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작년 7월에 적은 것입니다. 

    개그맨 엄용수(65)가 엄청난 바둑 고수였다. 공인 아마 6단. 2～3급만 해도 나에겐 넘사벽이라서 사실 단 소유자는 그저 바둑을 아주 잘 두는 사람 정도로 이해할 뿐이다.

그럼에도 엄용수의 바둑 인터뷰 기사(2018.7.26. 중앙일보)에 관심이 간 것은 바둑과 매치가 쉽지 않은 개그맨이기도 해서이지만, 기원을 개업하여 기전을 개최한다는 바둑사랑에 호감이 가서이다. 기원 이름도 딱딱한 여느 기원과 달리, ‘사랑이 꽃피는 기원’이다.

아니나 다를까, 기자 역시 ‘코미디와 바둑은 전혀 다른 분야 같다.’며 ‘비슷한 부분이 있나?’라고 물었다.

‘덧칠이나 에누리를 최대한 덜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닮은 꼴’이라며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대답하였다.

어느 정도 특정 분야에서 고수가 되면 나름대로 정의를 할 수 있게 되나 보다. 그의 말이 얼핏 알 듯 모를 듯한데, 어쨌든 자신만의 바둑관을 얘기할 수 있는 연륜이 부럽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바둑? 그거 땅따먹기 하는 거야.” 그렇게 단순하게 말고.

가장 아쉬운 게 바둑을 너무 늦게 시작했다는 것이라 한다. 중학교 때 우연히 일본 바둑책을 접하면서 입문했다는데, 다시 태어났을 때 그에게 최고의 인생이란? 대여섯살부터 바둑을 배워 프로기사가 되고 나서 개그맨을 할 수 있는 삶, 그게 자신의 최고의 인생이 될 것 같다고 한다. 개그맨도 역시 그의 천직인가 보다. 그러고 보면 그는 우리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천상 ‘웃음꾼’이자 ‘행복 전달자’이기도 하다.

토욜, 대국장을 통째로 ‘냉장’해 놓겠다는 양지기원엘 간다. 기원 원장 이 친구의 우정이나 바둑사랑도 엄용수보다 더하면 더하지 결코 덜하지 않다. 내가 바둑을 여전히 즐겨할 수 있음은 하수라 무시하지 않고 언제나 반겨주는 이런 친구들의 배려와 우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토요일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