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회사 점심시간입니다.

얼른 점심을 배달시켜먹고 오로 대국실에 들어왔어요.

오늘 오전부터 이희성 사범님과 김지석 사범님의 국수전 8강이 있거든요..

은하는 지금 (김지석 사범님께 죄송하지만) 점심도 먹는둥 마는둥 하고는 이희성 사범님을 응원하는 중입니다..

.... 왜일까요?

광주투어 이야기.. 시작합니다^^

episode 1. 시작부터 어째 불안~ 하다..

8월 25일 토요일 새벽 6시.

오늘은 한국바둑리그 광주투어에 가는 날.

그래서 긴장한 탓일까?

전날 새벽 늦게 잠을 못 이뤘는데도..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잠도 더이상 안오고.. 이시간에 대체.. 뭘하지..?

강아지와 이틀간 떨어져있어야 하는데..

좋아! 써비스다.

강아지를 데리고 집 근처 대학의 운동장으로 나갔다.

운동장도 뛰고 스트레칭도 하고..

실컷 뛰어놀다(?) 들어왔는데도 아직 아침시간.

출발이 1시니까.. 집에서 12시쯤 나가야지..

집합 장소인 기원까지 가는데 얼마 안걸리니 더욱 여유가 있다.

(집에서 기원까지 가는데.. 늑장을 부려도 20분 내외)

오랜만에 영어공부도 하고.. 강아지랑 공놀이도 하고..

과자도 좀 구워볼까..?  침대시트도 햇살에 좀 널어놔야겠다..

간만의 여유를 즐기며..

일찌감치 준비를 마쳐놓고 뒹굴거리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투어때마다 은하를 챙겨주시는 임피디님.

“어디에요?”

“네?”

“지금 어디에요~ 차 출발하는데..”

“네? 지금이 11시인데..?... 가 아니라.. 아앗!!”

그렇다.

시계가 죽었다. 하필 오늘.. 하필 11시에.. ㅜㅜ

핸드폰을 보니 벌써 1시.

“저 지금 갈께요~”

“늦으면 우리 먼저 출발할테니 기차타고와요”

“흑! 네에.. ㅜㅜ”

할 수 없다. 일단 가보고 안되면 기차 타야지..

부랴부랴 챙겨서 후다닥 뛰어나가다가 삼거리 한 복판에서 철푸덕!

발이 아팠지만 일단 급하게 택시를 잡고 기원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스텝진이 탄 차는 이미 출발.

선수단 차가 아직 남아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휴~ 다행이다..

택시에서 내려 고속버스로 다가가니 우리양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kixx팀 써포터즈 허우리양. (덕분에 이번 투어가 정말 즐거웠다.. 감사감사^^)

손을 덥석 잡고 차에 오르니..

빈자리가 없다... 아앗!

이때 왠 남자분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혼자인데 둘이 앉는 좌석에 앉아있다가.. 우리에게 자리를 내주고는 바로 옆 1인좌석에 앉는다.

우아~ 감사합니다아~~

헤헤^^ 편하게 우리랑 수다떨면서 가겠다.. ^^

드디어 버스 출발.

episode 2. 당신을 은말사 대표주자로 임명합니다~

“언니! 발에..!!”

“응?”

발을 쳐다보니..

아까 넘어질때 까졌는지.. 발등에서부터 흐른 피가 발가락까지 덮었다.

피가 철철 넘치잖아!!

헉! 나 큰부상 아냐? 뼈 보이는거 아냐?

(네.. 은하 엄살.. 10단입니다. 입신의 경지를 넘어섰지요.. ^^)

막상 피를 닦아보니 상처부위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발로 힐을 신고 다니느라 광주투어 내내 정말 고생했다.. 애고애고..

상처치료도 하고.. 가방(예의 그 갈비셋트가방)에서 담요도 꺼내 우리와 사이좋게 나줘덮고나니..

이제 주변 상황이 궁금하다. (심심해졌단 이야기..)

우리에게 속닥속닥 귓속말을 해본다.

“저기.. 우리 옆에 저 분 누구야? 아까 자리 내주신분..”

은하의 (무식한) 질문에 우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다.

“언니~ 이희성 사범님 몰라요? 우리 kixx팀~”

“아하! 오! 사진이랑 너무 다르잖아!”

은하도 놀랐다. (눈을 네모낳게 뜰 수는 없어서 일단 동그랗게 뜨고 놀랐다... @.@ )

은하가 가입되어있는 프바사(프로바둑기사사랑회)에서는..

매달 생일을 맞은 사범님들께 카드로 축하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아니.. 전하려고 했는데.. 딱! 두분께만 전하고..

