머니..

그 와중에도 예의바르게 구십도 인사를 하고 화장실을 찾아들어가는 사범님들..

뛰는 뒷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차안에서 빙긋 웃었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오더니 말문을 튼 이희성 사범님.

말하면 화장실에 더 가고 싶어질 것 같아서 조용히 참고 있었답니다. (진작 말을하지!! 은근히 내성적인 이사범님...)

은하 : 술 오랜만에 먹나봐요?

이사범님 : 그러게.. 얼마만인거야..? (손가락을 꼽는데.. 손가락이 계속 접힙니다..)

온사범님 : 난 거의 일년만이에요!

은하 : 에에? 당신들!! 이십대 맞지!! 그럼 쉴 땐 모하는대!!

그랬더니 둘이 동시에.. “바둑두지~” 합니다.

수학여행도 안가보고.. 소풍도 안가보고..

학교 매점.. 교생실습.. 야간자율학습..

평범한 은하의 유년시절 이야기를 신기한 듯 듣는 사범님들..

유년의 기억이 반상 앞에서 펼쳐지는 그들을 보고 있으니..

한편으론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온사범님은 아직 군대에 다녀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한의 남자라면 누구나 가야한다는 군대.

그렇지만 그에 따라 생기는 2년간의 공백은..

메우기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군대에 다녀와 그 이전만큼의 성적을 내는 선수들이 손에 꼽을 만큼이라는 건..

이런 사실은 반증해주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승준 사범님.. 정말 대단한 분이시죠..)

유년을 다 바쳐 해온 것들.

키워온 감.. 닦아온 실력..

거기에 생기는 2년의 공백은..

그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기에..

군대는 그에게 큰 부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세계대회에서 우승해버려!! 라고 웃으며 응원을 했지만~

알았어~ 열심히 해야지~!! 이라고 웃으며 대답을 했지만..

그것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기에..

한 쪽 가슴이 살짝 무겁습니다.

바둑도 스포츠로 인정을 받고 있다던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도 채택되었다는데..

바둑 상무팀이 만들어지면.. 어떨까?

총 25개의 종목이 마련되었다는 국군 체육부대..상무..

그곳에 반상이랑 바둑알도 놓이게 되면.. 조금은 여건이 나아지지 않을까?

사범님들을 내려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은하도 짧게나마 고민을 해보게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은하가 할 수 있는일이라곤 응원 뿐인가 봅니다.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하는 은하. ^^ )

온소진 사범님! 세계대회에서의 멋진 활약!!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