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택배 왔다는 소리에 맨발로 뛰어나가 문을 열었다.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해설자님이 오로 이벤트에 응모한것이 당첨 되어서 조훈현 친필 휘호가 써진

바둑판을 우송해 드리겠습니다^^"  하는 전화를 받고 심장이 멎는줄 알았다.

바로 그 바둑판이 온것이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포장을 열자 황금빛 바둑판이 자태를 드러낸다.

그리고, 뒷면에 추사 김정호 선생이 울고갈듯한 멋진 글씨로 씌여진 조국수님의 친필싸인.

구름을 밟고 서있는듯한 느낌이 이럴까,

나는 보물을 다루듯 바둑판을 다시 포장해 장농 깊숙한 곳에 곱게 모셔놓았다.

저 바둑판 으로 두는 첫판은 필시 그 바둑판을 사용해도 될만한 상대여야 하고,

나또한 맑은 정신에 두시간이든 세시간이든, 아니면 이틀걸이 바둑이 되든,

혼이 담긴 최선의 한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 바둑판에 대한 예의일것 같았다.

어떻게 알았는지 친구들이 바둑판좀 한번 보자고, 그 바둑판에서 한판 두어보자고,

때를 쓸때도 가차없이 짤라(?) 버렸고,

평소 지도 대국한번에도 감지덕지 하던 바둑 고수들의 청에도 모른체 했다.

평소 바둑을 배우고 싶다며, 하루 20분씩만 가르쳐 달라하던 경리 아가씨의 청에는, 조금 고민했지만 (본디 여자에 약해서..) 어렵게 물리쳤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듯 했다.

노량진 전철역 부근 한 육교.

내가 일터로 향하는 길목이기도 하다.

그곳에서는 천막을 치고 점을 보는곳이 있었는데,

오며 가며 난 한 할아버지가 그 천막안에서 혼자 바둑판을 깔아놓고 몇수 놓았다, 다시

주워담는 모습을 보곤 했다.

하루는 다가가서 말을 건넸다.

"할아버지  두실만한 분이 없는것 같은데, 제가 실력이 좀 부족하지만, 한수 가르쳐주시면 안되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말없이 반대편에 앉으라는 시늉으로 손으로 가리킨다.

그래서 바둑을 두게 되었는데, 한 이십여수 두었을까..오늘은 그만! 이라는 말씀과 함께

돌을 주워 담으신다.

의아해 했지만 왜 그만 두냐고 감히 물어보지는 못했다.

돌아오면서,언제이고 간에   집에있는 나의 그 바둑판 첫상대로, 역술인 할아버지와

두어 보아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왠지모르게 사람을 끌어들일듯한 그분의 분위기에 빠져서일까,

알수없는 그분의 기력도 궁금했거니와, 그 할아버지에겐 과거에 바둑에 관계된  어떠한

일이 숨겨져 있을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사람과 펜팔을 하다가  결국 결혼까지 성사되면서 미국으로 건너갔던,

집사람의 친구가, 온다는 소식도 없이 갑작스레 집에 들렀다.

나는 자랑하고 싶어서 예의 그 바둑판 얘기를 꺼냈다.

"조훈현 국수님 친필 휘호"가 들어있다는 말에 목에 힘을 주어가면서..

보여 달라고 하기에 바둑판을 꺼내려고 농을 열었는데..감쪽 같이 사라져 버린 바둑판.

이게 어찌된 일일까..

속상해 하고 있는데, 뒤에서 집사람 목소리가 들린다.

"여보야~~!  출근 안해??  언능 일어나!!!"

"뭔 출근, 시방 바둑판이 없어졌는데!"

"이이가 뭔 소릴 하능겨, 아 언능 안일나?" 다리를 걷어채이고 서야 모든것이 뜬구름

이었음을 깨달았다.

된장~~! 꿈이 었네..

어쩐지 당첨자 명단에 무슨 낙지자가 들어가는 그 대명하고 돌의노래 한백무공 세사람이

당첨되었다는 것을 게시판에서 보며 부러워 했었는데 나에게 바둑판이 왔다기에 좀 이상하다 싶긴 했다.

새침떼기 경리 아가씨가 홍~홍~ 하면서 매달린것도 요상혀다 싶었구..

뿐만인가. 미국사는 집사람 친구가 갑자기 우리집에는 왜 와,,참나, 완죤 개꿈이네..에휴~~

이럴줄 알았으면  그 바둑판위에 돌을 집어 대국한번 해볼걸 하는 후회가 마구 밀려온다.

내가 왜 그 이쁜 경리아가씨 청까지 거절 했을까..아흐흑~~

어찌 어찌 일을 마치고 집에돌아오는 퇴근길 육교위.

난 꿈 생각도 나고 해서 무심코 그 점집을 쳐다 보았는데...

행여 그 역술인 할아버지가 혹시라도 바둑판 하나 깔고 기보를 두고 계시지나 않을까 해서,

유심히 쳐다보는 나를 보자 할아버지 왈 

"들어와요, 싸게 봐드릴게~"

   .

   .

   .  

   역시 개꿈 이었나보다 ...ㅡ.ㅡ;;

p.s :  조훈현 국수님 친필 휘호가 깃든 바둑판에 당첨되신분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래는 자유게시판에 세워깡 님께서 올리신 사진으로 
 "조훈현 9단 휘호 바둑판 당첨"에서 미역국 먹은 오로 회원들의 감정을 대표한 내용이 압권으로
 바둑판을 타고서도 입을 싹 닦고 계신 낙지대그빡 님에 대한 풍자(?)가 리얼하게 담겨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