그 후부터는 그냥 인터넷으로만 축하메세지를 남기고 있다...(조금 아쉽다..)

축하메세지를 모으고.. 카드를 만들어서 전하는 일을 올해는 은하가 맡고있는데..

며칠전 마침 이 희성 사범님의 생일 카드를 만들으려고 인터넷으로 사진검색을 해 본 적이 있어서..

얼굴을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희성 사범님은 사진보다 말랐고.. 사진보다 얼굴이 작았고.. 사진보다 어려보였다.

(기자님이 안티였나?)

알 수 없는 한자가 잔득 적힌 책을 들고 집중하는 듯(!) 보이는 이희성 사범님.

은하도 집중하여 사범님을 관찰 한 결과..

저 책은 ‘한시’를 모아놓은 책이고..

한자가 너무너무 많고..

그리고... 

십 분 째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다..

딱 껄렸어!

일단 통로 건너편의 이희성 사범님을 불러본다.

“이희성 사범님!”

“네~” ^^

어라! 놀라지도 않고 어색해하지도 않고..

너무 자연스레 대답을 한다.

은하 : 그 책 재미있어요?

이사범님 : 네? 아.. 그냥.. 뭐..

은하 : 한자 정말 많네요~ 제목이 뭐라고 써있어요?

이사범님 : (급 당황..) 아! 그.. 그게.. 저도 잘..

은하 : (역시~~)딱껄렸어요! ㅋㅋㅋ.. 사범님! 이거 안 읽고 계셨죠!

이사범님 : (화들짝!) 네? 아니.. 그..!!

급속히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이희성 사범님..

아.. 은하가 맥점을 너무 정확히 짚어버린건가?

은하 : 사실은 말 걸어주는 거 기다리고 계셨죠!

이사범님 : 헤헤헤.. 네! 자리도 비켜줬는데 놀아주지도 않고! 너무 하는 거 아니에요?

은하 : (허걱! 강적이다!) 아.. 사범님이 책보고 계신 줄 알았어요~

이사범님 : 이거 졸릴 때나 생각하고 싶을 때 보는 책이에요..

어쩐지..

아무리 봐도 너무 어려운 책이다.. 싶었다.

은하 : 아~ 아침 드셨어요?

이사범님 : 아뇨.. 아~ 배고파요~

은하 : 일찍오셔서서 기다리셨나봐요?

이사범님 : 나 사실은 꼴지에서 세 번째인데.. 나 다음이 해원사범님.. 그 다음이 그 쪽..

은하 : 헉! 죄.. 죄송해요.. ㅜㅜ

이사범님 : 나야 고맙지~ 나 늦은게 커버가 돼서.. ㅋㅋ

이때 알았어야 했다.

이사범님.. 은근슬쩍 말을 놓고 있었는데.. 

은하 : 과자 싸왔는데.. 드실래요? 우리야~ 과자먹을까?

은하를 기준으로 왼쪽엔 우리 오른쪽엔 통로 그 옆이 이희성사범님인데..

이때까지 우리양.. 한마디도 안하고 대화를 나누는 우리(은하+이사범님)를 쳐다만 보고 있다.

우리 : 언니~ 대단해요~ ♡.♡

그러고보니 우리 눈이 하트다..

우리 : 어떻게 그렇게 사범님이랑 얘기를 편하게 해요?

우리는 kixx써포터즈이지만.. 김승준 사범님을 빼고는 이야기를 많이 못해봤다고 한다..

은하 : 그냥.. 그냥.. 에.. 불편할 이유가 없잖아!

이때 이사범님이 끼어(?)든다...

이사범님 : 과자 안주나...? 에~~ 배고픈데에~

은하 : 아차! (부시럭부시럭) 모양은 보지말고.. 그냥 먹으면 그런대로 괜찮아요..

은하가 만든 치즈 과자를.. 당근 과자라고 놀려대면서도.. 곧잘먹는 이사범님.

언니~ 대단해요~~ 계속 감탄만 하는 귀여운 허우리양..

이사범님과 우리양과 함께 은하가 만든 못난이 과자를 나눠먹고..

버스에 탄 사범님들께도 과자를 조금씩 나눠드렸다.

그러고보니 차안에 선수단이 전부 다 탔잖아!!

렌즈를 깜빡 두고온 은하(고생했다..) 그때까지 차안의 탑승객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던 것.

은하의 뒤엔 리틀 바둑리그 애기들 두 명이..

은하 대각선 뒤로는 박정상 사범님.. 그 바로 뒤엔 이창호 사범님까지..

그리고 저~ 뒤엔 사범님들이 우르르~ 모여 카드놀이에 한창!

