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조국수님.. 항상 응원할께요..!!

1국이 끝났다..

자리를 정리하고 나와보니.. 조훈현 사범님의 가시는 뒷모습이 보인다.

그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낯설은 쳐진 어깨..

2국이 남았지만.. 먼저 집으로 향하시는 사범님의 낯선 뒷모습에..

나는 인사도 잊은 채 잠시 멍해졌다.

평생을 승부 속에서 사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진대..

그래도 패배의 아픔만큼은 익숙해지실 수 없었나보다..

수없이 이기고.. 또 졌을텐데..

그때마다 아프셨겠구나.. 그때마다 많이 힘드셨겠구나.. 생각하니..

갑자기 우습게도.. 자식을 나면 프로기사만큼은 시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멋지게만 보였던 프로기사의.. 아픈 그림자를 살짝 엿본 것 같은 그런 느낌..

분명 승부는 나야겠지만..

승자와 동시에 패자가 생겨야 하는 이 승부의 세계가.. 어쩐지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episode 2. 배는 고프고 허리는 아프고.. 그러나 갈길은 멀다.

2국은 9시에 시작..

조금 시간이 있다.

2층으로 올라가보니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제일화재 진영으로 쫓아갔다.

리포터 정지애씨도 있네..

여자인 내가 봐도 참 이쁘다. 그냥 이쁜게 아니라 참하게 이쁘다.

배고프다고 했더니 과자를 권한다.

살쪄서 안되는데~ 하면서도 얼른 입에 물었다.

그러고보니 저녁을 못먹었구나..

배는 고프고 허리는 아픈데.. 2국이 남았다.. 흑.. ㅜㅜ

계시 테이블이 커서 대국자와의 거리가 좀 멀었다.

반상위의 상황이 궁금해서.. 등받이에서 벗어나.. 의자 잴 앞쪽에 걸치다시피 앉아서..

허리를 꼿꼿이 세운채로 계시를 했더니 허리가 뻐근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2국이 기다린다.

그것도 이세돌 사범님과 최철한 사범님의 대국이..

다시 1층으로 내려가는데.. 계단 중간 쯤 내려갔을까? 익숙한 톤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의 바둑 만큼이나 독특하고 유쾌한 목소리.. 이세돌 사범님이다.

상황실로 가보니..

최철한 사범님과 이세돌 사범님.. 그리고 이홍렬 감독님.. 최기자님 등이 계셨다.

사뭇 다른 두 사람의 분위기에 은하는 잠시 할말을 잃었다.

긴장한 듯한 최철한 사범님의 표정.. 은하가 아는.. 중요한 시합을 앞둔 선수의 표정이다.

그리고 그 옆에..

소풍을 앞둔 아이 같은 표정의 이세돌 사범님.

무슨 이야기 중이었는지.. 신이 나서 웃고있다.

이세돌사범님.. 긴장되지 않는걸까..?

패배.. 그리고 그 후의 아픔에 대한 두려움 같은건 없는걸까..?

조훈현 사범님의 쳐진 어깨에.. 덩달아 쳐져버린 어깨를 움츠리며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생방송 5분전입니다..!” 조연출님이 들어와 말했다.

어느덧 시작할 시간.

대국자보다 먼저 들어가 앉아있어야 하는 은하.

그러고보니 뭔가 응원의 한마디는 남겨야 할 것 같은데..

양 선수가 함께 서있는데.. 뭐라고 해야할까...?

결국 은하.. 벌떡 일어나 먼 산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사범님 파이팅!!”

그리고.. 먼 산 보고 응원하는 은하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두 분께..

“나중에 누구 응원했냐고 물어보면.. 이긴 사범님 응원했다고 해야지~~!!” ^^

라고 말하고는 후다닥...!

스튜디오로 들어가는 은하 뒤로 두 사범님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은하의 한마디에 조금의 긴장이 풀어졌기를 살짝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