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3때니 거의 40여 년 전입니다. 학력고사를 마치고 나면 으레 그렇듯이 수업시간이라도 별 할 게 없는 그때, 제 짝지가 제안을 합디다.
“내 하고 바둑 한 번 해 보자”
“바둑? 그게 뭐고?”

그렇게 해서 이 친구가 종이에 줄을 쓱쓱 긋고는 간단하게 바둑 기초를 가르쳐 주더군요.
재밌을 거 같아 ‘해 보자’ 했죠. 무식하게 덤벼들었습니다.
축을 알 리가 없었죠. 종이 위 사각 선에 까맣게 동그라미를 그리며 길게 도망치다가 더 이상 도망칠 데도 없는 선 끝에 이르러서야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저의 열 바치는 낭패감과 씩씩거림에 친구는 고소한 쾌감을 느꼈을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는 재미라곤 하나 없었을 초짜와의 대국에, 바둑을 알려 주려 인내를 갖고 대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덕에 입문을 하였고 바둑의 무한한 수와 재미에 저는 완전히 녹아들었습니다. 하지만 좋아만 했지 공부를 하지 않는 바람에 기력(棋歷)에 비해 실력은 아직도 하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문 기보를 보면서 기자들의 글 솜씨에 재미와 호감을 가졌습니다. 그러면서 바둑 관련 글을 짧게나마 써 보자 싶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글은 주변 일상의 소소한 사항까지 자연스레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감히 장르나 집필 방향이라고 언급하기가 송구합니다. 그저 생활하다 얼핏얼핏 드는 느낌이 있으면 솔직하게 적어보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