우아아~ 나 지금 어디에 타고 있는거지?

차에 탄 사람들 단수만 합쳐도 이게 몇단이야~~

은하 몸무게를 훌쩍 넘어 앉은키도 훌쩍 넘는 엄청난 숫자가!!

세삼 긴장이 되... 어야 하는데.. 늘 그렇듯.. 마음은 편하다.

은하의 심장은 조국수님 앞에서만 뛰는건가..? 푸훗^^

은하 : 사범님 몇 살이세요?

초반부터 말을 트는 사범님의 대범함(!)이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걸꺼라는 생각에 일단 실례되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이사범님 : 그쪽보단 오빠지~

은하 : (푸하하~ 기분이 나쁘지 않다. ) 저 몇 살 같은데요?

이사범님 : 우리양이랑 친구 아닌가?

은하 : 푸하하하! 감사감사! 저 27살인데..

이사범님 : 헉!!

은하 : 그냥 편하게 누나라고 하셔도 되요~ (당황하는걸로봐선 은하보다 어린거다~!!)

이사범님 : 나 누나 없어봐서 못하는데.. 그냥 한살 차이인데 말 트자.

은하 : (뻐끔뻐끔)...!!!!

결국 친구먹기(!)로 한 이사범님과 은하.

잠시 후 들른 휴게소에서 버스를 못찾아 두리번 두리번 하는 은하 뒷통수에다 대고

그 큰 휴게소 광장 한 복판에서“은실아~” 하고  불러버리는 거침없는 이희성 사범님.

은말사(은하에게 말트는 사범님) 대표주자 이희성 사범님.

왠지 밉지는 않은데.. 아이구~ 사범님만 아니면 콱!! (버럭!!)

episode 3. 승부를 점쳐볼까요?

은하 : 내일은 몇 번째로 바둑 두세요?

이사범님 : 다섯 번째야. 맨 마지막.

은하 : (정녕 말을 놓는다 이거지! 좋아! 나도!!) 아아~ 꼭.. 두고싶어..?

이사범님 : 왜? 아~ 계시 다해야하는구나!

은하 : 응.. 힘들어 ㅜㅜ 대진표 보구 왔는데.. 4국에서 끝나겠던데? (은하의 승률예측.. 100%이다.. 푸하!)

이사범님 : 악담이다? 4국까지 안가고 우리팀이 3:0 으로 이길 거야.

은하 : 그래? 한번 점쳐볼까?

이사범님 : 좋아~ 함 해볼까?

여기까지 듣던 우리양.. 고개를 갸우뚱~

둘이 어떻게 승패분석을 할까.. 어떻게 결과를 점칠까.. 하고 고민하나보다..

그러나.. 

가위바위보!!

아~

가위바위보!!

오예~

그렇다.

우리는 가위바위보로 승률을 점치는 매우 단순한(무식한) 방법을 쓴다.

결과?

2:2 동점!

자.. 대망의 5국!!

이사범님 : 잠깐! 이건 안할래.

은하 : 왜?

이사범님 : 그냥.. 승부 앞두고는 승부욕에 영향미치는건 뭐든 피하거든..

은하 : 얼~~ 선수 맞구나~

이사범님 : 그럼 방송 스텝이겠냐!!

그저 활발하게만 보였던 이희성 사범님.

그도 승부사였다.

episode 4. 내기의 결과는..?

은하 : 어디쯤 온거야?

이사범님 : 30분만 더 가면 되.

은하 : 확실해? 믿을만한 정보야? 진짜야?

이사범님 : 속고만살았나~ 확실해!! 버럭!!

은하 : 내기할까?

은하.. 내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기기‘만’ 좋아한다.

이사범님 : 좋아! 내기조건은!

은하 : 누나라고 불러!

이사범님 : 시른대!!

은하 : 그럼!! 음.. 머하지?

이사범님 : 일단 소원들어주기!

은하 : 아~ 두루뭉술~~

이사범님 : 두루뭉술이 모냐!

은하 : 암튼 오케!!

은하의 소원을 공개합니다.

관전기를 쓰고 싶어하는 은하.. 변화도 참고도.. 등.. 사범님의 도움이 필요하지요..

그래서 관전기 다섯 개의 변화도 그려주기!! 가 은하의 소원이었습니다.

이희성 사범님의 소원을 공개합니다.

간단합니다.

소.개.팅.  ^^

결과요?

은하.. 조금 전에 나도명강사 코너에.. 작가신청 했습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죠? ^^

오늘 국수전 이기시면.. 첫 번째 변화도 그려주시기로 하셨으니..

은하는 이희성 사범님을 응원할 밖에요..

사범님.. 아무쪼록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